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신창원 기자

"갑(甲) 중의 갑 행세를 하고 있다."
"4대강 사업 부채를 국민 혈세로 해결한다고?"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를 향한 비난 여론이 심상치 않다. 남양유업 사태 등 '갑의 횡포'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한 상황에서 최근 수공은 수년 전 발생한 내부 직원의 용역업체 간부 폭행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곤경에 처했다. 여기에 방만한 경영으로 부채 공기업의 대표사례로 지목되는가 하면, 4대강 사업의 부채를 '수돗물 인상'으로 처방하려 한다는 오명까지 받았다.

경인운하 물동량을 놓고는 수공 측이 4배가량 '뻥튀기'했다는 '멍에'도 씌워진 상황. 수공을 향한 전방위적인 비난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던 수공이 정작 공기업의 '물'을 흐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섞인 평가도 나온다.

◆'밝혀진 진실'…수공 직원, 용역업체 간부 폭행

최근 수공을 겨냥한 '불편한 여론'은 6년 전 발생한 수공 직원의 용역업체 임원 폭행사건이 박기춘 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드러난 게 발화점이 됐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수공 본사 사무실에서 30대 수공 대리가 "제출한 설계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50대의 용역업체 이사에게 두꺼운 책을 집어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용역업체 이사는 안경이 부서졌고 안경유리가 눈 옆에 박히면서 실명 위기까지 겪었다. 응급실에 실려간 후 피해를 입은 이사는 즉시 경찰에 고소했지만 '갑을 관계'상 수공에 대한 소를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사건의 전말.

최근 해당 피해자가 인터넷 등을 통해 당시 상황의 억울함을 호소했고 박 의원 측이 수공에 확인하자 수공은 폭행사실을 인정한 후 뒤늦게 문제의 직원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박 의원은 "국민을 상대하는 정부 산하 공기업의 횡포는 사기업 횡포보다 죄질이 더 불량하다"며 "정부와 국토부는 산하 공기업 전반에 대한 조속한 실태파악과 근절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수공 관계자는 "불미스런 일이 생겼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우리 직원이 책을 책상에 던졌는데 묘하게 안경에 맞았다. 용역업체와는 이 같은 불미스런 일이 간혹 있을 수 있는데 마치 모든 업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공교롭게 이 사건은 최근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이 '동반성장헌장'을 공표하며 "협력업체와 사업을 추진하면서 갑을관계가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보겠다"고 강조한 시점에서 불거져 논란을 키웠다.
 

◆경인운하 물동량 4배 '뻥튀기' 들통

직원 폭행사건과 함께 수공은 최근 경인운하의 물동량을 허위로 발표한 사실이 밝혀져 더욱 난처해졌다.
지난 6월17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문병호(민주당) 의원은 수공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인운하 물동량 세부자료를 공개하면서 "수공이 경인운하 개통 1년 동안 처리했다고 주장해온 54만톤의 화물(일반 14만톤, 컨테이너 40만톤) 대부분이 갑문을 통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 의원에 따르면 서해갑문의 경우 수공 측이 54만톤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14만4000톤으로 26.7%에 불과했고, 한강갑문 역시 2만6000톤으로 수공이 주장한 54만톤의 4.8%에 불과했다.

문 의원은 "물류기능이 주목적인 경인운하의 사업목적에 비춰보면 최소한 양쪽 갑문을 통과하지 않은 화물은 사실상 경인운화와 관계없는 화물"이라며 "물동량의 대부분이 갑문을 통과하지 않았는데 이를 경인운하 물동량으로 계산하는 것은 (수공이) 편익을 부풀려 국민을 속이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한 입장발표 요청에 수공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 천문학적인 부채, 수돗물값 올리면 된다?

공기업도 기업인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는 게 시장의 논리다. 특히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은 경영부실이 혈세 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영실적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 수공의 막대한 부채규모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수공은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맡으면서 지난 2008년 1조9000여억원이던 부채가 2010년에는 8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는 무려 13조7000여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만 19.6%에서 121.9%로 악화된 셈.

2008년 이후 이명박 정부 5년간 통틀어 부채만 총 11조원에 이른다. 비록 지난해 30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수공의 만성화된 부채구조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 이 때문에 수공은 연간 금융부채 이자로만 3500억원, 하루 기준으로는 9억8000만원을 국민혈세로 메우고 있다.

수공은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011년 'A등급'이던 경영등급이 지난해 'B등급'으로 한단계 떨어졌다. 그러나 이 등급도 알고보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부채규모에 비하면 지나치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게 업계의 판단. 정부가 8조원의 4대강 부채를 제외해줬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정부 사업대행이나 공공요금 억제로 부채가 늘어난 한국토지주택공사나 한국전력에는 그 어떤 '특혜'도 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의 '돌출발언'으로 수공은 또 한번 궁지에 몰렸다. 지난 19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서 장관이 "수공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물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그는 "부산 에코델타시티 등 친수구역사업으로 수공 부채 절감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물값을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그동안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도요금을 인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결국 수공으로 '비난의 추'가 옮겨가는 역할을 했다.

한편 서 장관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국토부와 수공은 서둘러 물값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해명자료를 뿌리며 사태를 봉합했다. 양측은 "물값은 수돗물 공급에 소요된 원가만 반영하도록 관계법령에 규정돼 있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투자된 재원 회수를 위한 물값 인상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 장관 본인도 21일 해명자료를 통해 "현재 물값 인상을 검토한 바 없으며, 인상 계획도 없다”고 뒤늦게 수습했다.

깨끗한 물처럼 깨끗한 공기업을 표방하던 한국수자원공사. 지금은 공사 스스로 '수질검사'를 해봐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