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는 794년 수도로 지정된 뒤 1869년 도쿄로 천도할 때까지 일본의 수도로 기능한 천년고도다. 그렇다고 이제는 역사 속에서 화려했던 옛 추억을 반주하는 퇴락한 도시는 아니다. 닌텐도를 비롯한 여러 일본 기업이 교토에 본사를 두고 있다. 또 '지텐샤(自轉車)' 즉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되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평일인 25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스크를 쓴 어르신부터 주부, 그리고 교토 지도를 앞바구니에 실은 푸른 눈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었다. 사적지와 고찰의 엄숙함과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뿜어내는 역동성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교토고쇼로 향했다. 1331년 고곤 일왕이 즉위식을 가진 이래 오랫동안 일왕의 궁궐로 사용된 곳이다. 그런데 왕궁의 남문인 겐레이몬 앞의 한 줄기 자국이 눈에 띄었다.







의문은 곧 풀렸다. 수많은 시민들이 왕궁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교토고엔을 자전거로 오간다. 그런데 왕궁의 격을 위함일까. 바닥을 자잘한 돌로 깔아놓았다. 자전거로 오가기에는 힘이 많이 들고 불편하다. 자전거를 탄 사람을 위해 주요 동선에 이와 같은 간이 자전거 길을 조성해 놓은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옛 왕궁을 보러 오기 때문에 관리가 되지 않으면 자전거 길은 금새 발길에 잔돌이 채여 휩쓸려 버리기 쉽다. 교토시야쿠쇼(京都市役所, 교토시청)는 교토고엔을 통행하거나 배회하는 시민을 위한 자전거 길을 관리할 뿐 아니라 고쇼 관광객을 위한 자전거 주차장도 충실히 마련해놨다.







<b>◇교토를 자전거로 여행하려면…</b>조선초 한양에 정궁을 정할 때 무학대사가 "관악산의 화기를 피해야 한다"며 궁문을 동쪽으로 낼 것을 주장하자 정도전이 "천자는 남면하는 법"이라고 반대하여 경복궁 전체가 남쪽을 향해 건설되고 정문인 광화문도 남쪽으로 났다.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수도 건설법에 따라 지어진 교토도 마찬가지다. 왕궁인 교토고쇼가 정남향을 향해 건설되었고 이에 따라 주요 도로가 정동에서 정서로, 정남에서 정북으로 교차해서 나 있다. 주요 관광지가 반경 8km내에 소재해 있어 자전거와 지도, 나침반만 있으면 주요 명소를 자전거로 여행하기에 최적이다.



교토에는 관광객을 위해 자전거를 유료로 대여하는 '렌탈 지텐샤 숍'이 있다. 교토 시버스 1일 자유이용권(500엔)보다 비싸지만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는 느낄 수 없는, 무한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버스 차창 너머로 '저 가게는 뭐하는 가게일까'라는 궁금증을, 교토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는 지나가다 멈춰 들러봄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일본의 전통 숙박시설인 료칸에서는 투숙객에게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기도 한다. 난젠지(南禪寺) 인근의 '료칸 야치요' 등이 그렇다. 숙박시설을 예약할 때 자전거 무료 대여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토(일본)=정도원 기자 united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