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 DB


LH·인천시 겨냥 입주자 줄소송…"개발계획대로 광고했을 뿐"
인천 영종도 제3연륙교 건설사업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수년째 제자리걸음 중인 가운데 후폭풍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건설사에 대한 입주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지며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시에 대한 원망도 하늘을 찌를 기세다.

지난 8월18일 인천지방법원 민사13부는 영종하늘도시 한라비발디 아파트 계약자 209명이 시공사 등을 상대로 낸 분양대금반환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를 판결했다.


'영종도와 청라지구를 잇는 제3연륙교, 영종도와 인천역을 잇는 제2공항철도가 건설될 예정' 등 당초 분양광고의 문구가 허위이며, 이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게 입주자들의 주장이다.

재판부는 "분양광고 가운데 제3연륙교 등의 부분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한도를 넘은 허위·과장광고에 해당한다"며 "분양대금의 5%를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분양광고에서 일부러 속이려는 고의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분양계약 해지와 이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 등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허위광고 배상 판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같은 지역의 아파트 수분양자 2099명이 현대건설 등 5개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제3연륙교를 비롯한 다수의 기반시설 건설이 무산되거나 지연된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이미 예견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A건설사 한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계약해지"라면서 "이번 판결에서도 이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입주민들의 소송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왜 건설사만 죽으라고 하는지…"

"지금 입주민들과 건설사 간 싸움으로 비춰지는데 최초의 원인 제공자는 바로 LH입니다. 사건의 주범은 쏙 빠지고 왜 건설사만 죽으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일련의 상황에 대해 건설사들은 울상이다. 기반시설 등이 제대로 들어서지 않아 입주도 잘되지 않은 가운데 위자료까지 지급하고 나면 건설사로서는 피해가 적지 않아서다.

일각에서는 LH 등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종도에 입주중인 B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는 LH와 인천시가 당초에 그렸던 개발계획 그대로 광고했을 뿐"이라며 "심지어 분양광고를 만들 때 문구도 모두 LH에서 받은 문구들"이라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는 비단 한 건설사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어서 다수의 건설사들은 선뜻 입장을 밝히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발주처인 LH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말문을 연 C건설사 관계자는 "분명 LH도 제3연륙교 개발호재를 어필해 건설사들에게 택지를 팔았다"면서 "LH나 인천시가 계속 이렇게 '나몰라'로 일관한다면 힘 없는 건설사지만 결코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강력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 LH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LH는 사업시행자일 뿐 계획은 인천시가 세웠고, 이미 건설사들이 다수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까지 가서 'LH에는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허위광고 문건과 관련해서도 LH 관계자는 "LH는 개발계획이 잡혀 있는 사안들에 대해 '예정' 정도로 고시했는데, 이를 건설사들이 '언제까지 완공한다'는 식으로 확대광고해 공급한 것"이라며 "건설사와의 매매계약서 등에도 '추후 변경될 소지가 있다'는 내용을 명시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LH의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시 LH가 제작한 홍보동영상에서도 '공항철도·인천대교를 비롯해 향후 제3연륙교와 제2공항철도 건립으로 6개 교통체계를 통해 항공물류도시로 성장할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버젓이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종도(자료제공=인천시청)
 
◆ 제3연륙교 사업정상화 '쉽지 않네'
앞서 지난달 제3연륙교 추진논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제3연륙교 추진여부를 놓고 수년째 이어진 LH와 국토교통부, 인천시의 책임공방에 대해 관계기관 모두의 잘못으로 결론짓고 모든 기관에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병호 의원(민주당)은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책임소재는 분명히 가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LH·국토부·인천시는 인천시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변선보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감정평가사)도 "사업이 지연되는 것과 아예 무산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사업이 재개된다면 입주자들과 건설사들에게도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정상화까지는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손실보전금 문제를 둘러싼 LH·국토부·인천시·민간사업자 등의 갈등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누구하나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는 가운데 입주자들과 건설사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LH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의 양보와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한편 문병호 의원은 지난 6일 LH본사를 방문해 이재영 LH공사 사장에게 제3연륙교 건설의 약속이행 등을 주문했다. 이에 이재영 사장은 "처음부터 LH는 제3연륙교 건설을 전제로 사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건설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