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를 막론하고 활발하게 진행되는 아트 콜라보레이션 필드에서 패션만큼 빠르고 섬세한 속도로 아티스트와 긴밀한 협업을 이루고 있는 분야는 없을 것이다.
예술과 패션의 만남은 어느덧 낯설지 않은 협업으로, 일상 속에서도 아티스트의 작품이 들어간 패션아이템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1965년 겨울, 이브 생 로랑의 '몬드리안 드레스'가 이목을 끈 이후 다양한 패션브랜드와 아티스트간의 협업이 이뤄졌으며, 협업의 형태 또한 진화했다.
작가의 작품이 패션아이템 속으로 들어가는 일반적인 콜라보레이션 뿐 아니라, 작가 특유의 감성을 가진 브랜드의 이미지가 작품 속에 등장하기도 하는 등 패션과 예술은 상호간의 협업으로 다양한 문화적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예술 속으로 들어간 패션
마리 로랑생의 '코코샤넬의 초상'에 표현된 세기의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의 초상을 보면 몽환적인 관능미가 느껴진다. 우아함의 기념비적인 모습으로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샤넬의 로고는 현대사회의 소비주의의 산물이자 럭셔리를 상징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많은 작가들의 영감이 됐다.
일본에서는 <샤넬모빌 아트>(Chanel Mobil Art)전을 통해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들이 샤넬에 영감을 받은 작품을 내놓기도 했으며, 국내에도 팝아트를 필두로 한 수많은 작가들이 샤넬의 이미지를 작품 속에 직접 차용하며 브랜드의 이미지를 재해석했다.
당시 샤넬의 디자인에서도 입체파 회화의 코드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패션과 예술의 상호적인 영감의 교류를 드러내는 모습이기도 하다. 침묵과 절제의 철학인 미니멀리즘 역시 패션과 예술에 적지 않은 영감이 됐다.
도널드 저드의 '특수한 오브제' 개념은 일체 설명을 생략한 단순한 오브제로 절제의 미학을 드러냈다. 질샌더, 아르마니, 캘빈클라인 등은 미니멀리즘이 반영된 침묵과 절제의 패션을 선보여 왔다.
특히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로고는 작가로 하여금 동시대의 현실을 해석하게 해주는 하나의 코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굴지의 기획전시나 아트페어에서 작품 속에 직접적으로 패션브랜드 로고가 등장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렇듯 패션브랜드의 정체성은 주로 럭셔리의 상징, 물질만능주의를 드러내는 징후가 돼 관객과 소통하는 코드로 치환되곤 한다. 브랜드의 직접적인 차용뿐만이 아니라 의류나 구두, 핸드백 등의 패션아이템들은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반 고흐의 작품 '신발 한 켤레'에서는 고흐의 곤궁했던 삶의 편린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하며, 앤디 워홀의 구두작품은 패션아이템이 워홀의 감각을 경쾌하게 자극하기라도 한 듯 리드미컬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패션브랜드와 아이템은 예술가들의 예민한 영감의 대상이 되어 작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