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을 뛰어 넘은 아야소피아
옛 터키에는 비잔틴제국이 있었다. 서기 330년에 로마가 동서로 갈라졌고, 이 중 동로마가 바로 비잔틴제국이다. 이들의 수도가 지금의 이스탄불로 로마 제2의 수도였던 셈이다. 비잔틴제국은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했고, 천 년을 존속하며 번영을 누렸다. 아야소피아 박물관은 서기 360년에 성당으로 세워졌고, 비잔틴미술의 최고봉이라는 명예를 지금까지 누리고 있다. 이후 화재로 인한 소실과 532년의 개축 공사 등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 중에 가장 드라마틱한 대목은 오스만의 정복이다. 1453년 오스만제국이 이곳을 차지하고 도시를 약탈했지만, 아야소피아 성당만큼은 그 자신이 가진 놀라운 예술성과 아름다움으로 스스로를 보존한다. ‘알라만 존재한다’를 부르짖었던 그들이 이 성당을 무너트리지 않고, 모스크로 사용한 것이다. 성당은 모스크가 됐고, 그로 인해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모습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박물관으로 개방되고 있다.
‘아야소피아’는 ‘성스러운 예지’라는 뜻이다. 성당은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과 레바논 바르베크의 아폴론 신전 등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석재로 건설됐다. 내부로 들어서면 고개를 높이 쳐 들게 되는 높고 화려한 금빛 모자이크의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성당에서 볼 수 없는 것도 보인다. 이는 이슬람의 흔적이다. 오스만 시대엔 십자가를 떼고, 성화는 석회로 덮은 후 메카의 방향을 나타내는 메라브를 표시했다. 검고 커다란 원판에는 이슬람 성자의 이름을 금빛으로 써서 달았다. 설교 단상과 밖에서 보이는 4개의 첨탑 또한 모스크의 흔적이다. 성당의 흔적으로는 모자이크를 빼 놓지 말아야 한다. 아야소피아의 모자이크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는데, 특히 2층의 ‘심판의 날’이 유명하다. 작품의 반도 남아있지 않지만 옷자락 하나하나 정교하게 표현된 이 귀한 신앙의 유물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받아 반짝인다.
황후가 예배를 보던 장소에도 서 보고,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기둥에 손가락을 넣어 돌려도 본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속설이겠지만, 유일신을 믿던 성당이자 모스크에서 이런 미신의 장소가 존재한다는 것이 재미있다. 무심히 놓여진 듯한 돌기둥·물항아리 하나까지도 이야기를 가졌고, 자기도 모르게 벌어지는 입을 주체할 수 없는 곳, 시계를 보지 않으면 몇시간이고 배회하게 될 것 같은, 볼수록 더 알고 싶고 다녀와서 자랑하게 되는 곳이다.
◆아야소피아를 넘고자 한 블루모스크
블루모스크는 이 지역을 대표한다. 정식 이름은 ‘술탄아흐메드자미’. 이곳 구시가를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아야소피아 앞에 위치하고, 첨탑이 6개로 규모 면에서 아야소피아를 뛰어 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부터 아야소피아 이상의 모스크를 세우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모든 계획이 원대했다. 왕은 당초에 ‘6개의 첨탑’이 아니라 ‘황금으로 만들 것’을 명령 했지만 그만큼의 금을 구할 수 없었던 건축가는 터키어 금(알튼, alten)을 여섯(알트, alti)으로 잘못 들은 척하고 그렇게 세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정작 이곳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6개의 탑이 아니라 푸른 타일이다. 유명한 이즈니크산 타일 2만1000장으로 장식했다는 돔 천장은 화려하고 웅장함으로 여행자를 압도한다. 결국 타일의 푸른색에서 ‘블루모스크’란 별명을 얻었고, 술탄아흐메드 1세는 이 모스크 건설을 명령함으로써 후세에 확실히 이름을 남기고 있다.
블루모스크는 박물관이 아니다. 기도를 드리는 사원이다. 그래서 기도 시간에는 여행자의 출입을 제한하고, 입장 시 복장 규정도 엄격하다. 신발을 싸 들고, 머리엔 스카프를 두르고 내부로 들어서면 기도 시간이 아니어도 꿇어 앉아 기도하는 터키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구경꾼들이 쉴 새 없이 들고 나는 이곳에서 소원하는 그들의 간절함은 무엇일까. 그리고 ‘난 무슨 바람을 가지고 있나’ 잠시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여행의 충격과 흥분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어쩌면 들뜬 마음에 보지 못했을 소소한 아름다움까지 발견하는 눈이 뜨일 것이다. 천장으로부터 내려온 수많은 줄과 그 끝에 달린 전등이 마치 기도자의 소원에 빛을 밝히는 듯하다.
◆세계가 즐기는 케밥
터키의 대표음식은 케밥이다.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운 고기’를 뜻하며 종류를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지방마다 다른 특색을 가지는데 길거리 음식에서 고급 레스토랑까지 즐기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굳이 숫자로 말하자면 300여종. ‘케밥’하면 연상되는, 숯불 앞에 돌아가는 커다란 고깃덩어리 기둥은 ‘되네르’(Doner) 케밥이라 한다. 불에 그을려 가며 천천히 익는데 지방이 빠져나가 담백하면서도 칼로리 부담을 덜어준다. 여기에 요구르트와 토마토 소스를 첨가하면 ‘이스켄데르’인데 재료만 들어도 건강이 느껴진다. 진흙 통구이는 ‘쿠유케밥’, 꼬치구이는 ‘쉬시케밥’, 터키식 얇은 팬케익에 동그랗게 말아서 먹는 것은 ‘두룸’이고 한국인 여행자에겐 항아리케밥이 인기가 높다.
이스탄불의 별미 중 하나는 ‘고등어케밥’이다. 3개의 바다를 접하고 있는 나라인 만큼 해산물이 풍부한데, 고등어를 통째로 구워 가시를 빼고 바게트에 양파, 고추 등의 채소를 넣어 먹는다. 가격도 저렴해서 배낭여행자의 ‘머스트 두’(must do)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현지인에게 물어볼 때는 ‘피시 샌드위치’라고 하면 된다.
터키는 알수록 볼수록 큰 나라다. 세계에는 동양과 서양의 흔적을 동시에 가진 나라가 많지만, 터키처럼 대제국의 중심이 됐던 곳은 흔치 않다. 그만큼의 굴곡과 문화와 역사를 품었으니 무언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지중해의 아름다운 하늘과 좋은 날씨, 3개의 바다, 풍부한 먹거리와 착한 사람들까지 있으니 ‘볼매’(볼수록 매력)라는 별명은 이곳, 터키 이스탄불이 가져가도 좋겠다.
[여행 정보]
● 한국에서 이스탄불 가는 법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터키항공 등 터키 직항이 있다. 경유 티켓을 이용하면 저렴하게 갈 수 있다.
● 이스탄불 여행정보
언어: 터키어
통화: 터키 리라(TRY)
종교: 이슬람교 99%
● 아야소피아 박물관 (Hagia Sophia Museum)
http://www.ayasofyamuzesi.gov.tr
입장료: 25리라
관람시간(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티켓판매는 오후 4시까지)
● 블루모스크 (술탄아흐메트 자미 Sultan Ahmet Camii)
입장료를 받지 않으나 기부금을 낼 수 있다.
관람시간: 기도 시간에는 관광객이 입장할 수 없다.(모스크 입구에 기도 시간표가 있음)
복장 및 주의사항: 신발을 벗을 것, 여자는 스카프로 머리를 쓸 것, 반바지·미니치마 금지, 관람객은 정해진 장소만 출입할 것, 떠들지 말 것.
< 여행·관광 정보 >
터키는 여행지 간의 거리가 멀고, 역사적 유적지가 많아 투어 프로그램이 발달돼 있다. 자유여행자라 할지라도 카파도키아나 트로이 유적, 넴루트 같은 곳은 투어 에이전시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유적과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스탄불에는 투어 에이전시가 많으며 서비스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스스로 TC(Tour Conductor)가 되어 에이전시와 함께 자신이 가고 싶은 여행지와 숙소, 교통편 등을 계획해보는 것도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이 될 것이다.
Eyewitness travel: 특정 여행지나 상품을 강요하지 않고, 여행자의 요구를 배려하는 기분 좋은 에이전시이다. 여행 진행 중 곤란하거나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에이전시에 문의하면 침착하고 신뢰감 있게 문제를 해결해 준다.
www.eyewitnessturkey.com
예산: 여행자의 필요에 따라 여행지, 프로그램, 숙소 등을 조율하며 예산을 맞춘다.
< 음식 >
고등어케밥: 갈라타다리 근처에 노점상들이 많이 있다. 갈라타타워 쪽은 타워를 보고 왼쪽에 생선시장이 열리고, 그곳을 지나쳐 조금 더 들어가면 케밥 장사꾼들이 있다. 구시가지 쪽은 갈라타다리를 등지고 오른쪽에 흔들리는 배 위에서 고등어를 굽는 고등어 케밥 집이 몇군데 있다.
예산: 6리라
TATSEVEN: 갈라타다리 구시가쪽 뉴모스크 근처에 있다. 항구의 밥집답게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케밥 전문점이다.
http://www.tatseven.com
예산: 15~25리라
Doy Doy Restaurant: 블루모스크와 마르마라해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블루모스크 뒤편에 위치하고 있고, lonely planet에 소개돼 배낭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http://www.doydoy-restaurant.com
예산: 10~25리라
< 숙소 >
Cheers Lighthouse: 블루모스크 뒤편 마르마라해를 바라보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난 7월에 오픈해 모든 시설과 침구가 깔끔하다. 1층에 있는 레스토랑은 현지인에게도 인기 있는 맛집으로 케밥은 물론 메제에서 파스타와 후식까지 모든 음식이 깔끔하고 정성스럽고 맛있다.
Cheers Hostel: Cheers Lighthouse와 같은 그룹으로 캐주얼한 분위기의 백패커를 위한 숙소다. 지붕 층의 바에서는 아야소피아 박물관이 가깝게 보인다. 굴하네공원, 톱카피궁전 등과도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숙박비에 포함된 아침식사가 매우 훌륭하다.
http://www.cheershostel.com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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