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오르면 엄청 추울 것 같아 내복을 겹겹이 껴입었는데, 바람 한점 없이 날씨가 아주 좋았어요. 너무 상쾌했어요."
지난 14일 임경남(52) 권오숙(43) 부부는 난생 처음 설악산에 올랐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산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 같았다.
"장애인이 산에 가기가 쉽지 않잖아요. 설악산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케이블카가 생긴다고 해서 기뻤었는데 진짜 오게 될줄 몰랐어요."
어렸을 적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부부는 어느덧 결혼 19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가족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아들, 어머니(장모)와 함께 3대가 떠난 여행이라 그 의미를 더했다.
"요즘은 레저활동을 많이 하지만 장애인들은 하기 힘들잖아요. 특히 이번 여행은 엄마와 함께 떠난 여행이어서 더 뿌듯했어요. 살아오면서 제대로 못한 효도를 한 느낌이었죠."
아내 권오숙 씨의 말에 남편도 얼른 거들었다. 임씨는 "평소 장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함께 1박2일 여행을 다녀와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은 1박2일간 설악산을 비롯해 속초 대포항에 가서 바다도 보고, 춘천에서 닭갈비도 먹으면서 추억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엄마아빠와 함께 떠난 여행에 마냥 들떠있던 초등학생 아들 형룡(10)군은 "발해역사박물관에서 가서 전통놀이를 한 것이 정말 신났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들 가족이 이처럼 즐거운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기아자동차와 에이블복지재단이 손잡고 지원하는 여행프로그램 덕이었다. '기아자동차와 함께하는 행복한 초록여행'(이하 초록여행)은 지난해 6월부터 장애와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장애인가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지원으로 장애인의 이용 편의성을 고려한 특수차량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유류비와 여행경비 등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해준다.
임경남씨 가족과는 두번째 인연. 지난해 가을, 부부가 '리마인드 허니문' 부산여행을 다녀온 것을 계기로 두번째 가족여행의 행운이 찾아왔다. 당시 장애인부부 24쌍이 떠난 리마인드 허니문 여행에서 임씨가 여장남자로 변신해 '장기대회' 1등에 뽑히면서 경품으로 가족여행상품권을 받았던 것. 임씨는 "지금껏 아이들을 키우고 살기 바빠서 여행은 엄두도 내기 어려웠는데 초록여행 덕에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며 "초록여행 같은 뜻깊은 장애인지원 사업이 널리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초록여행은 민족의 명절 설날을 앞두고 중증장애인들의 편안한 귀성을 위해 '설 고향방문 편(便)'을 개최한다. 이번 '설 고향방문 便' 이벤트에 선정되면 2월7일부터 13일까지 7일 동안 차량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50만원의 귀성경비와 유류지원, 기아자동차가 준비한 귀성선물까지 받을 수 있다. 또한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도 무상으로 대여 받을 수 있다.
지원대상은 전동휠체어 사용 가정 3가족(5인승), 수동휠체어 사용 가정 2가족(8인승)이며, 초록여행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7일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결과는 30일 초록여행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당첨자에 한해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 "휠체어 장애학생 수학여행 지원할 것"
- 한정재 에이블복지재단 사무국장
"그동안 장애인을 한곳에 모아 연례행사처럼 진행하는 보여주기식의 여행프로그램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장애인들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여행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요?"
한정재 에이블복지재단 사무국장은 '기아차와 함께 하는 행복한 초록여행'의 기획 배경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일반인들이 배낭여행이나 자유여행,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듯이 장애인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 초록여행은 이러한 장애인의 삶에 여유를 주고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동반자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국장은 이어 "지난 한가위 때 초록여행을 통해 13년 만에 친정어머니 산소와 시댁을 방문하고 기쁨의 미소와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가족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초록여행은 올해 2년차를 맞아 휠체어 장애학생들의 수학여행을 지원하는데 역점을 둘 방침이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친구는 학교버스를 탈수가 없어 체험학습을 가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넘어서기 위한 것. 현재 서울의 초·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장애학생이 900명이 넘는데, 이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외부학습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기아자동차는 한국형 복지차량인 그랜드카니발 이지무브차량에 핸드컨트롤러와 전동휠체어를 수납할 수 있는 리프트를 장착, 장애인들이 활동의 제약을 받지 않고 여행할 수 있도록 자동차여행의 꿈을 지원해준다.
한 국장은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초록여행 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장애유형이나 등급, 소득에 상관없이 등록 장애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초록여행을 이용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려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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