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리점과 판매점이 가격을 오인하도록 하거나 부당하게 차별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홈페이지에 단말기별 출고가와 보조금, 판매가격을 공시해야 한다.

 

제조사의 경우에는 차별적 보조금 지급 행위와 관련하여 조사·제재받을 수 있게 되었고, 특정 이동통신사를 부당하게 지원하지 못하도록 정당한 사유없는 부당한 차별을 제재한다.

 

◇ 미래부의 새로운 정책 발표, 휴대폰 요금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미래부의 이러한 정책 발표에도 실효성이 의심되는 것은, 정부가 휴대폰의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정책을 제시한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1년 이후 지식경제부에서는 통신 서비스 제공자 다양화를 위한 소위 알뜰폰(MVNO)을 도입했다. 이듬해 초 휴대폰 정가와 통신 요금을 분리하여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고 가격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휴대폰 가격 표시제’를 시행하였다.

 

또한 자급제(Blacklist제)를 도입하여 단말기 유통경로를 다양화하였으나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일반화된 휴대폰 유통은 위 표와 같은 ‘제조사-이동통신사-대리점-판매점’ 방식이다. 이 중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출고가격과 공급가격의 차이, 다양한 보조금으로 인한 가격 및 시장 지배 구조의 왜곡이다.

 

이는 정보의 필수재화(化)와 더불어 △ 지속적인 수요 유지를 통해 통신시장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정부 정책 △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이통사 중심의 대량 판매를 통해 기기의 원가 상승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재고 부담을 축소하고, 고가 마케팅을 통해 경쟁사 대비 시장지배력을 지속적으로 확대/유지하려는 제조사 △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보조금을 미끼로 한 고객 확보를 통해 전체적인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이통사, 세 가지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 왜곡된 단말기 유통 구조의 결과물
그리고 이런 유통구조에서는 단말기 가격이 정확히 추정되지 않는다. 정상적이라면 소비자의 탐색 비용이 감소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보조금이 좀 더 많은 곳을 찾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되었다.

 

또한 기업이 제시한 가격을 소비자가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수 장기 고객에 비해 통신사 이동과 같은 일부 특수한 경우의 소비자들이 더 큰 이득을 보는 기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동통신사도 보조금 경쟁이라는 호랑이 위에서 내려오질 못하고 있다. 주요 이동통신사간 번호이동은 2012년 1,245만 건으로 2007년 대비 22.2%가 올랐고, 주요 통신사의 마케팅비는 2012년 6조 3,658억 원으로 전년대비 10.7%나 증가했다.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각각 막대한 보조금을 들여 서로 고객을 빼앗고 빼앗기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개선방안은 그간의 수요 창출 위주 정책의 부정적인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것을 암암리에 인정하면서, 동시에 보조금으로 대변되는 단말기 가격의 왜곡이 경제 활성화와 더 큰 수요 창출을 일차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 데 의의가 있다.

◇ 근본적인 유통구조 변화가 필요
그렇다면 단말기 가격의 왜곡 현상을 막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정부가 진작에 추진했던 것처럼, 다양한 시장 주체와 유통 경로를 개방하여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실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이동통신사와 소매점으로 유통경로가 다각화되어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2년 세계 휴대폰 유통 채널 비중은 이동통신사가 40.8%, 소매점이 59.2%를 차지한다.

 

주요 유통매장에서 휴대폰 구매가 손쉽게 이뤄짐에 따라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소매업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가격인하 효과도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이 정상적인 상태라는 전제가 있어야만 한다. 정부가 단말기 자급제를 시행한지 1년이 되었음에도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5%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기존의 유통구조가 너무 공고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제조사는 유통사의 눈치와 기존 물량의 안정적 소화를 이유로 최신 제품의 판매를 꺼리고, 고객들은 보조금 등으로 인해 기존과 크게 가격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더구나 현장에서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 측면에서 15년 이상의 격차를 일시에 좁히기는 쉽지 않다.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동통신산업 성장기부터 단말기 판매처를 다양화했으나 우리는 그러지 못했기에 생긴 격차다.


◇ 보조금만 잡아서는 부족하다
따라서 보조금을 잡으려는 정부의 의도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자급제나 알뜰폰의 독자적 생존 측면만 따져봐도 충분하지 않다. 새로 이통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이 가격이나 단말기 외에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서둘러 갖춰야 하는 이유다.

 

물론 단기간에 기존 기업들과 같은 역량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역량을 결집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종업원을 고객에게 파견하거나 정보의 제공 방법을 온라인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기존 이통사들도 수익 창출에 대한 관점을 수정할 때가 되었다. 시장의 포화와 통신 속도의 발달이 가져온 결과다. 일례로, 지난 3월 무제한 음성통화 출시는 음성통화 위주로 이루어진 기존 수익 기반이 데이터로 바뀌게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LTE로 대변되는 평균 속도의 증가는 앞으로 더욱 빠른 기술이 개발된다고 해도 소비자가 느끼는 차별점이 줄어들게 할 것이다. 여기에 이미 시장이 포화된 상태임을 감안한다면, 더 이상 고객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비용을 감당하고 수익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것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기존에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수요에 더욱 세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서비스 체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기존 기술을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 일종의 서비스 모듈화와 세분화를 통해 고객의 욕구를 최대한 만족시키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한편, 새롭게 적용되는 기술을 사용하는 고객의 경우 좀 더 포괄적인 과금 체계를 적용하되 기존 기술 고객과 훨씬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보조금 지급을 완전히 막는 조치가 아니라는 것과 단말기 가격의 고가 책정을 유도하는 또 하나의 주체인 제조사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벌써부터 노출하고 있다.

 

또한 정부 정책에 대해 기존 이통사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판가름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오랜 기간을 사용하는 고정 고객들이 ‘바보’나 ‘호갱(호구 고객)’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이번 법률 제정 한번으로 이통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