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용 전 카카오 공동대표(왼쪽)와 이경진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 /그래픽=챗GPT


카카오그룹에서 전직 대표가 창업한 회사를 그룹에 편입시킨 뒤 퇴임을 전후해 다시 자신의 영향권에 두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조수용 전 카카오 공동대표가 창업한 제이오에이치(JOH)와 이경진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의 엑슨투가 그 주인공이다. 회사가 인수에 따른 비용과 위험을 부담했지만 이후 사업 성과에 대한 책임은 경영진이 지지 않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6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 엑슨투 지분 100%를 창업자인 이 전 대표에게 매각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2년 1월 엑슨투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이 전 대표로부터 엑슨투 주식 6000주를 넘겨받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신주 약 95억원어치를 지급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클라우드 사업을 총괄하다가 2023년 5월 대표이사에 올랐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엑슨투를 다시 인수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투자로 엑슨투의 몸집도 커졌다. 엑슨투는 2023년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약 40억원을 들여 인수한 마젠타웍스를 흡수합병했다. 약 135억원을 투입해 확보한 두 회사의 사업과 자산이 엑슨투에 합쳐진 뒤 다시 이 전 대표에게 넘어간 것이다.


조 전 대표 사례도 유사하다. 카카오는 2018년 조 전 대표가 창업한 디자인회사 JOH 지분 100%를 약 293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조 전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JOH 주식 30만1주(지분율 34.09%)를 매각해 10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이후 JOH는 카카오프렌즈에 흡수합병됐고 카카오IX로 재탄생했다. 2019년에는 출판 사업 부문을 분리해 신설법인 비미디어컴퍼니가 설립됐다.

조 전 대표가 카카오 공동대표에서 물러난 2022년 3월 직후 비미디어컴퍼니는 카카오 연결 대상 종속회사에서 제외됐다. 조 전 대표는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매거진 B'를 발행하는 비미디어컴퍼니의 대표이자 발행인으로 활동했으며 최근까지도 발행인 자격으로 대외 활동에 나섰다. 비미디어컴퍼니는 지난 4월 무신사에 매각됐다.


경영진에 합류하며 창업 회사를 카카오에 넘긴 뒤 퇴임을 전후해 다시 되찾았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인수 과정에서도 의문을 낳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특히 JOH는 일식당과 양식 레스토랑, 서점, 청음숍 등을 운영해 카카오와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두고 의문시 됐다. JOH와 합병한 카카오프렌즈는 합병 이전까지 매년 2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주력 자회사였지만 이후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통합 법인인 카카오IX는 조 전 대표의 친인척인 권승조 대표가 이끌면서 수많은 잡음에 휩싸였고 결국 문을 닫았다.

이 전 대표 역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이끌면서 엑슨투에 힘을 실어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엑슨투는 인수 당시에도 적절한 결정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고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1808억원, 영업손실 1273억원을 기록했고 2024년에는 매출 1348억원, 영업손실 673억원을 냈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매출이 약 25% 감소하면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경영진과의 인연이 회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부에서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진이 자신의 지위를 활용해 창업 회사를 다시 확보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는 상황에서 대표가 되기 전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회사를 떠난다면 구성원들은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까지 든다"며 "이런 문제를 쉬쉬하고 해명조차 안 하는 회사가 현재의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상 판단에 따라 결정했다"며 "지분 매각과 관련한 사항은 공식 입장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