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가 특별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1992년 이 곳에서 열린 세계환경회의(Rio Summit)는 지난 20년 간 인류의 발전에 크나큰 영향을 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20주년이 되는 내년 6월, 다시 세계가 리우에 모인다. 지난 20년을 돌아 보고 다가올 2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흔히들 쓰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던 게 바로 20년 전 리우에서였다. 당시 세계 178개국 108명의 정상과 정부관계자, 비정부기구 활동가, 기업인, 언론인 등 2만5000여명이 참석, 당시로선 역사상 최대의 국제회의였으며 전 인류 차원에서 생존과 환경의 문제를 공유하고 대책을 모색했던 최초의 역사적 경험이었다. 지금 그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는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식량 부족, 빈곤 등의 문제점들이 바로 리우에서부터 세계적인 차원에서 논의됐고, 새로운 밀레니엄의 인류 생존 전략의 핵심 개념으로서 '지속가능한 개발'이 화두가 된 것이다.
리우에서의 논의가 문제의식의 공유 차원에만 그쳤다면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참가국 전체가 만장일치로 결의한 '리우선언'은 인류 발전의 지침으로 자리잡게 된다.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 등 지금까지 세계 여러 나라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약속과 공조체계의 프레임 역시 이때 입안됐다. 특히 기후변화협약의 경우 1997년 교통의정서로 발전, 계승돼 이산화탄소 배출 제한 등 구체적인 실천과 후속 논의로 이어지며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적 대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리우회의 이후 지난 20년 동안 인류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결과가 썩 좋다고는 볼 수 없다. 위기는 언제나 더 빠르게 심각한 수준으로 다가왔으나 인류의 대응은 언제나 한 발 늦거나 눈 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정체됐다. 지난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교토의정서 이후 체계를 만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 역시 리우회의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정부는 국가지속가능발전 계획을 수립했고 지자체들은 리우에서 도출된 지방의제21을 도입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시민사회 내에서 그 이전에는 전무하다시피 했던 환경 이슈가 중심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새만금, 4대강 사업 등을 통해 드러나듯이 한국 사회는 여전히 토목사업의 개발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후변화 등에 대한 위기의식도 홍수피해에 대한 감수성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탈원전 이슈가 확산되는 마당에 원전을 녹색성장으로 둔갑시키는 일까지도 버젓이 일어난다.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영국의 국회의원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각각 상원과 하원에 소속돼 있고 정당 역시 달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영국을 넘어 유럽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녹색경제 패러다임을 현실화 시키는 데 힘을 모으고 있었다. 왜 그렇게 애를 쓰느냐, 녹색경제가 영국의 국제질서 주도 전략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들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답했다. "인류가 위기에 처해 있고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 날 한국 국회에선 FTA 비준안을 날치기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 달 서울에서 리우회의를 준비하는 아시아 태평양 회의가 열렸음에도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전무하다. 언론과 정치권의 무관심은 지나칠 정도다. 내년 리우회의의 새로운 의제는 20년 전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넘어 녹색경제다. 선거도 중요하고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우리의 입장과 계획을 잘 만들어 지구촌의 논의에 참여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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