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 전경. / 사진=뉴시스


초저출생·고령화·지역소멸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난제는 쌓이는데 정작 국내 상위 경제학자들의 관련 연구 비중은 급감하고 있어 연구자들에 대한 평가 및 보상구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은 세계 최대 경제학 문헌 데이터베이스인 RePEc 기준으로 국내기관 소속 상위 25% 경제학자 112명의 논문을 조사해 분석한 '세계적 연구와 국가적 난제의 균형: 연구 생태계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 구조 개편 방안' 보고서를 4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7~2025년 국내 상위 경제학자 112명이 유명 학술지에 게재해 RePEc에 등록된 논문은 6149편이다. 이 가운데 한국 경제를 직접 다룬 논문의 비중은 13.1%에 그쳐 중립적 연구(66.5%)나 해외경제 분석(20.4%) 비중보다 낮았다.


특히 국내 경제학자의 한국 경제 연구 비중은 2010년대 10%대 중반(평균 15.7%)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2020년 이후 급격히 낮아지기 시작해 2024년(8.1%)과 2025년(8.4%)에는 1999년(6.9%)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해외경제 분석 비중은 2010년대 18.6%에서 2020∼25년 23.2%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국내 상위 경제학자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분석 비중이 낮고 특히 연구 경력 초기에 중립적 연구나 해외경제 연구에 집중하는 원인을 해외 저널 게재 실적 중심의 대학 평가 체계에서 찾았다.


국내 대학에서 승진 등 교원의 업적을 평가할 때 해외 SSCI급 논문 실적이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국내경제 연구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경제학계 전반에 공동연구가 확대되는 흐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보고서의 분석대상 논문을 보면 1990년대 이후 국내 상위 경제학자의 공동연구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국내 데이터의 가용성 문제도 존재한다. 미국 등 주요국은 수십 년간 축적된 가계·기업 패널 데이터를 갖춰 유의미한 분석 결과를 찾기에 유리하다. 반면 국내 데이터는 시계열이 짧고 정책 수요 변화에 따른 설문 문항변경이나 산업분류 개편 과정에서 시계열이 단절되는 경우가 있어 연구자들이 정제된 해외 데이터 활용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원은 산업 현장의 데이터와 문제의식이 연구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국가 정책과 기업 경영의 근거로 환류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우선 평가체계 다원화 및 인센티브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 분석과 정책 연구를 해외 저널 게재 실적과 동등하게 평가하는 '독립된 평가 축'을 마련하고 실증성·정책 채택 가능성 등 과정과 기여를 중심으로 국가적 난제에 해법을 제시한 연구자를 포상하는 '국가 난제 해결상'(가칭)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부처별로 흩어진 공공 미시데이터와 민간 기업데이터를 안심 분석환경에서 결합·분석하는 원스톱 연구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산업계도 보유 데이터와 현장의 연구 수요를 제공하는 한 축을 맡을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장기 추적 연구와 정책 연계 지원도 필요하다. 우수한 실증 연구가 학술지 게재에서 끝나지 않고 입법·정책으로 이어지도록 브릿지 펀딩을 조성하고 전미경제연구소(NBER) 같은 민간 비영리 경제연구기관 설립을 검토하는 방안 등이다.

박양수 대한상의 연구원장은"본 연구는 연구자들의 학문적 기준을 낮추거나 고립을 자초하자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국가적 난제 해결 사이의 균형을 되찾자는 취지"라며"기업·산업 현장에서 구조적 난제를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경제단체로서, 그 해법을 뒷받침할 연구 역량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짚어본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