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전문기업인 국순당이 최근 전통주 전문주점 사업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한 근린형 소형 전통주점 '우리술상'의 프랜차이즈 사업이 그것. 최근 '우리술상'은 서울 홍대 인근에 10호점을 열었다.

그런데 의아스럽게도 '우리술상'은 주점이지만 소주와 맥주를 일절 팔지 않는다. '주당' 손님들에겐 당연히 꺼려질 법한 주점이다. 게다가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경험이 전혀 없는 김춘섭(52) 외식사업본부장이 이번 사업의 수장을 맡았다. 변변한 사업설명회조차 열지 않고 소리 소문없이 가맹점주를 모집한다는 회사방침도 놀랍다.


국순당 정도라면 한해에 100개 점포는 거뜬히 오픈할 수 있을 규모의 회사. 하지만 올해 '우리술상'의 가맹점 오픈 목표는 고작 30개가 전부라고 한다. 이래저래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외식사업에 문외한(?)처럼 보이는 김춘섭 상무를 만났다.
 

 
-소주와 맥주를 왜 팔지 않나.

▶우리는 전통주를 취급하는 주점이다. 흔히들 소주와 맥주가 주류를 이루는 일반 주점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취하고 주사를 부리거나 주변 사람들에 피해를 끼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우리 주점에선 그런 손님들이 전혀 없다. 전통주 자체가 알콜도수가 낮고 천천히 마실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 술이어서 그런지 조용조용히 마시다가 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폭탄주 문화에서 벗어나 전통주와 전통음식으로 여유있게 음주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우리는 소주와 맥주를 판매하지 않는다. 
 
-그래도 손님들의 불만이 잦을 텐데.

▶처음에는 소주를 안 팔아서 가게에 들어왔다가 바로 나가는 손님들이 많았다. 그래서 주변의 외식사업 경영자들은 다들 나보고 "미쳤다. 소주 안팔고 대한민국에서 주점사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면박 주기 일쑤였다. 하지만 처음 어색해하던 손님들도 두세번 우리 가게를 찾으면 자연스레 전통주의 맛과 전통음식의 안주에 만족해한다.
 
-가맹점 사업을 본격화하게 된 동기는.

▶당초 '백세주 마을'로 가맹점 사업을 진행하고 싶었는데 매장 규모가 너무 커 전통주를 소비자들에게 편하고 가볍게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지난 2009년 '우리술상'에 대해 직영점을 4개 운영한 후 가능성을 발견했고, 올 들어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게 된 것이다.  


 
-기존의 '백세주 마을'과 '우리술상'은 어떤 차이가 있나.

▶쉽게 말하면 매장의 규모와 가격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백세주 마을이 통상 100평 이상의 매장에서 개점한다면 우리술상은 20~25평정도 규모다. 인테리어도 백세주 마을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라면 우리술상은 편하고 다소 서민적이다. 무엇보다 우리술상은 가격대가 저렴하다. 안주에 있어서도 백세주 마을 안주는 요리형태에 가깝지만 우리술상은 간단한 술과 안주들을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처음엔 30대 이상이 주 고객층이었는데 지금은 20대부터 50대까지 고객층이 다양해졌다.
 
-가맹점과 직영점 비율은.

▶반반이다. 이번에 오픈한 홍대점을 포함해 현재 직영점 5곳, 가맹점 5곳을 운영하고 있다.
 
-가맹점 사업을 하는데 있어 별도의 사업설명회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보통 2년에 200~300개의 점포를 확보하지 못하면 가맹사업은 안된다고들 얘기한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가맹점 수를 늘리기 위해 이 사업을 전개하지 않는다. 가맹점주들이 전통주에 대한 인식과 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과정을 거친 후에야 오픈하도록 유도한다. 때문에 알음알음으로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가맹점주가 나타나거나, 아니면 기존 점주들이 추가로 매장을 더 열고자 할 때 신규 가맹점을 열어주는 식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하면 사업확장에 있어 속도가 더딜텐데.

▶물론 힘든 길인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술상을 가맹사업으로 시작한 것은 단순히 매출 극대화나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서가 아니다.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새롭게 만들고 전통주를 널리 보급하는 게 이번 사업의 주목적이다.
 
-'우리술상'은 어떻게 지어진 이름인가.

▶사내 공모를 통해 붙여졌다. 원래 이름은 '우리들의 술맛나는 세상'인데 이를 줄여서 '우리술상'으로 한 것이다. 위스키나 와인에 길들여진 우리 세대들에게 전통주에 대한 자부심과 맛을 알리기 위한 의도가 이름 속에 깔려 있다.
 
-구체적인 매출목표는?
▶전 매점당 월 평균 2500만~3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본사가 가져가는 마진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보통 주점은 술과 식자재를 통한 유통마진이 본사의 주요 수입인데 우리의 경우 술은 직접 공급하지 않고 철저히 대리점을 통해 각 가맹점에 전달한다. 그리고 인테리어 역시 인테리어업주와 직접 계약하도록 돼 있어 가맹점주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해주고 있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한 경험이 전무하다.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는데.

▶겁은 안나지만 경영진이 내게 모든 판단과 결정을 일임한 만큼 철저히 사업 전반에 걸쳐 따져보고 조급한 마음을 없애려 노력한다. 하지만 소주와 맥주를 팔지 않고 전통주와 전통음식을 안주로 고객들에게 공급하겠다는 기본 영업방식은 계속 고수할 생각이다. 이것이 향후 우리술상의 차별화와 경쟁력이 되지 않겠나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오해가 있다면.

▶우리 술에 대해 소비자들은 '저급하다' '격이 떨어진다'고 많이 생각한다. 위스키나 와인, 사케는 고급스런 술로 생각하고 그와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면 멋있고 품위있는 사람으로 평가되는 게 우리의 술 문화다. 왜 우리 전통주에 대해서는 와인처럼 대학원 교육과정이 없는가. 사실 우리 전통주는 종류만 600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들은 결코 많지 않다. 일본사람들이 사케, 독일인들이 맥주를 즐기고 자랑스러워 하듯 한국인들도 전통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