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家)의 한 축인 현대시멘트가 좌초위기에 처했다. 자본잠식에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린 것은 물론, 오너 정몽선 회장(60)을 둘러싸고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피고소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래저래 회사 안팎이 뒤숭숭하다.

성우그룹의 모태인 현대시멘트는 1970년 현대건설 시멘트사업부에서 독립한 회사.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둘째 동생인 고 정순영 (현대시멘트) 명예회장에게 ‘떼 준’ 기업이다. 그만큼 ‘현대’라는 상징성과 역사가 담긴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 정순영 회장의 장남인 정몽선 회장은 2014년 봄을 을씨년스럽게 맞고 있다. 현대시멘트가 성우그룹을 흔들 진원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엄습해서다.


 

/사진=류승희 기자
◆자본잠식에 상폐위기까지 '위태'
현대시멘트는 지난해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768억원으로 집계돼 전액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이에 지난 3월 초 회사는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5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 최대주주 주식과 자기주식은 10주를 1주로 병합하기로 했다. 감자로 인해 현대시멘트의 발행주식수는 기존 734만4000주에서 101만3004주로 줄어들고, 자본금도 367억2000만원에서 50억6500만원으로 곧 감소한다.

지난 3월2일에는 현대시멘트의 주식 거래까지 중단됐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2013회계연도 내부 결산 결과 현대시멘트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렸다. 자본금 전액 잠식 사유로 상장폐지 대상에 오른 현대시멘트로서는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인 3월31일까지 자본잠식 해소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상장규정에 따라 상장폐지가 불가피하다.

현대시멘트의 실적악화는 충당부채(지출시기 또는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 때문이다. 회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3474억83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388억4600만원 손실보다 손실폭이 794.5%나 커졌다. 특히 계열사 관련 지급 보증에 따른 충당부채가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키웠다.


현대시멘트는 지난 2007년 이후 100%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성우종건)에 대해 지급보증을 했다. 성우종건이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 시공사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해 4000억원 가량의 지급보증을 선 것인데, 이것이 자금회수가 어렵다는 전망에 따라 충당부채로 잡혔다.
파이시티 사업은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9만6017㎡(2만9045평)에 물류센터, 오피스 빌딩, 쇼핑몰 등을 짓는 대규모 사업. 건물이 준공되면 신세계백화점·롯데마트·CGV 등이 입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져 중단됐다. 결국 성우종건은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부실을 떠안은 현대시멘트도 그 여파로 동반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태다.


◆노조에 고소당한 정몽선, 계열사 불법 지원?

정몽선 회장 개인적으로는 계열사를 불법 지원한 혐의로 최근 현대시멘트 노동조합으로부터 고소당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008년 성우종건이 발행한 185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CP)을 현대시멘트 이사회 의결 없이 매입하도록 지시(업무상 배임)한 혐의로 2월 중순께 서울서부지검에 피고소됐다.

노조는 고소장을 통해 “정 회장이 성우종건이 발행한 부실 CP를 현대시멘트가 매입하도록 지시해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성우종건 채무에 대한 현대시멘트의 보증 규모는 2005년 716억원에서 2006년 1265억원, 2007년 4955억원, 2008년에는 7566억원까지 커졌다. 같은 시기 부채도 1644억원에서 1363억원, 1205억원으로 감소하다가 2008년 들어 313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고소장이 접수된 후 일주일 만에 노조 측은 정 회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노조가 본격적인 수사를 눈앞에 두고 소를 취하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시멘트 관계자는 “정 회장의 피고소 얘기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며 “노조의 고소 행위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현대시멘트 노조 측은 일부 언론을 통해 고소 취하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잘 나가던 성우그룹 어쩌다…>
무리한 레저사업에 '발목'… 대규모 차임금에 '휘청'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현대시멘트는 1970년대 경제개발 호재를 안고 순조롭게 사세를 키웠다. 1980년대 들어 금속, 건설, 전자, 정보통신, 자동차 부품, 리조트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95년부터는 공식적으로 ‘성우그룹’이라는 이름을 썼다.

고 정순영 명예회장은 1997년 큰아들 몽선씨에게 회장 자리를 내주고 후계 승계를 사실상 매듭지었다. 그룹 모태인 현대시멘트를 포함해 현대성우리조트(현 웰리힐리파크)·성우종건·성우이컴(현 성우오스타개발)·하나산업(레미콘) 등 5개 회사를 정몽선 회장에게 넘겼다. 차남인 정몽석 회장은 현대종합금속, 삼남인 정몽훈 회장은 성우전자·성우캐피탈, 사남인 정몽용 회장은 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성우오토모티브·현대에너셀을 각각 물려받았다.

정몽선 회장이 이끄는 성우그룹은 2000년대 중반까지는 성장가도를 달렸다. 외환위기 이후 주택경기가 급속하게 살아나면서 주력사인 현대시멘트는 2003년 매출 4320억원에 1170억원(영업이익률은 27%)의 영업이익을 냈다. 당시 시멘트 업계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성우그룹은 레저사업을 크게 키우다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스키장과 콘도에 이어 정 회장은 오스타C.C(충북 단양)와 현대성우퍼블릭(강원 둔내) 등의 골프장을 잇따라 개장하면서 대규모 외부자금을 썼다. 이로 인해 2005년 말 1600억원 수준이던 그룹의 차입금은 2008년말 4400억원까지 불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시멘트가 100% 지분을 보유한 성우종건도 파이시티 사업 등이 난관에 부딪히면서 현대시멘트와 동반 워크아웃 상황에 처해지고 말았다.

현대시멘트는 현재 리조트 사업과 사옥 매각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정 회장이 사는 서울 한남동 자택도 은행에 저당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