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들을 준비가 돼있다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대화는 간단하게 준비되지 않는다. <듣는 힘>은 ‘잘 듣는 것’이 주는 효과는 물론이고 ‘잘 듣기 위한 방법’을 꼼꼼하게 실전 케이스 스터디 형태로 다루고 있다. 인터뷰가 직업인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는 실천적인 내용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최고의 듣기는 마음을 듣는 것이다.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궁극적으로 화자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힘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대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모두 경청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듣는 힘’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헤아려야 하는 상대의 마음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는 우리가 듣길 원하는 것만 듣는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듣게 되면, 앞서 이야기한 감정소통이 가능하다. 말하는 단어 이면의 상대 마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의 상황이라면, 그가 하는 이 말은 어떤 감정이 있는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실린 정보뿐만이 아니라 메시지(의도)를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외국어시험에는 듣기 능력평가가 있다. 단순하게 언어의 기능적 측면(의사소통)만을 위한 평가다. 하지만 대개의 언어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전달한다. 개인이 경험한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대화가 통하는 수준이라고 한다면 이런 문화적 맥락까지를 포함하는 소통역량을 의미한다. 자, 이제 나의 듣기능력을 가늠해 보자. 나는 상대와의 대화에서 어디까지를 들을 수 있는지.
소통에 대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나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방법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나를 버리고 너를 넣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들어주는 것이 소통에 발휘하는 힘은 여기서 나온다.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고 마음을 열게 만드는 것은 더 강력한 무기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나부터 무장해제를 하는 것이다. <듣는 힘>의 교훈은 커뮤니케이션 기술로서 듣기가 아닌 좋은 관계 맺기의 수단으로서 소통을 위한 듣기를 강조한다는 데 있다.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은 상대가 아니다. 상대가 꽉 막힌 게 아니라 내가 꽉 막혀있을 수 있다. ‘듣는 힘’은 스스로 꽉 막힌 나를 뚫어내는 힘을 말하는 것이다. 모두가 “내 이야기를 들어줘”라고 소리치는 시대다. 이제는 스피치 학원이 아니라, ‘리스닝 학원’이 경쟁력 있는 시대가 됐다. 말하기가 아니라 마음듣기가 더 절실히 요구된다.
아가와 사와코 지음 | 흐름출판 펴냄 | 1만2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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