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이 지났다. 본격적인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처럼 서민경제도 추워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기·난방·가스·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예견된다. 취득세 영구인하 방안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 처리가 여야간 이견으로 불발돼 서민들은 여전히 내집 마련의 꿈을 펼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선 '친MB' CEO들의 수난이 계속되는 시기에 금호산업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한 박삼구 회장의 '권토중래'가 이목을 끌었다.

이석채·정준양 사의 표명


이석채 KT 회장이 사의를 표한데 이어 정준양 포스코 회장 사임설이 확산되고 있다. MB정부 때 임명된 두 회장이 박근혜 정부 들어 사퇴설에 시달리다 외압으로 물러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 회장은 ‘청와대의 사퇴 종용설’에 시달리다 최근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백기를 들었고, 정 회장은 내달 20일 열리는 포스코의 올해 마지막 이사회에서 사의를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이미 민영화된 기업의 수장이 타의로 교체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좋게 보일리 없다. CEO 문제로 5년마다 수개월씩 이들 국민기업의 조직력이 흔들려서야 되겠는가.

코스피 2000선 붕괴

지난 8월23일 이후 45거래일간 이어졌던 외국인의 무차별적인 매수 공세에 급등세를 보이던 코스피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시장이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던 증시 전문가들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조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8일 코스피는 5거래일째 하락하며 1984.87로 마감했다. 일주일 간 총 54.55포인트(2.67%)나 떨어졌다. 지난해 말 코스피가 1997.05로 마감한 것을 감안하면 올 한해 벌어놓은 성과를 모두 반납한 셈이다. 증권시장 참여자들이 감소하고 있어 업계가 시름하는 가운데 지수까지 급락세를 보이니 증권가에선 '당분간 증시에 희망은 없다'는 비관적 푸념이 흘러나오고 있다.


3억 전셋집 중개료 '240만원→90만원'

김명신 서울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시 주택 중개수수료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셋값 폭등으로 3억원 이상 전세주택이 늘어남에 따라 3억원 이상 전세주택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기존보다 최대 60% 가량 하향 조정한다는 게 개정안의 핵심. 개정 조례가 발효되면 3억원 전세 계약 기준, 기존에 최고 240만원을 지불했던 중개수수료는 최고 90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하지만 시행은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중개업계가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데다 개정안 발의를 거들었던 의원들조차 지지 철회로 돌아섰기 때문. 세입자들의 부담감소와 중개업계의 고단한 현실, 무엇이 우선일까.

어음부도액 2년6개월만에 최대

동양그룹 사태 여파로 지난달 어음 부도액이 2년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어음교환소에 교환 회부된 어음과 수표 가운데 7178억원이 부도 처리됐다. 지난해 동월(5865억 원)보다 22.4%나 늘어난 것인데 동양그룹의 기업어음 사태가 처음 반영된 지난 9월(6584억원)보다도 9.0% 증가했다. 2011년 4월(1조3067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어음부도액 증가는 지난달 17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되고서도 만기가 도래한 동양그룹의 CP가 줄줄이 부도 처리된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늘어난 부도액은 동양 피해자들의 눈물이나 마찬가지다. 

효성 ‘제2 나일론’ 세계 첫 상용화

효성이 나일론의 아성을 무너뜨릴 만한 고분자 신소재 ‘폴리케톤’을 개발했다. 세계 처음이라 부가가치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효성의 수장인 조석래 회장은 현재 병실에 있다. 임직원들과의 축배를 나눌 상황이 아니다. 최근 지병이 악화돼 입원했다는 조 회장을 두고 주변에선 석연찮은 해석을 내놓는다. 세금 탈루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조 회장이 지난 10월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날 병원에 입원했다가 2~3일 뒤 퇴원했다. 이후 지난달 말 다시 입원한 것. '사전 시나리오'라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최악의 상황인 검찰 구형과 법원의 선고 시에 동정심을 호소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조 회장은 언제쯤 폴리케톤 개발의 축배를 들 수 있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