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나 컨설팅회사 취업을 준비하다 잠시 고액의 연봉을 보류하고 빈민가 교사로 지원하는 미국 명문대 졸업생들이 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나간 지 만 4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월스트리트 고용사정이 나아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빈민지역의 교육여건 개선을 목표로 설립된 비영리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의 뛰어난 채용기법 덕분이기도 하다.
 
티치 포 아메리카는 미국 전역의 명문대 졸업생들을 채용해 2년간 빈민지역의 공립학교에 파견, 교사로 일하도록 연결해주는 비영리단체다. 최근 티치 포 아메리카에는 금융 및 경영학 전공자들의 지원이 크게 늘고 있다.

 
◆취업 미루고 빈민가 교사 지원, 왜?
 
티치 포 아메리카에 따르면 지난해 채용한 5800명의 교사 가운데 경영학이나 경제학과 전공자들은 400명으로 6.9%였으며 이 가운데 175명이 금융업계에서 인턴경력을 쌓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도 연봉이 높기로 유명한 금융업계 취업을 미루고 티치 포 아메리카의 교사직을 자원한 2종류의 학생을 소개했다.

23살의 재커리 데어링은 MIT 졸업생으로 지난 2010년 여름에 골드만삭스, 2011년 여름에 맥킨지&컴퍼니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데어링은 지난해 여름 졸업하면서 맥킨지의 입사 제안을 받았지만 잠시 보류하고 티치 포 아메리카에 지원했다.
 
그는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에 누군가 나에게 텍사스주 댈러스의 고등학교에서 수학교수로 일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면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반박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선택이 자신에게도 의외라고 밝혔다.
 
하지만 데어링은 가르치는 기술은 사무실 환경에서 쉽게 적용이 가능하다며 "나는 매일 7개의 서로 다른 그룹 앞에서 46분씩 사실상의 리더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데어링은 티치 포 아메리카에서 2년간 교사로 일한 경험이 앞으로 자신이 컨설턴트로 일할 때뿐만 아니라 언젠가 공직에 진출할 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데어링을 포함해 21명의 대학졸업생이 월스트리트나 경영컨설팅회사의 입사 제안을 잠시 보류하고 티치 포 아메리카를 지원했다.


에릭 로드리게스는 금융위기로 갈 곳이 없어진 상황에서 티치 포 아메리카의 끈질긴 구애에 넘어간 경우다. 로드리게스는 하버드대학에 다니면서 리먼 브러더스에서 2번의 인턴과정을 완료했고 당연히 졸업 후에는 리먼 브러더스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가 4학년이 되던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했고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는 일제히 생사의 기로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그해 가을에 티치 포 아메리카는 로드리게스에게 다가가 2년간 교사로 일해보라고 적극적으로 제안하기 시작했다. 로드리게스는 "그들은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여기 있을 테니 한번 상담하러 오라'고 끊임없이 졸랐다"며 "나는 (일자리가) 절실한 상황에 처한 다음에야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2009년에 티치 포 아메리카에 지원해 샌프란시스코에서 2년간 교사로 일한 뒤 페이스북에 취직해 유저운영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다른 교사 지원 프로그램에도 경영학 전공자들의 지원이 늘고 있다. 뉴욕시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NYC 티칭 펠로즈(NYC Teaching Fellows)는 지난해 지원자의 거의 7%가 경영학 전공자였다고 밝혔다.


NYC 티칭 펠로즈는 주로 뉴욕의 브룩클린과 브롱스 공립학교에 교사를 파견하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한 대학졸업생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지난해에는 1400명의 교사를 뽑는데 1만2000명이 몰려 11.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외에도 시카고 티칭 펠로즈(Chicago Teaching Fellows), 씨티 이어(City Year) 등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명문대 졸업생들을 가장 많이 교사로 확보하는 프로그램은 티치 포 아메리카라고 모니카 윌슨 다트머스대학 취업서비스 이사가 전했다.

그녀는 "티치 포 아메리카는 역사가 쌓이고 매우 뛰어난 인재들을 확보해 오면서 학생들을 채용하는 방식도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며 "반면 금융업계는 고용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언론에 보도된 이미지도 다소 부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컨설팅사 채용기법 받아들여 우수인재 뽑아
 
티치 포 아메리카는 미국의 성장세가 지지부진했던 지난 4년간 교사 지원자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5800명을 채용하는데 4만8000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2.1대 1에 달했다. 이 같은 지원자수는 2008년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티치 포 아메리카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사는 최소한 5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야 교사로서 경험이나 실력이 높은 수준에 도달해 최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케이틀린 개스트록 티치 포 아메리카 대변인은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티치 포 아메리카가 지금 만큼 (명문대 졸업생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2년은 막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적당한 기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년의 의무 근무기간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티치 포 아메리카의 교사들은 근무지역의 공립학교 교사들의 초봉을 받는다. 이 급여 수준은 연간 2만5500달러에서 5만1000달러 수준으로 보너스를 포함한 초봉이 10만달러대에서 수십만달러에 달하는 금융업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티치 포 아메리카는 명문대 졸업들이 받을 수 있는 거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최소 2년간 교사로 일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최고의 인재를 가장 많이 뽑아가는 금융회사와 컨설팅회사의 채용기법을 받아들였다.

웬디 코프 티치 포 아메리카 창업자는 지난 2001년에 출간한 책에서 "대학캠퍼스에 채용담당자가 넘쳐나는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 만큼 공격적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교사회사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웠다"고 밝혔다.

실제로 티치 포 아메리카는 교수와 졸업생들의 추천을 받아 만든 학생들의 명단을 들고 직접 대학캠퍼스로 찾아가 학생들을 만난다. 그 결과 올해 티치 포 아메리카에 참여한 교사들 가운데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2008년에 비해 50%가 늘었다.

패트리샤 로즈 펜실베이니아 대학 취업서비스 이사는 "그들은 시간을 들여 직접 캠퍼스를 방문해 학생들과 동아리들을 알아나가고 그들이 언제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한다"며 "이런 식으로 사람을 채용하는 기관은 대부분 이익단체뿐"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