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DB
'중단없는 컴퓨팅'에 CEO직 '중단'
“1년 후 은퇴하겠다.”

1980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입사해 2000년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을 이어 CEO 자리에 앉은 스티브 발머가 지난 8월23일(현지시각) 은퇴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그에 대한 엇갈린 평가로 업계가 시끄럽다. 


은퇴 의사를 밝히면서 스티브 발머는 재임 중 제시했던 ‘디바이스(기기)와 서비스 기업’이라는 방향성을 이끌어갈 CEO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재임 기간 회사가 매출 750만 달러에서 780억 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30여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10만명으로 불어났다며 자신의 공로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스티브 발머의 메시지가 외부에 알려지자 실적 부진과 비전 부재가 사퇴 결심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윈도 비스타의 실패, 윈도8 실적 부진, 윈도폰에서 드러난 모바일시장 대응력 부족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


실제 시장조사 기관 넷마켓쉐어에 따르면 윈도8 운영체제(OS)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5.4%로 저조하며, MS의 실패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윈도 비스타의 경우 스티브 발머 스스로 "가장 후회스러운 실수"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스티브 발머가 제시한 비전을 소비자들이 채택하지 않기 시작하면서  ‘시장을 잘못 읽는 CEO’라는 오명도 씌워졌다. 

MS는 ‘중단없는 컴퓨팅’(seamless computing)으로 IT를 구축한다는 비전에 따라 윈도 비스타를 론칭했으나 소비자들은 이를 채택하지 않았고 호환성과 보안위험성 이슈가 불거지면서 이용자가 이탈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Win32를 넘어서서 안전하고 강력하며 타시스템과 상호운용이 극대화된 시스템을 구상한 끝에 내놓은 것이 윈도 비스타”라며 “하지만 소비자들은 호환성, 성능 등과 같은 전통적인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윈도폰 역시 스티브 발머의 '아픈 손가락'이다. 윈도 모바일은 MS가 플랫폼 확산을 위해 핸드셋 제조사나 통신사의 요구 사항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수용하면서 플랫폼이 파편화돼 제 역할을 못하게 됐다. 그 사이 iOS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강력히 통제한 애플이 출현했고, MS는 윈도 모바일의 문제점을 해결한 새 
플랫폼으로 윈도폰을 내놓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했다.

물론 스티브 발머의 ‘실수’ 때문에 공적까지 묻히는 것은 안타깝다는 시각도 있다.

트루마운틴 그룹 사장 할 베렌슨(전 MS GM)은 반독점법으로 인한 유럽 정부와의 마찰, 경쟁자 출현 등 최악의 상황에서 사업을 다각화하며 회사를 성장시킨 스티브 발머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윈도 비스타에 대해서도 “그것은 빌게이츠가 만들고 스티브 발머가 큰 위험을 감수하며 동의한 계획이었다”며 “스티브 발머가 CEO였기 때문에 그 책임을 떠맡게 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비스타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려 애쓰는 동안 MS는 일종의 혼란기를 보냈고, 그 바람에 '스마트폰·태블릿의 출연'과 같은 중대 전환기를 놓치게 됐다는 것.


한편 업계에서는 줄리 라르손 그린 수석부사장과 케빈 터너 MS 최고운영책임자, 토니 베이츠 총괄 부사장 등을 MS 차기 CEO 후보로 예상하고 있으며 창업자 빌게이츠가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