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홀딩스 채권단은 회사 측에 그룹의 모태인 웅진씽크빅을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윤석금 회장은 홀딩스에 사재 약 400억원을 출연하고 웅진씽크빅 대신 다른 계열사를 매각해 자금을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에는 웅진식품이 포함됐다.
웅진식품은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 해태음료에 이은 음료업계 4위 기업이다. 2011년 기준 매출액 2195억원, 영업이익이 98억원에 달하는 알짜 계열사다(2012년 9월 기준 매출액 1763억원, 영업이익은 53억원).
웅진식품은 2000년 '초록매실'로 국내에 매실음료 붐을 일으켰으며 같은 해 쌀음료인 '아침햇살'로 회사를 시장에 안착시켰다. 독자적인 브랜드를 보유함과 동시에 '하늘보리' '자연은' 등 꾸준히 인기를 끄는 브랜드도 여럿 갖고 있다. 여기에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전국적인 유통망은 웅진식품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웅진식품의 매각 대금을 1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웅진홀딩스 채권단은 최근 웅진식품을 매각키로 하고 5~6개의 식품업체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한 인수 후보군은 농심, 롯데칠성, LG생활건강 등이다. 이밖에 꾸준히 음료시장에 진출 또는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는 동원F&B, SPC그룹, CJ 등도 매각 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음료 1위 롯데, 유력 인수후보 거론
웅진식품은 전체 음료업계를 흔들 만한 크기의 매물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을 높여 음료 부문을 키우거나,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에게는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원성 키움증원 연구원은 "업체 규모가 시장 5위 수준이기 때문에 상위 업체와는 점유율 등에서 차이가 있다"면서도 "음료사업 규모가 크지 않거나 음료사업 진출 목적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면 여러 브랜드를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롯데칠성음료다. 모기업 롯데가 친M&A 성향과 풍부한 자산을 가졌다는 점이 롯데칠성음료의 M&A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11년 ㈜롯데주류BG를 흡수합병하면서 소주, 청주 등으로 주류사업 부문을 확대해 탄산음료, 주스, 먹는샘물, 주류 등으로 제품구색을 갖췄다. 2011년 기준 매출액 1조5643억원, 영업이익 1279억원을 달성하고 2012년 9월 기준 매출액 1조1196억원, 영업이익 1050억원으로 명실상부한 음료업계 1위 자리를 다지고 있다.
조수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2012년 9월 말 롯데칠성음료는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으로 1902억원을 보유했고, 연간 1200억원 내외의 영업현금 창출이 예상되는 등 향후 1년 동안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3100억원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1000억원대로 예상되는 매각대금 조달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 농심의 역습 나올까…LG도 군침?
업계 2위 코카콜라와 3위 해태음료를 가진 LG생활건강 역시 이번 M&A에서 중점적으로 거론되는 업체다. LG생활건강의 음료부문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하면서 시작됐으며 2011년에는 해태음료를 추가로 인수했다. LG생활건강은 인수당시 매출액 4616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이던 코카콜라음료를 4년 만인 2011년 매출액 8368억원, 영업이익 847억원으로 끌어올렸다. 2012년에도 3분기까지 7081억원의 매출과 79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수익성 개선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적자상태이던 해태음료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경험이 있어 이번 웅진식품 매물 역시 지속적인 확장전략을 추구하는 LG생활건강에 좋은 기회가 될 거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2012년 4분기 부동산투자회사 퓨쳐(493억원)와 일본 건강식품회사인 에버라이프(3294억원)에 대한 인수계획이 발표돼 향후 웅진식품까지 인수하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한다.
음료업계 4∼5위를 다투는 농심은 이번 M&A에 가장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 1위 생수인 '삼다수'의 판매권을 광동제약에 놓쳐 음료부문 매출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기 때문이다. 농심은 삼다수 이후 '백두산생수'를 국내에 출시한 데 이어 커피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농심은 현재 웰치주스와 탄산음료, 소수의 차류 등을 보유하고 있다. 유통망 확보를 위해서라도 인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음료부문에서 작년 매출액은 2511억원, 올해는 257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종합식품기업으로 변모를 꾀하는 동원F&B 역시 웅진식품에 눈독을 들일 만하다는 게 식품업계의 관측이다. 지난 2010년 해태음료 인수에서 LG생활건강에 고배를 마신 바 있는 동원F&B는 이후 M&A에서 한걸음 물러난 상태다.
동원F&B의 음료는 보성녹차와 같은 차류와 동원샘물이 주종이다. 이중 보성녹차는 유통망이 여유롭지 않아 판로가 좁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동원F&B는 웅진식품을 인수해 유통망을 넓히는 동시에 음료업계의 시장점유율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 윤석금, 다시 출판업으로 돌아가나
2010년만해도 웅진식품은 2015년까지 5개 브랜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운다는 원대한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록매실, 아침햇살, 하늘보리 등은 다른 회사에 없는 독자적인 음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웅진식품은 모기업의 몰락과 함께 다른 회사로 넘어가게 됐다.
모기업인 웅진그룹은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 등 태양광사업과 건설, 저축은행 등 무리한 사업확장을 시도하면서 위기를 자처했다. 웅진코웨이마저 울며 겨자 먹기로 사모펀드에 팔아 치웠다. 앞으로 웅진식품 외에도 웅진케미칼, 웅진플레이도시, 웅진에너지, 웅진폴리실리콘 등을 매각해 채권단의 빚을 갚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웅진그룹에 남는 건 매출액 7758억원의 웅진씽크빅이 전부다. 브리태니커 사전을 팔며 출판업을 시작했던 윤 회장으로선 다시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는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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