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디자이너 이브 베하, 에시르 코펜하겐과의 콜라보레이션 휴대폰의 경우 IT의 짧은 주기에 작품이 가지는 영속성의 이질적인 가치를 접목한 예로 볼 수 있다. 채 3년을 넘기기 힘든 IT 제품에 고급스러운 재료와 디자인으로 심미적 가치로서의 의미를 제시한 것이다. 4만2000유로(6600만원)에 달하는 가격의 이 휴대폰은 IT 제품을 평가하는 기준인 기능적인 측면보다 디자인에 더욱 충실한 모습으로, 기능과 미적 가치의 중간 지점에서 예술적 디자인이 기능의 측면에 도전하듯 공학적 산물에 온기를 입혔다.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나타나는 공학과 예술의 만남뿐 아니라 공학적 지식을 근간으로 한 순수 예술작품도 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네덜란드 출신의 예술가 테오 얀슨은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키네틱 아트 작업을 이어나가는 작가다.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BMW 광고카피의 주인공으로, 물리학을 전공한 작가의 치밀한 공학적 지식이 바탕이 된 작품은 과학과 예술의 접점에서 오는 감동을 드러내왔다.
미디어 아트 역시 공학과 예술이 만난 대표적인 사례다. 공학과 예술의 접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미디어를 통한 동서양의 만남을 제시한 백남준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잘 알려진 이이남 작가는 동서양의 고전명화를 영상으로 재해석하며 주목받았다.
평면에 머물던 사군자가 바람에 움직이는 형상은 보는 이들의 따뜻한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조선시대의 신윤복, 김홍도의 그림이나 서양의 명화들이 미디어 작품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은 것이다.
인터렉티브 아트는 공학적 기술이 근간이 된 작품으로, 공학적 발전이 직접적인 예술적 영감이 된 예다. 이렇듯 IT의 발전은 예술가에게 주는 영향이 적지 않다. 직접적인 기기와의 만남이 아니더라도 평면 회화작가들에게는 일일이 프린트되던 이미지 샘플이 태블릿 PC로 옮겨지게 됐고, 프로젝터나 프로그램이 회화적 기능을 돕는다. 스케치북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 아이디어 스케치가 쌓이기도 한다. 새로운 공학적 발전은 예술가의 작업 가능성에도 기대를 갖게 한다.
예술과 공학은 극도로 상이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더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 기능에 덧입혀진 예술의 한계를 넘어, 기능과 심미적 가치 사이를 도전하듯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는 공학과 예술의 만남. 공학적 산물에는 온기를 더하고 예술작품에는 역동적인 생기를 주며 꾸준히 가능성을 개척해나갈 것이다.
☞ 프로필
☞ 전편 보기
<지금까지 이 시리즈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