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등 명절 때면 재래시장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재래시장 상품 선물하기' 캠페인이 벌어진다. 상당수의 공무원과 공기업 및 대기업 직원 등이 이 캠페인에 동참, 상품권을 구입하곤 한다.
지금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일부 시장 상인들은 이 상품권을 잘 받지 않으려고 했다. 이 때문에 이 상품권을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재래시장 살리기'. 역대 정부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추진했던 정책이다. '재래시장 현대화사업'도 곳곳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재래시장 활성화가 성공했다는 얘기는 들어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등을 선호하기 때문에 재래시장 활성화는 늘 공염불에 그치고 만 것이다.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낡은 건물을 밀어 버리고 새 건물을 짓는 것이다. 여기에는 '소비자들이 낡은 것을 싫어하고 현대식 건물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한국관광객들의 뉴욕관광 필수코스가 된 '첼시 마켓'(Chelsea Market)은 우리에게 '현대화사업만이 답이 아니다'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물론 첼시 마켓을 우리 전통시장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오래된 공장을 마켓으로 성공적으로 변모시켜 관광지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첼시마켓 부근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도 옛날 철길을 공원으로 개조했다는 점에서 철도 재개발의 새 역사를 썼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대도시 뉴욕에서 이 두곳은 원래 있던 것들의 멋을 살린 재개발의 대표적인 명소다. 한국관광객들이 미국여행 후 돌아가 자신의 블로그에 "첼시 마켓에서 랍스타를 먹고 하이라인 파크를 걸으면서 뉴욕을 느껴보라"고 소개할 정도로 인기 관광지로 부상했다.
◆100여년 된 과자공장을 그대로 활용한 '첼시 마켓'
첼시 마켓은 '오레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자를 만들던 100여년된 과자공장의 시설물들을 그대로 활용했다.
유명 쿠키 브랜드인 '오레오'를 만든 회사 '나비스코'가 1900년쯤 공장을 세웠는데, 이후 공장이 뉴저지로 이동하면서 이 건물은 그대로 남았다. 1990년대 들어 다양한 식품업체들이 입점했고 색다른 음식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에이미스 브레드, 엘레니스 쿠키, 사라베스 베이커리, 팻 위치 베이커리 등 유명 식료품점과 델리 등 30여개 매장이 들어서 있다. 한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랍스타 플레이스'(The lobster place)도 있다.
100여년 된 폐공장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에 첼시 마켓에 처음 들어서면 솔직히 대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마켓 곳곳을 걸으면서 부서진 듯한 벽돌벽, 슬레이트 지붕, 감각 있는 소품, 색다른 인테리어들을 보다보면 독특한 멋을 느낄 수 있다. 버려진 과자공장의 내부를 최대한 그대로 살린 덕분에 독특한 분위기로 인해 뉴욕의 명소로 재탄생한 것이다.
첼시 마켓은 현대식 건물이 아니더라도 마켓의 명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첼시마켓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 화장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서 국내 전문가들이 소비자가 재래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화장실 문제를 꼽았던 게 생각났다. 첼시마켓에서 관광객들과 뉴요커들은 화장실 이용의 불편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했다.
◆오래된 철길을 공원으로 '하이라인 파크'
첼시 마켓의 서쪽에는 '하이라인 파크'가 위치해 있다. 허드슨 강변의 하이라인 파크는 과거 공단지역을 지나던 80여년된 고가 철교의 기찻길을 공원으로 바꾼 것이다.
하이라인은 1930년에 지어진 철길이다. 맨해튼의 서쪽 미트패킹(Meat Packing)에서 시작해 34가까지 이어지는 철도였다. 1980년에 중단된 철도를 재활용해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 공원으로 개조해 뉴욕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2009년 6월 오픈한 하이라인 파크는 1억5000여만달러의 예산을 들이고 10년간 계획해 3년 이상의 공사기간을 거친 끝에 지어졌다. 2009년 미트패킹에서 20가까지 개장한 데 이어 2011년 6월 31가까지 오픈했다. 34가까지 이어지는 공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지상 9m 높이에 만들어진 이 공원을 걸을 때 보이는 허드슨강의 풍경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첼시 지역의 모습은 색다르게 느껴진다.
하이라인 파크와 첼시 마켓은 옛 것을 부수고 화려한 새 건물을 짓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뉴욕의 이 같은 재개발은 산업화 과정에서 물려받은 유산을 재활용하면서 현지인의 경제생활에 도움을 주고, 관광특수까지 이끌어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우리도 도심 재개발과 재래시장 활성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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