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까지 떠넘겨… 똑같은 감정서 다이아도 점포마다 가격차
"여기에서는 다 그래요." 이 말 하나로 부당한 일이 당연하듯 받아들여지는 곳이 있다. 바로 결혼 예물의 메카로 자리 잡은 종로와 청담동이다.
특히 종로는 한복과 예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예비부부들이 결혼준비를 하면서 꼭 찾는 곳이다. 종로3가에서 5가까지 광장시장에 모여 있는 한복도매점을 포함해 예물전문점이 한데 모여 있다.
이들 업체는 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들이 똑똑해져 이제는 눈속임으로 영업할 수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아무리 똑똑해져도 없어지지 않는 관행이 있다. 카드로 결제 시 업체가 내야하는 카드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지속되는 언론보도 덕분에 일부분이 시정조치됐다고는 하지만 기자가 방문한 종로 예물전문점과 한복점 모두 당연하다는 듯 현금결제와 카드결제 금액에 차등을 뒀다.
◆카드수수료·부가세, 당연히 고객이 부담
평일 오후 2시 종로거리에 즐비한 예물상점 중 사람이 제법 붐비는 곳을 찾아 들어갔다. 예물의 '예'자도 모르고 간터라 친절하게 상담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때 상냥하게 웃으면서 "물어보세요"라고 말하는 여점원이 눈에 들어왔다. 상담은 다이아몬드부터 이뤄졌다. 그는 3부와 5부 중 어느 것으로 할 것인지 물어본 뒤 생소한 용어로 다이아몬드의 등급을 설명해가며 감정서까지 보여줬다. 다이아몬드 구입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감정서다. 현재 국내에서는 우신과 현대의 감정서가 인지도가 높다. 미국 감정회사인 GIA의 경우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어 GIA가 감정한 다이아몬드는 대체로 가격이 비싸다.
기자가 방문한 종로 예물전문점들은 대체로 우신에서 감정한 다이아몬드를 취급했다. 그리고 이 감정서를 다이아몬드 가격을 속일 수 없는 근거로 댔다. 금 역시 시세가 인터넷에 매일 공시돼 소비자들이 이미 다 알고 오는 터라 당일 시세에 세공비 정도만 더 받는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견적을 다 뽑아본 후 결제로 이야기가 넘어가자 결제수단이 현금이냐 카드냐에 따라 점원의 표정이 달라진다.
"카드결제를 할 거면 견적을 다시 뽑아야 돼요. 지금 견적 낸 건 다 현금가죠." 카드로 결제한다고 했더니 돌아오는 말이다. 그리고 카드로 결제할 경우 부가가치세 10%와 카드수수료 4%를 추가로 더 부담해야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소득공제용 현금영수증 발급도 안된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면 카드결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
부당함에 "왜 그래야 되느냐"고 따져봤자 "여기를 다 돌아다녀 봐요. 어디나 카드결제할 때는 다 이렇게 받아요"라는 말만 돌아온다. '그들만의 규칙'이니 그냥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실제로도 그랬다. 종로4가에 위치한 예물종합상가와 종로3가의 다른 예물전문점을 찾았을 때도 카드결제 시 부가가치세와 카드수수료의 추가 부담을 요구했다.
상황은 한복점 역시 다르지 않았다. 다만 한복점의 경우 카드수수료는 부과하지 않았지만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내야한다.
이렇게 소비자에게 현금결제를 강요하고 카드결제 시 추가요금을 받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으며,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것도 세법으로 규제한다.
하지만 적발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여신금융협회 측의 설명이다. 소비자가 직접 경찰서에 신고해 이를 증명해야 하는 수고로움 때문이다. 또한 적발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아 이러한 관행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세무전문가의 설명이다.
김탁규 기업은행 세무전문가는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종로여도 금액은 제각각
점포마다 제품 가격 차이도 크다. 다이아몬드의 경우 같은 물건임에도 최고 5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A업체의 경우 우신 감정서 기준 3부와 5부 A급이 각각 50만원, 145만원인 반면 B업체는 각각 68만원과 198만원을 불렀다.
업체마다 제품 추천에 있어서도 의견이 달라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B업체의 경우 6부에 가까운 정0.58부의 구매를 권했다. 다이아몬드 5부를 구매하는 것보다 정0.58부를 구매하는 게 나중에 되팔 때 유리하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정0.58부의 가격은 228만원으로 5부와 100만원 가까이 차이난다.
그러나 A업체는 국내에서 6부에 대한 수요가 적어 살 때는 비싸도 되팔 때는 손해를 봐야하니 굳이 6부를 살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차이에 불과하다. 한 예물업체 직원에 따르면 가격을 올려 이윤을 챙기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중량을 속인다는 것이다.
이는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워 소비자들이 알아차리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증언이다.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는 제품의 질에 따라 등급을 매겨 가격을 측정하는데 중량을 속일 경우 A급과 B급의 차이가 사실상 사라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싸도 백화점을 찾게 된다.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한 대형백화점 예물코너에서 만난 예비신부는 "종로 쪽이 가격이 저렴해 알아봤지만 주변에서 업체가 사라질 수 있고 제품도 믿기 어렵다고 해서 백화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은 2배 정도 비싸다. 백화점에 입점한 한 예물전문업체에서 판매하는 다이아몬드는 우신 감정원 기준 3부와 5부가 각각 114만원, 248만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