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김대한(39·가명)씨는 요즘 들리는 신흥국 위기 소식에 매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올해 초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10%가 넘는 높은 수익에 비과세 혜택까지 볼 수 있다는 증권사 PB의 설명에 브라칠채권에 투자했는데, 최근 집으로 배달된 잔고 보고서를 보고 깜짝 놀란 것. 잔고 평가금액이 마이너스로 표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불안한 마음에 증권사 PB에게 상담해봤지만 어차피 채권은 장기투자라 괜찮다는 말만 돌아왔다.
브라질채권이 최근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에 상품 판매 시 헤알화 가치가 하락할 때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브라질국채는 올해 초 정부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기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강화하면서 대표적인 절세상품으로 떠올랐다. 비과세 상품이 기근 현상을 보인 것도 브라질국채 인기몰이에 한몫했다.


증시불안으로 수익 악화에 시달리던 증권사들은 브라질채권 판매에 열을 올렸다. 증권사들이 브라질채권을 판매할 때 가장 강조한 것은 만기수익률이 9%대로 높고 이자와 환차익이 비과세라는 점이다.

여기에 브라질 정부가 6월 토빈세 폐지를 결정하자 브라질채권의 투자매력이 높아진 것처럼 비쳐졌다. 브라질은 국제 투기자본의 빈번한 유출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화가치 급등락을 막기 위해 2009년 10월 토빈세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2%였으나 2010년 두차례에 걸쳐 2%포인트씩 인상해 폐지 전까지 6%의 토빈세를 매겼다. 기존에는 1억원을 투자할 경우 6%인 600만원을 토빈세로 내야 했지만 토빈세 폐지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위기 감지한 브라질, 보지 못한 투자자

브라질 정부가 토빈세 폐지를 결정한 것은 미국 양적완화 규모 축소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선제조치의 일환이었다. 지난 5월 미국의 조기 출구전략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헤알화는 지난해 고점보다 17% 가까이 급락해 브라질 정부가 통화가치 하락 방어의 필요성을 통감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토빈세 폐지가 헤알화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양적완화 축소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헤알화 가치 하락이 이어졌다. 지난 8월21일에는 달러당 2.451헤알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8년 12월9일의 달러당 2.473 헤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브라질 정부의 헤알화 가치 절하를 막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역시 채권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8월28일 기준금리를 9%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4번째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이 영향으로 브라질 현지 채권은 7월까지 달러화기준 28%나 떨어졌다.

이 같은 환율 변화에 따른 투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외투자 상품에 투자할 때 환헤지를 하지만 모든 해외투자상품이 환헤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브라질채권 역시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국내 투자자들은 브라질채권 투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환율 변화를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한다.

브라질채권이 환헤지가 안 돼 있어 브라질 현지 통화인 헤알화로 바꿔 투자하기 때문에 헤알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환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만약 이자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원화로 환전하면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향후 헤알화 추가 하락에 대한 예측은 어려운 상태다. 헤알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브라질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개입 의사를 밝힌 만큼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향방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헤알화 하락 불안해도 중도 상환은 ‘NO’

브라질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브라질채권 투자에 조심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브라질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 PB는 “고객들이 브라질이 아니라 인도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와도 불안해하며 상담전화를 걸어온다”고 말했다. 그만큼 투자 손실에 대만 불안감이 큰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헤알화 가치와 채권가격 하락이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헤알화 가치가 떨어져 브라질 채권 수익률이 떨어진 건 맞지만 이는 순전히 평가손실에 불가하다는 이야기다.

이영아 IBK기업은행 시장분석가는 “평가손실과 확정손실에는 차이가 있다”며 “현재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은 평가손실일뿐 투자자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확정손실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현재 시점에서 중도 상환을 하지 않을 경우 평가손실이 확정손실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방적인 매각에 나서기보다는 보유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채권의 특성상 브라질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원리금을 모두 상환 받을 수 있다.

김형민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채는 나라에서 발행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그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만기에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불안하다고 해서 현재 시점에서 채권을 되팔지 않는 한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브라질의 디폴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신용등급에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디폴트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미한 것으로 내다본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도에서 금융위기설이 나오자 투자자들이 더 불안해하는데 체질적으로 인도와 브라질은 다르다”며 “브라질은 GDP규모가 세계10위 안에 드는 우량국으로 외환보유액도 탄탄해 디폴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