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법원이 은행의 키코(KIKO) 판매가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은행의 손을 들어주자 키코 피해 주장 기업들과 은행들은 상반된 분위기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은 정의 수호의 마지막 보루라고 믿었던 대법원마저 비겁한 금융감독원에 이어 타락한 은행들의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합법화시켜줬다"면서 "키코 피해기업들은 이런 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고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이어 "인도·이탈리아·독일의 법원에서는 키코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한 은행의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했다"며 금융당국과 은행을 상대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은행들은 일제히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송 관련 은행들은 대부분 "상식선에서 판단이 이뤄진 것"이라며 "대법원이 합리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지난 2005년 1심부터 키코 계약이 정상적으로 체결됐으며 계약조건에 따라 기업이 대규모 손해를 봤다고 뒤늦게 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키코 관련 소송 모두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A은행 관계자는 "더욱 감회가 깊다. 이번 판결로 그동안 오해가 정리된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상품 목적대로 예상 수출대금만큼 계약을 맺었다면 환율이 올라도 키코 거래에서 보는 환차손을 수출대금에서 얻는 환차익으로 메울 수 있다"며 "여기에 2~3배의 레버리지를 붙이거나 오버 헤지(필요 이상으로 헤지하는 것)를 한 것은 기업의 선택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특히 키코계약이 불공정계약이 아니란 취지의 판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환헤지 상품 선택은 기업이 결정할 문제"라고 판시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환율 상승으로 기업들이 피해를 본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의 변화 때문이며 키코 계약이 불공정해서 생긴 게 아니라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