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글로벌 신용평가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올해 하반기 한 차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은 30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AI 산업의 급성장과 잠재적 신용 위험' 세미나의 참여자들. 권재민 S&P 글로벌 신용평가 한국대표(왼쪽부터), 김제열 이사, 루이 커쉬 전무, 킴엥 탄 전무, 이창윤 상무, 김대현 상무. /사진=황지미 인턴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S&P글로벌 신용평가는 근원물가 상승과 주택시장 과열을 감안할 때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만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물가 압력이 완화되면서 연속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은 2028년 이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으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도 국제유가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루이 커쉬 S&P글로벌 신용평가 전무·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AI 산업의 급성장과 잠재적 신용 위험' 세미나 후 질의응답에서 "한국은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통화 긴축이 어느 정도 더 필요하지만 큰 폭의 추가 인상은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음은 S&P글로벌 신용평가 발표자들 주요 질의응답.

"한은 하반기 한 차례 금리 인상 전망…중동 리스크 완화는 시간 필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최근 근원물가가 상승하고 있고 한국 경제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도 주택시장이 여전히 과열됐다고 판단하고 있고 원화 가치도 적정 수준보다 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여건은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환경이다. 다만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본 시나리오는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는 것이다.


-수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출과 경상수지는 양호하지만 금융자금 유출이 이어지면서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원화와 엔화, 위안화 모두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향후 6~8개월의 단기 환율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높은 금리와 국채금리 상승이 동북아 자금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나 증시 강세에 대한 기대가 약해질 경우 해외 투자자금이 다시 유입되면서 원화가 빠르게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지만 시점과 속도는 예측하기 어렵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등 경제 펀더멘털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얼마나 걸릴까.
▶중동 분쟁이 끝나더라도 경제가 곧바로 정상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에도 휴전이 흔들리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졌고 당사자 간 신뢰도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 향후 약 6개월 동안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 일부 진전은 있겠지만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유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 인플레이션 압력과 기업들의 투입비용 부담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본다. 각국이 소진한 비축유를 다시 채워야 하는 만큼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추세로 복귀하는 시점은 2028년으로 예상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될 경우 한국 화학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전쟁 초기에는 원료 수급 우려가 컸다. 특히 나프타 수입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 가동률이 크게 낮아졌는데 해협이 재개방되면 이러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가동률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나프타를 비롯한 원료 가격이 안정되면서 수익성도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 하반기 이익은 상반기보다 다소 감소하겠지만 전년 대비로는 완만한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AI 슈퍼사이클 2028년까지 지속…보험사 사모대출 익스포저는 제한적

-현재 글로벌 AI 투자를 떠받치는 데이터센터 관련 부채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느 부분에서 가장 먼저 균열이 나타날까.
▶가장 취약한 시점은 만기가 집중되는 2028~2029년이다. 해당 시기에 차환이 필요한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가장 먼저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 등을 중심으로 부채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AI 투자 둔화로 매출 증가세가 약화되거나 사업모델의 취약성이 드러날 경우 만기 도래 기업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

-그 충격은 한국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에는 어떤 경로로 전이될 것으로 보는가.
▶한국 기관투자자 가운데서는 특히 보험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해외 사모대출 펀드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보험사의 투자수익률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미국 사모대출 시장의 부도율이 30%까지 상승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국내 보험사도 손실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익스포저가 전체 자산의 약 2% 수준으로 크지 않아 현재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한다.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주식시장 변동성과 외화조달 비용 상승을 통한 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수 있다. 증권사는 수익성이 약화될 수 있고 은행은 가계 신용대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AI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과 잠재적인 신용위험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현재의 AI 슈퍼사이클은 적어도 2028년 이전까지는 큰 문제 없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핵심 변수는 반도체 수급이다. 2028년 이전까지는 의미 있는 생산능력 증설이 많지 않아 높은 수요와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2028년 이후 신규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수급 여건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AI 사이클을 떠받치는 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도 핵심 선행지표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최근 사모대출 시장이 성장한 이유는.
▶국내에서는 보험사를 중심으로 사모대출 투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높은 위험조정수익률과 자산운용 다변화가 주요 배경이다. 다만 최근 위험요인이 확대되면서 향후 1~2년간은 투자 속도가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AI 확산이 사모대출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사모대출 차주의 약 20%는 기술기업이며 일부는 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정보기술·헬스케어 기업이다. AI 확산으로 기존 사업모델과 매출구조가 약화될 위험이 있지만 경쟁력이 높은 기업은 오히려 수혜를 받을 수도 있다. 현재는 사업모델이 취약한 기업들의 차환 능력과 자금조달 여건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도 사모대출 시장과 연관이 있는가.
▶연관성이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은 은행과 사모대출, 기관투자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여러 투자자가 분산 투자하는 구조가 활용되고 있다.

반도체·방산 성장세 지속…현대차 하이브리드 경쟁력 긍정 평가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 전망은 어떠한가.
▶한국 방위산업은 수출 확대를 기반으로 향후 수년간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약 37조원의 수주잔고를 확보해 향후 4~5년간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출 수주가 빠르게 늘었고 정부 지원과 수출금융, 가격 경쟁력, 빠른 공급 능력 등은 해외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강점이다.

-반도체 투자 확대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시기가 앞당겨지고 투자 규모도 확대되면서 설비투자가 기존 전망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6~2027년 충분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투자 확대를 무리 없이 감당할 것으로 본다. 중장기적으로 발표된 신규 생산거점 투자 계획은 아직 규모와 일정이 불확실해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반도체 호황이 민간 소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성과급과 자산가격 상승은 자산효과를 통해 소비를 늘릴 것으로 본다. 이러한 소비 증가와 설비투자 확대는 이미 경제성장률 전망에 반영돼 있으며 최근 성장률 상향 조정의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반도체 수출 호황이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AI와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기업 이익과 생산활동이 크게 늘어나면서 실질 국내총생산과 명목 국내총생산 성장률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 세수 증가와 기업 실적 개선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나 설비투자 둔화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위험요인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둔화에도 현대차·기아의 성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가장 큰 경쟁력은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지역별 수요에 따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고 특히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판매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확대되고 있는 반면 중국 시장 의존도는 낮아졌으며 원화 약세도 수출 수익성 유지에 도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