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6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중국 전기차업체 BYD가 신차 '씨라이언 6 DM-i'를 공개하는 모습. 지난해 1월 한국에 진출한 BYD는 올해 상반기에만 1만1000대가 넘는 전기차를 팔았다. / 사진 = 뉴스1



정부가 반도체, 이차전지,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핵심소재, 인공지능(AI)·로봇부품 등 6개 품목에 내년부터 10년간 '국내생산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2022년 당시 조 바이든 정부가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제품에 보조금을 주기 위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이름을 빌려와 '한국판 IRA'로 불리는 제도다. 그런데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한국산 전기차를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정부가 지정한 6개 '전략품목'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판매한 기업에게 생산량에 비례해 법인세 등을 깎아주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국내 생산을 조건으로 달아 세금감면을 해주는 건 처음이다. 한국이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이다보니, 국내산 제품을 우대하는 제도를 도입할 경우 교역 상대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 도입을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중국, 일본 가릴 것 없이 주요국들이 반도체 등 전략 제품의 자국 내 생산 경쟁을 벌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문제는 중국산 전기차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데도, 한국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승용차 7만 여 대 중 중국산이 37.5%나 됐다. '중국산' 테슬라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4년 만에 점유율이 8배로 늘었다. 지난해 1월 한국에 진출한 BYD는 올해 상반기에만 1만1000여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이를 지켜본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속속 한국에 매장을 열고 있다.


정부는 국내생산세액공제 품목에서 전기차가 배제된 이유를 "완제품이 아닌 핵심 부품의 생산을 지원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기차는 빠졌지만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2차전지'가 포함됐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앞서 2024년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한 일본은 자국 내에서 생산된 순수전기차, 수소연료차에 대당 40만 엔의 세금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 내의 생산기반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일본 정부는 전기, 수소 '완성차'를 생산하는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한때 일본과 함께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던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에 더해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전기차의 공세에 밀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어 전기차를 '덤핑'한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이 2024년부터 고율의 상계관세를 물리는데도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 시장에서 계속 약진하고 있다. '한국판 IRA'에서 전기차를 제외한 우리 정부의 결정이 시장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단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