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2%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줬다.' 투자자문사의 선전문구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얘기다.
연준의 양적완화에 힘입어 다우지수는 4년2개월동안 135%나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땡큐 연준, 땡큐 버냉키'를 외치고 있지만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양적완화 정책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양적완화 정책이 부자들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상위 7% 부자들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순자산 가치를 30% 가까이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양적완화 정책이 고용을 개선시키는 등 미국경제 회복에 기여한 건 분명하지만 결과적으로 '빈익빈 부익부'라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다우지수, 4년2개월來 130% 급등…땡큐 버냉키
S&P500지수가 지난 5월3일(이하 현지시간) 16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다우존스지수도 5월7일 사상 처음으로 1만5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다우와 S&P500지수는 5월20일까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사상 최고', '신기록'이라는 단어가 지겨울 정도로 랠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뉴욕 증시 랠리의 일등공신은 '유동성의 힘'이다. 연준의 초저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자금이 증시에 흘러들어가면서 시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난 후 연준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2009년 3월부터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에 '돈 풀기'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매달 850억달러의 자산을 매입하는 '무제한' 3차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해 현재도 추진중이다.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에 나선 지난 2009년 3월부터 다우지수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저점이었던 지난 2009년 3월9일(6547.05) 이후 4년2개월간 다우지수의 상승률은 무려 135%에 달했다. 1년에 32%씩 급등한 것이다. 2009년 3월에 10만달러를 주식에 투자했다면 지금은 23만5000달러가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우지수는 지난해 2월1일 1만4000을 넘어선 후 1년3개월만에 1만5000까지 돌파했다. 하지만 다우지수의 역사를 보면 1만4000에서 1만5000선까지 오는 데는 무려 5년9개월여가 걸렸다. 다우지수가 1만4000선을 처음으로 돌파한 게 지난 2007년 7월19일이기 때문이다.
2007년 7월19일 사상 첫 1만4000선을 돌파한 다우지수는 이후 8% 하락하다 그해 10월1일 다시 1만4000선을 찍은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3월까지 장기간 하락했다.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만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1999년 3월16일이며, 장중 1만0001.78을 기록했다. 종가로 1만선을 뛰어넘은 것은 1999년 3월29일이다. 1만에서 1만5000선을 돌파하는 데 14년 1개월여가 걸린 것이다.
이는 최근 증시 랠리에 연준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티븐 벌코 롬바르드오디어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양적완화가 시장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후 빈익빈부익부 심화..'7대 93 시대'
연준이 양적완화를 실시한 목적은 고용시장 개선 등을 통한 경제회복이다. 연준은 실업률이 6.5% 위에서 머물고 1~2년간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2.5%를 넘지 않을 경우 현재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연준의 양적완화로 인해 고용이 개선되는 등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인플레이션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과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벤 버냉키 연준 의장도 최근 "장기간 저금리에 따른 시장 참가자들의 과도한 위험추구 행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이 돈을 그렇게 많이 풀었다는데 왜 나에게는 돌아오는게 없지"라는 얘기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양적완화로 풀린 저리의 자금은 부자들을 더욱 부유하게 만들었지만 미국 근로자들에게는 그만큼의 효과를 창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가 바람직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회사인 퓨 리서치센터가 4월 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소득 상위 7% 가구의 순자산은 28% 늘어난 반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93% 가구의 재산은 4% 줄었다. 상위 7% 부유층의 자산가치는 2009년 250만달러에서 2011년 320만달러로 증가한 데 반해 나머지 93%의 미국인은 같은 기간 자산가치가 14만달러에서 13만4000달러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상위 7%의 재산은 2009년 일반가구 자산의 18배였으나 2011년에는 24배로 늘어났다. 이는 미국이 '2(상위 20%)대 8', '1대(상위 10%) 9' 시대를 지나 '7(상위 7%)대 93'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퓨 리서치센터의 리처드 프라이 이사는 "경기 침체와 회복과정에 부의 불평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연준, 양적완화 축소의 딜레마…축소 시점은?
양적완화가 미국의 경제회복에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됐다"는 비판까지 받는 등 양적완화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에 따라 연준이 양적완화를 언제까지 지속할지, 양적완화 축소와 종료시점은 언제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연준의 통화정책회의는 오는 6월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시장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도 양적완화 지속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논란에도 불구하고 증시 랠리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연준 입장에서도 미국경제와 고용시장이 아직 본격 회복된 것도 아닌 시점에서 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양적완화가 상당기간 지속되면 부작용도 커질 수밖에 없어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