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테헤란로 지점 ‘직장인 특화점포’ 사진제공=국민은행


시중은행들이 지점 축소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각 은행별로 적자지점을 정리하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들이 적자지점을 축소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수익성을 고려할 때 적자지점을 굳이 계속 끌고 갈 이유가 없다. 다만 은행들이 고민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관여했다는 점이다. 일부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지점 구조조정까지 챙기는 것은 '관치금융'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점포정리보다 구조조정이 더 시급
 
"은행 산업이 어렵다. 수익기반을 닦으려면 적자점포를 줄이는 등 비용절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월19일 경기도 용인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언급한 말이다.
 
최 원장이 적자지점을 줄이라고 말한 것은 은행들의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잠정치)은 1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조원 가까이 줄었다. 사실상 반토막 난 셈이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환경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역마진 위기를 겪고 있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거리는 모양새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연체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국내은행의 대출채권 및 연체율 현황을 보면 연체율은 지난 5월말 기준 1.04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말 0.99%보다 0.0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언제 어떻게 연체율 폭탄이 터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점 구조조정이 수익성 개선의 해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적자지점을 줄이면 일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공단이나 택지개발지구, 지역거점 지점 등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전략적으로 지점을 유지해야 하는 곳도 있다. 단순히 손익계산서만 보고 지점을 폐쇄할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변두리나 지방에 있는 지점은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을 위해 유지해야 한다"면서 "손익구조만 보고 (감독당국이) 폐쇄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은행 근무경력만 15년인데 금융감독원장이 지점에 대해 관여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점을 축소하면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매 분기마다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는 은행들이 과연 지점 몇개를 줄인다고 해서 얼마나 수익이 나아지겠느냐"며 "지점 축소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인력 구조조정"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 내년까지 지점통폐합 나선다
 
이처럼 은행들이 금융당국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점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은행들로부터 적자점포 현황과 정리계획을 받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영업점 200여개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의 지점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각 은행들은 올해 말까지 최대 80개의 지점을 줄일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11개 지점을 신규오픈하고 22개의 지점을 폐쇄했다. 실질적으로는 11개의 지점이 없어지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올해까지 25개의 지점을 없애고 3개의 지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올해까지 25개 지점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14곳의 지점을 폐쇄했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추가 폐쇄 계획을 잡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10%대 수준에서 적자지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년까지 지점 슬림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