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낮아져 자동차보험료 인하효과 기대
 
"외제차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자가용을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조언이다. 외제차와 사고가 나면 수리비와 렌트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외제차를 수리하려고 맡겼는데 차량가격보다 수리비가 더 많이 나왔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외제차의 높은 수리비는 비단 외제차 운전자에게만 불편을 끼치는 게 아니다. 높은 수리비로 인해 지급보험금이 높아지면 손해율에 영향을 주고 이는 곧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국산차 고객의 보험료로 외제차를 수리해준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높은 수리비로 인해 '도로위의 흉기'로 불리는 외제차 수리비가 낮아질 가능성이 열렸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외제차 수리비 폭리 근절법'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이번에 발의된 법안이 통과, 이행되면 누수되는 보험금을 줄여 보험료 인하효과를 볼 수 있다며 반색하고 있다.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외제차 부품 및 수리에 관한 비용이 투명해지면 아무래도 낭비되는 보험금을 줄일 수 있다"며 "보험료 인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높은 수리비는 보험료 부담의 원인

민병두 의원은 지난 6일 이른바 외제차의 수리비 폭리를 근절하기 위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는 "외제차의 수리비 폭리는 부품에 대한 공급독점과 부품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라며 "'경쟁촉진형 부품시장' 조성과 '소비자 알권리 강화'를 통해 수리비 폭리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경쟁촉진형 부품시장 조성'을 위해서는 '부품자기인증' 면제가 필요하다. 외제차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 부품은 특정 브랜드 부착 상품이 아니더라도 성능과 품질이 동일 또는 유사한 부품을 사용해 부품비를 절감할 수 있다.


손보업계는 외제차 부품 공급을 활성화시키면 수리비뿐만 아니라 렌트비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제차 수리기간이 짧아지면 그만큼 렌트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다.
 
민 의원이 지난 3월 손해보험 상위 3개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독일 4개사의 평균 수리일수는 6.5일이었다. 현재 국내 수입차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4개사는 국산차 수리일수인 4.5일에 비해 1.51배 정도 길다. 긴 수리일수는 자동차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렌트비용을 늘린다. 실제 독일 4개사의 평균 렌트비는 119만6000원으로 국산차의 33만2000원에 비해 3.60배 높다.
 
◆'퀵샵' 횡포 막을 수 있을까?

민 의원은 수리비 개선을 위해 시간당 공임, 작업시간 등 세부 수리내역도 소비자에게 안내하도록 했다. 정비업자의 수리비 청구내역의 투명성을 높이고 폭리를 차단해 소비자 피해를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을 통해 민 의원은 외제차 수리시장에서 만연한 '퀵샵'(자동차부분정비업)의 자동차수리비 부풀리기도 방지할 계획이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퀵샵이란 부분수리업체를 가리킨다. 제작사 딜러인 수입차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간단한 경정비 및 A/S만 가능하고 판금이나 도색을 할 수 없다.

예컨대 소비자가 퀵샵에 차량 수리를 맡기면 해당 차량은 판금과 도색까지 가능한 '센터'로 보내진다. 이 과정에서 퀵샵은 일종의 중간마진을 챙기기 위해 수리비를 부풀린다. 현행법상 퀵샵 등은 자동차수리 시 법률에서 규정한 '수리범위를 초과한' 수리비 견적서를 발행할 수 있다. 민병두 의원은 "과잉 견적서 발행으로 수리비를 과잉으로 청구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과 밀접한 중요사항이므로 이에 대한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렌트업계에 퍼진 리베이트 관행을 고치기로 했다. 자동차 수리와 관련해 렌트업자가 정비업자나 견인업자로부터 사고차량을 소개해주고 알선 수수료를 받는 행위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현행법상 견인업자가 정비업자에게 리베이트를 받을 경우 처벌되지만, 렌트업자는 관련 법규에서 제외돼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는 렌트업자가 의도적으로 렌트비가 비싼 차량을 빌려주는 관행을 불러온다"며 "이 역시 보험금 누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손보업계,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하효과"

손보업계는 비싼 외제차 수리비가 손해율 인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외제차 등록대수가 증가하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점유율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와 관련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외제차 등록대수는 74만7000여대로 총 등록대수의 4%를 차지했다. 이중 일반 외제승용차의 경우 60만3745대로 전년대비 20%가량 증가했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의 외제차 점유율도 9.8%로 2.0%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국산차 점유율은 90.2%로 3.5%포인트 감소했다.

외제차의 점유율 상승은 지급보험금 증가로 이어졌다. 2011∼2012년 손보사 상위 5곳의 국산차 지급보험금 증가율은 1.9%였던 반면, 외제차는 25.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외제차 지급보험금은 약 6541억원으로 전체 지급보험금의 18%를 차지했으며 외제차의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FTA로 인해 앞으로 외제차 증가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한·EU FTA로 인해 유럽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관세는 8%에서 5%로 내려갔다. 오는 2014년에는 이마저도 철폐된다. 한·미FTA로 인해 미국산 자동차 관세도 4%로 인하됐으며 오는 2016년 1월부터 철폐될 예정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외제차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 외제차 수리비와 지급보험금의 증가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될 것"이라며 "이는 보험료 인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손보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험금 누수가 줄어들어 보험료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보험료 인하를 위한 손해율 절감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올해 안으로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