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이어 정통망법까지…한미 관계 '통상 리스크'로 작용
미 하원 법사위, 한국의 정통망법 두고 "표현의 자유 위협" 주장
정부 "미국 기업 차별 아냐" 해명…미 정치권 인식 변화가 변수
"쿠팡과 정통망법 분리 대응 필요…외교적 해법 병행해야"
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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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소속 연방하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시행된 정보통신망법(이하 정통망법)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하면서 쿠팡 사태로 시작된 미국 조야의 불만이 다른 통상 현안으로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미국 정치권에서 쿠팡 사태를 미국 기업 차별 문제로, 정통망법을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디지털 규제로 각각 인식하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한미 통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는 7일 미국 측의 정통망법 관련 우려에 대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해당 법안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적 폐해에 대응하고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추진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법안이 마련된 취지를 고려해 관계부처와 협업해 도입 취지와 효과를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소속인 짐 조던 미국 연방하원 법사위원장은 6일(현지시각)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조던 위원장은 서한에서 정통망법을 "온라인 발언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헌법상 권리를 행사한 미국 기업과 이용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달 7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허위·조작 정보의 삭제·차단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면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해 이른바 '가짜뉴스 차단법'으로 불린다. 적용 대상에는 네이버와 카카오뿐 아니라 구글, 메타, 엑스(X·옛 트위터) 등 미국 플랫폼도 포함된다.
정부는 미국 법사위의 문제 제기에 즉각 대응했지만 미국 정치권에 확산된 우려를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쿠팡 사태와 정통망법은 성격이 다른 사안이지만 미국에서는 두 사례를 모두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규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 상황에서 정통망법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미국 내에서는 한국이 미국 기업을 상대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실제 두 사안은 성격이 다르다. 쿠팡 사태는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개별 사건이고 정통망법은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과 유사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다. 다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두 사안을 별개로 보기보다 한국의 대미 비관세 장벽 강화 흐름으로 연결해 해석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미 하원 법사위도 서한에서 "한국이 EU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두 현안을 분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쿠팡 사태는 개인정보 보호와 국내 법 집행에 따른 조치라는 점을 설명하고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정통망법은 허위정보 판단 기준과 집행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필요하면 세부 제도 보완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통망법 사안은 쿠팡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더라도 미국이 문제를 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때부터 비관세 장벽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쿠팡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문제 제기가 더욱 증폭된 측면이 있다"며 "두 사안이 함께 한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무역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외교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감정적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문제"라며 "미국과 협상할 때는 상대 입장도 현실적으로 고려해 작은 것을 잃더라도 큰 것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안이 한미 통상 문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대미 투자 이행 속도를 전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며 "투자 약속을 차질 없이 이행하는 것이 양국 신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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