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이나 영화, 텔레비전, 비디오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상품화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이 산업의 불씨는 미국이 지폈다. 1928년 월트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호>에 등장한 미키마우스가 1930년 시계 캐릭터로 상품화된 것이 효시다. 이후 미국은 <피노키오>, <라이언킹>, <아이언맨> 등에 나오는 캐릭터를 상품화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과 함께 전 세계 캐릭터산업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일본은 미국을 벤치마킹하며 시동을 걸었다. 1960년대 <우주소년 아톰>을 시작으로 <마징가Z>, <건담>, <이웃집 토토로>, <포켓몬스터> 등의 인기를 그대로 캐릭터 상품으로 옮겨 놨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과 일본 캐릭터들이 활개를 쳤고 이들 국가의 영향을 받으며 <뽀로로>, <라바> 등을 통해 캐릭터산업의 성장기로에 들어섰다.
◆미국, 수천여 캐릭터로 부동의 세계 1위
미국은 시장규모가 거대한 만큼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 수에서도 단연 선두다.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와 '카스', 워너브라더스의 '배트맨'과 '루니튠즈', 마블의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엠지엠의 '핑크팬더', 아이코닉스 브래드그룹의 '피너츠', 니켈로디언의 '도라'와 '스폰지밥' 등 수천여종의 캐릭터들로 전 세계 다양한 연령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이후에는 온라인게임인 스타크래프트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상품화하면서 소비자로 하여금 지갑을 열게 했다.
이 중 으뜸은 월트디즈니 캐릭터다. 미키마우스는 올해로 85살이다. 그동안 늙지 않고 변화와 진화를 거듭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9년 월트디즈니는 캐릭터 사용업체로부터 받는 로열티 수입이 전세계적으로 연간 11조원에 이른다. 전세계 직영 캐릭터숍만 해도 580여곳에 달할 만큼 넓은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미키마우스 캐릭터에 이어 몇년 전부터 눈에 띄는 캐릭터는 스폰지밥이다. 스폰지밥은 쉽게 봉제인형으로 변했다. 아이들이 먹는 시리얼 그릇에도 얼굴을 내밀고 색칠하기 노트에도 자주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완구로 재탄생한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프린팅 의류 등의 인기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장 캐릭터 상품의 인기도 돋보인다. 게임 유저들은 게임 속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캐릭터들을 실제 손 안에 넣으면서 색다른 만족감을 얻고 있다. 또 등장 캐릭터들을 모두 수집하는 유저도 있을 만큼 주목받는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이나 코믹북,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초기 신흥시장에 진입해 현재 자리를 확실하게 잡았다. 미국이 일찍부터 엔터테인먼트·캐릭터사업을 시작해 다년간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한 결과다. 2011년 기준 미국 캐릭터시장 규모는 90조원에 달한다. 2위인 일본보다 7배 이상 크다.
◆일본, 생활 속에 자리잡은 캐릭터산업
지난 2011년 12조원 규모의 시장을 거머쥔 일본은 캐릭터왕국으로 불린다. '호빵맨 기저귀', '포켓몬 연필', '헬로키티 화장지', '스누피 진공청소기' 등 가정용 생활용품 전반에서 라이선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패션잡화나 주류, 고가 화장품까지 캐릭터가 스며들지 않은 분야가 없다.
일본 캐릭터산업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일본경제도 전반적인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폭넓게 구축돼 있다. 내수시장의 불황을 해외시장에서 만회하며 캐릭터 라이선스 대국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완구업체인 반다이는 캐릭터왕국 일본의 신화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다. 반다이는 수백여종의 캐릭터 상품을 개발해 매출을 올렸다. 또한 1990년대 자체적으로 디자인을 개발한 '다마고치'가 전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일본 캐릭터산업의 선두주자 입지를 단단히 하기도 했다. 반다이는 '도라에몽', '울트라맨', '닥터슬럼프' 등 인기 캐릭터들의 판권을 보유하고 수백여 업체와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있다.
지브리스튜디오의 효자 상품인 '토토로'의 위력은 애니메이션을 뛰어 넘어 각종 캐릭터사업으로 날개를 달았다. '토토로 봉제인형'은 1991년 당시 약 210만개가 판매되기도 했다. 이는 지브리의 캐릭터가 시장에서 통한 첫 사례로, 이후 지브리의 고정적인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항공사 전일본공수(ANA)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속 캐릭터를 항공기 표면에 래핑한 '포켓몬 제트'를 선보여 눈길을 끈 케이스. 1998년 6월 첫 출항한 '포컷몬 제트'시리즈는 현재까지 국내석과 국제선 항공기에 활용된다.
캐릭터업체인 산리오의 '헬로키티'도 돋보인다. 헬로키티는 독립적인 캐릭터로 40여년간 500여종에 달하는 캐릭터로 개발돼 현재까지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내부적으로는 어린이에서 대상층의 폭을 넓혀 의류 브랜드, 잡지 제휴 및 관련 이벤트를 통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유명인들이 헬로키티 액세서리를 사용해 유명 디자이너와 연계, 디자인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직영점, 전문점, 체인스토어 등 1500여개에 달하는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2만여개가 넘는다.
일본 도쿄 다카다노바바역은 2003년부터 발차 신호음을 바꿨다. 우리 귀에도 익은 '푸른 하늘 저 멀리'로 시작하는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다. 다카다노바바는 故 데즈카 오사무 원작 <무쇠팔 아톰>의 주인공 아톰이 탄생한 곳이다. 다카다노바바는 아톰 주제가를 통해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캐릭터산업이 주춤하자 판매보다는 서비스 중심의 전략으로 다시 한번 새로운 패러다임에 진입하며 캐릭터왕국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왕국으로 부상한 일본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캐릭터를 통해 그들의 문화를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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