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제약 인수했지만 리베이트 직격탄… 올 목표실적 '빨간불'


지난 3월10일 오전 태평양제약 의약사업부가 있는 서울 강남 본사와 경기도 군포 사무실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들이닥쳤다. 회계장부, 내부 결재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하기 위한 것. 경찰은 태평양제약이 의약품 처방을 늘리기 위해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내부 직원의 제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독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태평양제약의 리베이트 혐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태평양제약 의약사업부문 인수로 올해 큰 폭의 성장을 기대했던 한독의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해당 혐의는 태평양제약 의약품사업부문을 인수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태평양제약이 받고 있는 리베이트 의혹으로 인해 한독은 올해 설정했던 목표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4000억 매출 목표 깨지나

태평양제약이 리베이트 혐의를 받으면서 한독이 내세운 올해 목표에 금이 갔다. 한독은 태평양제약을 인수하면서 올해 22% 이상 성장한 매출 4000억원대 제약사로 거듭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0억원대의 관절염치료제 ‘케토톱’ 브랜드를 손에 넣으면서 일반의약품 부문에서 매출 500억원을 달성해 10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태평양제약이 리베이트 제공 의혹을 받으면서 제동이 걸린 것. 업계는 한독의 올 한해 목표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독이 태평양제약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며 위기 극복에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이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는 업계의 지각 변동을 이끌었다. 우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분위기가 확산됐다. 미국 제네릭 회사 알보젠은 근화제약을 인수했다. 신풍제약은 프랑스바이오업체 LFB바이오테크놀로지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충북 오송에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건설 중이다. 파일약품은 바이오업체 크리스탈지노믹스에 인수됐다. 바이넥스는 일본 제약사 니찌이꼬로 넘어갔다.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외업체의 투자를 이끌어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업체들이 사업 포기를 검토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독 역시 2012년 사노피와 합작 관계를 정리한 이후 바이오벤처 제넥신 지분 투자, 한독테바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다양한 생존전략을 구축해왔다. 특히 한독은 태평양제약 의약품사업부문을 인수하며 그동안 취급하지 않았던 근골격계제품을 확보하고 신규시장 진출에 따른 시너지 창출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에 태평양제약이 리베이트 혐의에 휘말리면서 날벼락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한독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독이 인수하기 전 태평양제약에서 발생한 일이라 대응할 이유가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독 관계자는 “우리에게 사업부문과 직원을 넘긴 태평양제약 쪽은 분명 좋은 마음이 아닐 것”이라면서 “하지만 한독으로서는 나설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바닥 안보이는 실적 악화 내리막길
한독의 고전은 최근 3년간의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75억원에 그쳤다. 86억원이었던 2012년보다 12.3% 감소했다. 특히 한독의 2012년 영업이익은 2011년 224억원에서 61.6%나 추락하며 최근까지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매출도 3279억원으로 2012년 3146억원보다 4.2% 성장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매출을 2011년 3331억원과 비교하면 2.6% 떨어진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한독의 마이너스 성장을 일괄 약가인하 및 대형품목 특허만료로 인한 전문의약품 매출 감소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독의 실적 악화는 원외처방조제액에서도 크게 눈에 띈다. 업계에 따르면 한독의 주력 전문의약품인 플라빅스 원외처방조제액은 2009년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9년(1026억원), 2010년(958억원), 2011년(877억원), 2012년(636억원), 2013년(463억원)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전문의약품 아마릴과 아프로벨도 마찬가지다. 아마릴은 2009년(376억원), 2010년(351억원), 2011년(353억원), 2012년(253억원), 2013년(196억원) 실적이 계속 떨어졌다. 아프로벨도 2009년(350억원), 2010년(349억원), 2011년(307억원), 2012년(201억원), 2013년(155억원) 잇따라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한독의 전문의약품 상위 10개 품목의 원외처방조제액이 모두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태평양제약을 돌파구로 삼았던 한독의 충격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독이 3년 연속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원외처방조제액 부분에서도 계속 추락하고 있다”며 “태평양제약 의약품사업부문 인수합병으로 위기 극복을 기대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절반만 가져갔던 태평양제약 인수

사실 한독의 태평양제약 의약품사업부문 인수도 절반의 성과만 손에 넣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규모가 가장 큰 ‘케토톱’은 챙겼지만 다른 2개 주력품목에 대한 판권 이전은 무산됐기 때문이다.

한독은 태평양제약이 판매하던 전문의약품 ‘판토록’과 일반의약품 ‘알보칠’ 등 2개 품목에 대한 판권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판토록은 소화기분야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SK케미칼이, 알보칠은 일반의약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는 다케다제약이 판권을 확보했다. 한독은 태평양제약 의약품사업부문 인수 과정에서 이들 두 품목에 대한 판권 이전을 협의했지만 결국 승계하지 못했다.

위산분비억제제 계열 항구양제 판토록과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은 각각 연간 170억원, 30억원 정도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알짜 품목이다. 태평양제약의 주력품목이 케토톱이지만 이들 품목도 상당부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돌이켜보면 당시 이들 두 품목에 대한 판권 이전 승계가 한독으로서는 반드시 필요했다”며 “판권 이전 승계에서 실패하자 업계에서는 한독이 당분간 큰 시너지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