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인수한 삼성물산이 '공룡 건설사'로 탈바꿈할지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사진=머니위크DB)


삼성물산·엔지니어링 합병 가능성은?
지분 매입했을 뿐인데… '說說 끓는' 합병설
"이러다 초대형 공룡 건설사가 탄생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직은 설에 불과하지만 최근 정황과 그룹 특성상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해요." (A건설사 관계자)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이 불거지면서 건설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삼성물산 측은 "업무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식을 매입했을 뿐"이라며 합병설을 일축했지만, 주가 폭락이 이를 반증하며 합병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지난 5일 4% 가까이 떨어졌고, 7일에도 1%가량 하락한 5만3700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엔지니어링 주식매입 이유

이번 합병설은 지난 2일 오후 5시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장내 매입하면서 불거졌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 0.6%를 보유한 특별관계자로 추가됐고, 삼성엔지니어링 특별관계자 보유주식비율이 직전 19.37%에서 19.98%로 상승했다.

이는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이 실적 부진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인 만큼 관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증권가에선 관련 리포트가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HMC투자증권은 국내 최대그룹인 삼성이 계열사 주식투자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으려고 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판단, 계열사 지원이나 소유권 강화 등 2가지 목적 중 하나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열사 지원이나 소유권 강화를 위해서는 우선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가 필요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분이 적더라도 주주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삼성물산은 향후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주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 참여는 결국 장기적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위한 수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후계구도 안착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물산과 엔지니어링은 사업특성상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자식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게 되면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고, 불화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라며 "72세인 이건희 회장의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물산과 엔지니어링을 합병해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그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적지 않은 사업에서 충돌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부다비 LNG저장 및 터미널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양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이에 앞서 사우디 전력청이 발주한 라빅 민자발전소 프로젝트에서도 진검승부를 펼친 바 있다.

◆'합병' 이뤄지면…'실'보다 '득' 많다
그렇다면 과연 두 회사에게 합병은 득일까 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언급된 양사의 사업 충돌부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 첫번째 이유다. 이광수 연구원은 "지금은 하나의 그룹 안에 건설회사가 2개 있는 꼴"이라며 "두 회사의 합병은 그룹 입장에서도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합병을 통해 장기적 차원에서 성장성이 증가될 수 있다는 것. 이는 국내외 건설회사의 성장스토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연구원은 "해외건설사 중에서는 프랑스 'Vinci', 독일 'Hochitief' 등이 합병을 통해 높은 성장과 수익성을 회복했다"며 "국내건설사 중에서는 대림산업이 1999년 외환위기 직후 사업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으로 대림엔지니어링을 합병했고, 같은 해 GS건설도 LG엔지니어링을 합병해 시너지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최근 해외수주 확대를 통해 성장 중인 삼성물산도 에너지·발전 플랜트 등 삼성엔지니어링의 특화된 기술을 접목시키면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설마"…건설업계 뜨거운 반응

'공룡' 건설사 탄생 여부에 건설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설마 정말 합병을 하겠느냐"면서도 내심 합병 시 밀려올 여파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A건설사 관계자는 "합병을 위해서는 비용·인원감축 등의 리스크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아무리 삼성그룹이라도 결코 쉽게 결정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만에 하나 정말 합병을 하게 된다면 매우 위협적인 초대형 건설사가 탄생해 업계 전반에 긴장감을 조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건설사 관계자도 "물산과 엔지니어링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내 계열사 간 합병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수차례 나왔지만 그저 '설'로 끝났다"며 "이번에도 그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악재 등 최근 분위기로 봤을 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발표한 '2013년 시공능력평가'에서 2위를 차지한 삼성물산은 1위인 현대건설과 시공능력평가액이 1조원가량 차이가 났다"며 "만약 물산과 시평 11위 엔지니어링이 합병을 한다면 시공능력평가액만으로 추정해 봤을 때 단숨에 1위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받은 것도 아니고 지분만 매입한 것인 만큼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면서 "이후 또 다른 액션이 있다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