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00대. 2013년 연말을 가장 ‘핫’ 주인공 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가 한달여 만에 세운 기록이다. 기존스가간 1만대가량 판매됐던 점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시장의 반응임을 알 수 있다.

지난 4년간 5000억원을 투입해 탄생한 현대차 46년 기술의 결집체, 신형 제네시스는 1세대 제네시스를 완전히 탈바꿈시킨 사륜구동 럭셔리 세단이다. 최근 국내에서 아성을 떨치고 있는 ‘독일 빅3’ BMW, 벤츠, 아우디를 잡기 위해 나왔다는 모델답게 ‘잘 빠졌다’는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는 신형 제네시스를 만나보기 위해 찾은 곳은 전남 광주공항. 이곳에서 만난 제네시스를 타고 전남 함평군을 지나 영암 F1 서킷까지 약 100㎞ 고속도로 구간을, 그리고 서킷에 도착해서는 박진감 넘치는 서킷구간 주행 시승을 진행했다.


◆껍데기부터 뼈대까지 모든 걸 바꾸다
시승에 앞서 살펴본 차량의 외관은 기존 모델과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더욱 묵직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전면부에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단일 헥사고날 그릴과 역동성이 강조된 측면부가 인상 깊다.

전장만 조금 길어졌을 뿐 전체적인 차량의 크기는 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관에서 느껴지는 풍채는 확실히 더 커지고 당당해진 모습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위협하는 강렬함은 아니다. 오히려 주변을 아우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표현함이 더 옳다.


실내 공간 역시 넉넉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이탈리아 나파 가죽으로 제작된 시트와 무광 처리된 우드트림, 리얼 알루미늄 소재 디자인 등이 시선을 단박에 빼앗는다. 또한 수평 레이아웃을 적용해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을 강조했으며, 센터페시아의 각종 버튼도 통일감을 강조해 배치했다. 명품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아날로그시계는 보너스다.

뒷좌석에는 대형 암레스트를 적용해 뒷좌석 공간의 공조, 시트 등의 제어를 한곳에서 통합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냉난방과 기울기가 좌우 독립적으로 조절 가능하다.

뒷좌석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운전석과 조수석 뒤편에 장착된 좌우 독립식 LCD 모니터다. 장거리 여행의 지루함을 덜어 주기에 안성맞춤이나 조금은 투박한 두께와 터치스크린 방식이 아닌 점 등은 단점으로 비쳐진다.



◆“눈 가리고 타면 국산차인 줄 모를 것”
시승 차량은 3.8리터 가솔린 V6 GDI엔진을 탑재한 G380 프레스티지 모델이다. 최고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40.5kg·m의 성능을 갖췄다. 기존 모델보다 마력이 다소 내려가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사륜구동 시스템 ‘H-트랙’(TRAC)을 바탕으로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세팅돼 더욱 안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주행능력을 자랑한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시트 포지션과 핸들 그립감에 만족스럽다. 영암 F1 서킷을 향해 달릴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훌륭하다. 가속페달을 밟는 느낌은 묵직한 벤츠보단 가볍게 밟는 대로 차체가 나아가는 렉서스의 그것과 비슷하다.

가속 시 차량의 움직임은 ‘팍’ 치고 나가는 박진감보다는 ‘스윽’ 하고 미끄러지듯 속력을 내는 맛이 있다. 운전자에겐 비록 부족한 퍼포먼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나,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앉은 사람에게는 최상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속도를 제 아무리 올려도 차체의 떨림이나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시속 200㎞ 이상을 달려도 체감할 수 없을 정도의 안정감은 기존의 국산차에선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기자 개인적인 체험만이 아니라 신형 제네시스 시승을 마친 대부분의 기자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아마도 브랜드를 가리고 탔으면 국산차인 줄 몰랐을 것”이라고 말한 어느 기자의 말에 적극 공감을 보낼 수밖에 없다.

시승 구간에서 예기치 않게 사고를 겪을 뻔 했던 경험을 통해 제네시스의 구동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른바 ‘김여사’라 불릴 만한 어느 차량의 돌발적인 차선 침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핸들 조작에도 H-트랙의 힘 덕분인지 미끄러짐 없이 안전하게 위험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동석자도 조금만 제동력이 약한 차량이었으면 큰일을 겪을 뻔 했다며 제네시스를 탄 것에 감사의 탄식을 내쉬었다.

이러한 안정적인 코너링의 위력은 영암 F1 서킷 트랙 위에서 더 상세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이곳 트랙은 자동차 정비창인 피트를 빠져 나오자마자 180도로 꺾어지는 코스가 사고 다발 구간으로 악명이 높은데, 급격한 코너링에서 양쪽 바퀴에 전해지는 힘을 안배하는 ‘토크 벡터링’을 구사해 차체 회전반경이 커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혹독하기로 유명한 미국 모하비 사막의 주행시험장과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의 주행환경을 견뎌낸 차량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한 단점은 '연비', 그래도…

주행의 만족감을 배가시키는 첨단장치들도 가득하다. 차선을 이탈하면 핸들에 진동을 줘 경고를 주는가 하면 앞차가 갑자기 끼어들면 경고음과 함께 안전벨트가 조여든다. 설정한 거리만큼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스스로 가·감속뿐만 아니라 정지와 재출발까지도 자동으로 이뤄지는 장치인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도 안전한 운전을 위한 장치로써 훌륭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운전자, 특히 초보 운전자에게 만족감을 줄만한 편의사양은 바로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AVM)이다. 차량 외부에 탑재된 4개의 카메라를 통해 차량 주변의 360도 전체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모니터화해 보여준다. 주차에 약하거나 좁은 공간에서 차량을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다만 운전석 앞 유리창에 속도·내비게이션 방향 정보를 표시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아직 유럽 차량에 적용된 것들보단 다소 부족함이 들게 하는 선명도를 갖췄다.

마지막으로 운전을 마친 후 차문을 닫을 때, 힘을 주어 닫지 않아도 스스로 문을 닫아주는 ‘고스트 도어 클로징’ 시스템은 ‘똑똑한’ 차량으로부터 진정으로 도움 받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매력적인 요소다.

그러나 단 하나, 이 완벽해 보이는 신형 제네시스에도 단점은 있다. 바로 무게와 연비다. 기존 모델보다 150kg 중량이 늘었으며, 이에 연비는 리터당 8.5㎞까지 떨어졌다. 물론 실연비는 더욱 안 좋은 수준까지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성을 위해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하고, 숫자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의 반응을 감수하면서까지 주행력을 신경 쓰기 위해 노력했다는 현대차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고객이라면 제네시스를 선택함에 있어서 망설일 이유는 한가지도 없을 듯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