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지역의 위치에 따라 성장과 쇠퇴가 다르게 나타나고 차별화가 진행되는 현상은 어느 도시나 비슷하다.

부산에서 현재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의 금강제화 부속토지로, ㎡당 2300만원이다. 하지만 2000년까지는 중구 광복동 옛 미화당백화점 자리가 노른자위의 명성을 오랫동안 유지했었다. 이곳은 1990년대초만 해도 서울 명동과 땅값이 거의 비슷했고 강남역 앞보다 3배 높았다. 미화당백화점은 부산의 첫 백화점으로 1949년 12월 문을 연 뒤 광복동의 랜드마크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중구의 북쪽으로 도시가 팽창함에 따라 동서남북으로 뻗는 중심대로가 교차해 교통의 요지가 된 서면이 부상하게 됐다. 2002년 8월에는 지하철 2호선이 완공되고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의 환승역이 서면에 생기면서 서면의 발전이 더욱 빨라졌다. 2003년 부산지역 최고의 땅값은 중구에서 부산진구 부전동으로 옮겨왔다. 최고 상권이 역사적 의미가 깊은 남포동지역에서 서면으로 이동한 것이다.

광복동2가 6-5번지는 1990년 ㎡당 땅값이 2400만원이었고 1992년에는 3000만원까지 올랐으나 그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올해는 1720만원까지 내려왔다. 반면 부전동 254-20번지는 1990년 2200만원에서 올해는 2300만원으로 큰 변동이 없다. 부산에서는 최고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부산이 서울만큼 성장세가 높지 않아 현상유지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광주 충장로 2가 15-1에 있는 의류판매장 자리로, ㎡당 980만원이다. 그러나 1990년에 비해서는 25% 하락한 것이며, 최고점이었던 1993년에 비해서는 거의 반토막에 가까운 수준이다. 울산광역시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당 900만원으로 광주의 최고지역보다 8%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1994년에 비해서는 4.5배 올랐고 지난해보다도 9% 상승하는 등 성장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조만간 광주와 울산 최고지역의 땅값이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 상업지의 성장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최고의 부자도시가 울산이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국가경제가 내수는 어렵지만 수출은 상대적으로 잘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울산 공업지역에는 현대그룹을 비롯해 잘 나가는 수출주도형 대기업이 많기 때문에 1인당 지역내총생산, 지역총소득, 개인소득이 전국 최고를 나타내고 있다.

도시간 비교 시에는 도시의 경제력과 시민의 소득수준 변화에 따라 상업지 성장성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상권 따라 땅값도 '천차만별'

이처럼 상업지역은 도시의 발전과정, 상권의 이동으로 인한 땅값의 부침이 심하게 나타난다. 신흥지역이 개발되고 신흥상권으로 유동인구가 옮겨가면서 구도심 상권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새로운 계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쉽게 반전되지 못한다.

지방보다는 상업지의 성장세가 훨씬 높은 서울에서도 근래 들어 구도심의 일부 상권이 퇴조세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동북지역의 미아·수유 역세권이 노원·대학로 상권에 점차 밀리고 있다.

상업지 땅값은 일단 상권이 퇴조하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겪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따라서 상업지부동산 투자나 실사용을 위한 매매 시 상권의 변화 추세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의 친척 중에는 상권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곳에서 장사하며 돈을 벌다가 권리금이 높아지면 권리금 차익까지 챙겨 나와 다른 곳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 재산을 크게 늘린 사람이 있다.

상권이 활성화될수록 임대인의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임차인도 권리금이 상승하기 때문에 이득을 본다. 반면 상권이 퇴조하면 부동산 소유주는 자산이 감소하고, 임대인 역시 권리금이 하락해 손실을 볼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 전편 보기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