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지하철에서 무심코 광고들을 보다 보니 "모두가 함께웃는 착한여행 - 공정여행"이라는 카피가 쓰여있는 광고가 눈에 띄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일반여행업협회가 공동으로 게시한 이 광고물에는 "내가 여행하는 그 나라, 그 지역 사람들에게 경제적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는 공정여행"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우리 대신 지하철 광고도 다 해주는구나 반갑기도 했지만, 마음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체 항공권 가격도 안되는 가격의 여행 패키지 상품이 어떤 꼴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한 대형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태국-파타야 3박5일 상품에 끼어 가 본 적이 있었다. 옵션투어는 현지 가격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비쌌고, 마지막 날은 라텍스부터 시작해서 쇼핑샵을 무려 7군데를 끌려다녔다. 식당과 마사지샵, 휴게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었고, 공식 프로그램중 그 어느 것에서도 태국인들과 만날 기회는 없었다. 태국인 가이드가 따라다녔지만, 한국인 가이드는 태국인 가이드와 여행자들이 한마디도 말을 섞을 수 없게 막았다. 한국인 가이드는 버스 안에서 방콕을 뱀과 떠돌이 개들이 돌아다니는 슬럼가처럼 묘사했고, 태국인들을 여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소매치기로 묘사했다. 론리플래닛에 "아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는 아시아의 거점도시 방콕이 한국 여행자들에게 우범지대로 둔갑했다.
캄보디아는 더 심각하다. 3박5일 일정중 여행다운 여행은 앙코르와트 6시간이 전부고 나머지는 모두 쇼핑에 할애된다. 심지어는 가짜 상황버섯을 수십만원에 판다. 태국과 중국에서는 살아있는 곰의 쓸개즙을 빨아먹는 쇼핑까지 있으니 말 다했다.
이런 저질 여행상품들이 아시아를 점령하고 있는 이유는 저가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국 여행사들 때문이다. 현지의 가이드들은 본사로부터 단 한푼의 돈도 받지 못한 채 관광객을 받아서 먹이고 재우고 투어를 시켜야한다. 그러니 그들은 옵션으로 바가지를 씌워 호텔비를 벌어야 하고, 쇼핑에서 커미션을 남겨 자신의 인건비를 만들어야 한다. 그 실상이 손님들에게 알려지면 안되니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현지인 가이드도 벙어리로 만들 수 밖에 없다. 여행자들은 결국 돈은 돈대로 다 내고 저질 여행상품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인들이 아프리카에까지 버섯 파는 쇼핑몰을 만들고 있다고 하니, '불공정'의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수치'가 될 판이다.
150여개 국가가 참여하는 2011년 UNWTO(유엔세계관광기구) 총회가 10월 8일부터 경주에서 열린다. 이 총회의 메인 컨셉이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정해졌다. 21세기 관광이 나아갈 방향은 이미 국제적인 수준에서 '공정여행'으로 합의되고 있는 마당이다. 한국도 국제사회에서 더 뒤처지지 않으려면, 진심으로 "지역과 환경"을 고민하는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지하철 광고판에만 "현지 문화와 더 가깝게, 현지인들과 더 살갑게!"라고 써놓을 일이 아니라, 저질 쇼핑투어부터 근절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인 것. 그것이 공정여행 광고를 보고도 못내 씁쓸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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