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래미안 명품' 걸쳤지만…불안한 '신길뉴타운 1번 타자'
3.3㎡당 1630만원선 예상에 반응 싸늘… 주변환경도 낙후

왼편으로 오래된 점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그 맞은편으로는 1977년 준공된 남서울아파트가 위태롭게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높은 수녀원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저 멀리 낡은 단독주택들이 즐비하고, 3층 이하 다세대 주택들이 난립해 있다.
지하철 신풍역에서 내려 ‘래미안 영등포 프레비뉴’ 사업장으로 향하는 가운데 눈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들이다. 이곳 신풍역 주변은 서울 서남권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곳으로 지난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16개 구역으로 나눠 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7년 만에 신규 분양물량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신길뉴타운11구역 ‘래미안 영등포 프레비뉴’가 바로 그것이다.

삼성물산이 10월 중 공급하는 래미안 프레비뉴는 지하 3층, 지상 25층 12개동에 전용면적 59~114㎡ 총 949가구 중 472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지하철 7호선 신풍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서부간선도로·노들길·올림픽대로 등을 쉽게 오갈 수 있다. 신안산선 1단계(안산 중앙역~여의도역) 사업도 신풍역에 계획돼 2018년 완공 예정이다.


◆어깨 무거운 신길뉴타운 '1번 타자'

일단 신풍역 4번 출구에서 사업장까지의 거리는 476m. 성인 남성의 느리지 않은 보통 걸음으로 정확히 8분이 소요됐다. 가장 멀리 떨어진 코너에서는 조금 차이가 나긴 했지만(17분, 971m), 거리상으로는 역세권으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너무 낙후돼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윤상필 도시환경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역에서 가깝다고 다 역세권이라면 서울 전체가 지하철로 촘촘히 연결된 현시점에서 역세권 아닌 곳을 찾기가 더 힘들 것”이라며 “정말 역세권이라면 그에 걸맞은 주변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데 래미안 프레비뉴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총면적 146만8936㎡로 메머드급 규모를 자랑하는 신길뉴타운이 정상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래미안 프레비뉴를 향한 관심이 요즘 같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길뉴타운이 서울 서남부지역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전체 16개 구역 중 다수가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7구역과 11구역(래미안 프레비뉴)만 이주 및 철거를 마쳤고, 3·5·8·9·12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나머지 구역들은 추진위원회·조합만 설립해 놓고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업지 인근에 위치한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길11구역(래미안 프레비뉴)을 기준으로 북쪽 구역들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며 “심지어 6구역 등 몇몇 구역들은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아 구역자체가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신길뉴타운은 큰 규모만큼이나 반대하는 주민도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며 “지난 2011년에는 고 김덕균씨가 반대투쟁 중 절망감에 사망했는데 그 구역이 바로 이번에 분양하는 신길11구역(래미안 영등포 프레비뉴)”이라고 귀띔했다.

신길뉴타운이 지난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이후 8년 만에 첫 번째로 분양에 나서는 만큼 래미안 프레비뉴의 어깨는 무겁다. 일각에서는 자칫 ‘나홀로 프레비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두 함께 개발돼야 뉴타운으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데 뉴타운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나 시장여건이 워낙 좋지 못해 난항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프레비뉴 분양 관계자는 “대부분의 구역들이 대형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래동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타임스퀘어 옆에 자이아파트가 들어오면서 완전히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한 것처럼 신길뉴타운도 프레비뉴가 들어서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양가 1630만원? "조합원 물량 보시죠"

래미안 프레비뉴의 분양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합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3.3㎡당 163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높아 보이는 분양가에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업장 인근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한 주민은 “분양을 앞두고 인기가 있으려면 가격이 싸야 하는데 너무 비싸다”며 “30평형 아파트를 매매한다고 봤을 때 5억3000만원 이상 필요하다는 것인데 조건 더 좋은 강서 마곡지구이나 위례신도시 물량을 고르는 게 나을 듯싶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면서도 정작 추천은 조합원 물량 등 다른 것들을 꼽고 있었다. B부동산 관계자는 “사실 이번 래미안 프레비뉴의 분양가 측정 기준은 인근에 3.3㎡당 1620만원으로 분양 중인 자이아파트”라면서 “지난해 1780만원으로 분양에 나섰다 중대형 90%이상이 미분양 되는 수모를 겪었던 자이아파트는 분양가를 100만원 이상 낮춘 현재 30평형대가 60~70%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래미안 프레비뉴도 30평형대 350여 가구가 관건. 그래도 자이아파트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것이 몇몇 부동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조합원 물량을 소개하느라 정신이 없는 부동산 관계자들이 다수였다는 것도 악재다. C부동산 관계자는 “솔직히 일반분양보다는 조합원 물량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며 “10층 이상 로얄층에 배정됨에도 불구하고 1000만~2000만원 가격이 저렴하며, 베란다 무료확장과 가전제품 11품목도 특별제공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인근에 두산위브는 3억8000만원, 한화꿈에그린은 4억5000만원 정도에 나오는데 이 또한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공인중개사는 “래미안 프레비뉴 알아보러 왔다가 옆에 7구역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7구역은 지금 나와 있는 물건이 10개도 안되다 보니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래미안 프레비뉴에 이어 올 하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는 신길7구역은 1700여 가구로 규모가 크고, 신풍역과 바로 맞붙어 있어 래미안 프레비뉴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7구역도 시공사는 삼성물산이다. 래미안이 래미안의 분양을 방해하고 있는 웃지도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표적인 호재로 꼽혔던 신안산선 개통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나왔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신안산선이 들어오는 것은 안산의 호재지 이곳 영등포의 호재는 아니다"며 "이미 지하철 2개 노선이 근거리에 있기 때문에 1개 노선 추가된다고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