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026년 정부 세제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초고가 주택·비거주 1주택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부담을 동시에 늘리는 정부의 내년도 세제 개편안이 나왔다. 지난해 '9·7 대책', 올해 '1·29 대책' 등 여러 차례 내놓은 공급대책에도 집값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결국 '세금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초고가 아파트 중 일부 '절세 매물'이 나온다 해도, 청년과 중산층 주거문제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경제부가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은 실거주 여부, 주택 가격에 따라 세금부담에 차이를 뒀다. 현재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인 1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을 '비거주 1주택'의 경우 공시가 9억 원, 시가 약 13억 원 초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시가 25억 원 아파트의 비거주 1주택 보유세는 올해 약 353만 원에서 내년에 686만 원 정도로 오를 전망이다. 반면 '거주용 1주택' 기준은 14억 원 초과로 높아져 시가 20억∼30억 원 아파트의 세금 부담이 준다. 집값이 공시가 28억, 시가 40억 원이 넘으면 거주, 비거주 가릴 것 없이 세금이 크게 오른다.

양도세의 경우 보유기간 40%, 거주기간 40%를 합해 최고 80%까지 적용되던 세액 공제가 2028년에 보유 20%+거주 60%, 2029년부터는 거주만 80%로 바뀐다. 보유기간 공제가 폐지되는 것이다. 1인당 양도소득 공제 한도에도 상한을 둬 2028년에는 20억 원, 2029년 이후에는 10억 원까지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보다 양도차익이 큰 아파트의 세금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초고가 주택, 비거주 1주택에 세금을 더 물리는 건 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초부터 예고해온 방향이다. 서울 강남 등지에 집을 보유하고도 들어가 살지 않는 이들 중 다수가 집값 상승을 노리는 '투기세력'이란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공제 한도를 3년 뒤 10억 원으로 축소하는 건 초고가 주택을 사고팔아 큰 이득을 올릴 경우 그에 상응하는 '부유세'를 매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집을 사두고, 다른 곳에 거주하는 이들 모두를 투기꾼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경제력이 부족해 입주 시기를 늦춘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교육·부모부양 등 명백한 이유가 있으면 예외를 인정해 준다지만 구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고령 은퇴자의 경우 실현되지 않은 이익 때문에 높은 보유세를 내는 게 큰 부담이다. 집을 팔고 지방으로 이사하면 세금을 깎아준다지만, 친숙한 환경을 등지고 떠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세제 합리화'이자 '과세의 정상화'라고 한다. 하지만 높아진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들에겐 명분이 무엇이든 결국 증세일 뿐이다.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던 대선후보 시절 이 대통령의 발언과도 상반된 것이다. 보유세 부담을 높이려면 지나치게 높은 거래세 부담을 줄여 매물 잠김을 막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국회는 향후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심의하면서 이런 문제점을 꼼꼼히 짚어, 효과나 의심되거나 무리한 과세엔 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