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모(33)씨를 보면 영화 '슈퍼맨'이 떠오른다. 주인공 클라크 켄트(Clark Kent)는 평소에는 평범한 기자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누군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양복을 벗고 슈퍼맨으로 변신한다. 이씨도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자전거의류를 입고 안장에 오르면 '괴력'의 사나이가 된다.
이씨는 자전거에 입문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아마추어 자전거대회를 독차지했다. 지난 2011년 미국횡단경주인 RAMM(Race Across America)에서 50대 이하 2인 1조 1위를 차지하며, 온라인 포털에서 화제의 인물로 오르기도 했다.
'자전거 좀 탄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 이씨는 온라인 활동 닉네임인 '땡모'로 통한다. 자전거마니아들은 그가 만들어낸 유행어 '오늘은 잘할 수 있어'와 포즈 취할 때마다 하는 '사랑해요' 손동작을 따라 하기도 한다.
이씨는 대학시절부터 산악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백두대간 종주, 칸텡그리(7010m)와 에베레스트(8848m)를 등정했다. 이러던 그가 에베레스트 남서벽 신 루트 개척을 마지막으로 산을 내려왔다.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취미생활을 위해 자전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특히 그의 자전거 열정은 오르막이 많은 업힐 대회에서 더욱 빛이 난다. 비경쟁 장거리 자전거 업힐 대회인 '2013 무주 그란폰도'에서 지난 대회보다 무려 15분을 단축하며 1위에 다시 올랐다.
"1등하면 짜릿한 쾌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죠. 처음엔 경쟁 심리로 자전거를 무리해서 탔어요. 그 결과 인대손상으로 자전거에 두 번 다시 오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죠."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등반에서 보인 그의 타고난 승부 기질이 자전거에서도 나타나, 돌이킬 수 없는 '화(禍)'로 이어진 셈이다.
"돌이켜 보면 중요한 것을 잊고 지냈어요. 자전거를 안전한 취미생활로 선택했고, 처음부터 자전거선수로 출발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무엇보다 즐기는 것이 중요하고 남을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을 버리기 시작했어요."
이씨는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즐기면서부터 자전거가 즐거웠고, 성적에 연연치 않은 대회에서 낭보가 잇따랐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 유무형의 나눔을 통해 두 바퀴 무게를 더욱 가볍게 했다.
이씨는 지난 몇 년 동안 대회 상금 등을 모아 보육시설에 기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외된 계층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동호인들과 기부 라이딩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료 자전거 강습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즐기라는 취지에서 전국을 순회한다.
산에서 내려온 직장인, 이형모씨. 그의 자전거가 가볍고 힘찬 비결은 바로 '즐거움'과 '나눔'에 있다. 행복을 나누려는 이씨의 두 바퀴가 오늘도 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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