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기업들의 상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시장의 규제합리화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오후 '금융서비스업 발전을 위한 민관합동 TF 회의'를 열고 자본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선 방안, 금융규제개혁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기업 상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합리화 방안'을 상정하고 최종 확정·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특히 상장을 통한 투자자금 회수를 활성화함으로써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코스닥 및 코넥스 시장 제도를 개편하는데 중점을 뒀다.

◆ 개선방안, 왜 나왔나


당국이 이번에 '증권시장 규제 합리화'에 나선 것은 국내 증시가 축소되며 기업의 신규 자금조달 창구로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지난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IPO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2011년에는 16건, 2012년에는 7건뿐이며, 2013년에는 신규 상장기업이 3개사에 그치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2011년에는 57건이었던 IPO 횟수가 2012년에는 21개사로 크게 감소했다. 2013년에는 37개사로 소폭 늘어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이른 상태다.

증시 진입 및 상장유지에 따른 부담은 증가하는 가운데 상장의 필요성 및 편익은 감소하는 상황 때문에 기업들도 증시 상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최근 상장희망기업(84개사)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나선 결과 대다수 기업(70%)들이 향후 1년간은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상장을 원하는 기업들조차 당장 들어가는 것을 미룰 정도라는 것.

금융위와 거래소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기업들이 상장과 유지가 부담되는데다 국내 증시가 활력을 잃으면서 상장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시장별로 특성과 운영전략의 차별화에 실패해 코스닥 시장이 기술기업이 상장하는 시장이라기보다는 '2등 시장'으로 받아들여진 상황이다.

또한 코스닥 시장의 선행 시장으로서 Pre-코스닥을 표방하며 설립된 코넥스 시장의 경우도 차별화된 시장으로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의 운영 역사가 길어지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들이 늘었으며, 이들이 시장 운영의 탄력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 기업 상장 저해요인은 무엇?

금융위와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기업 511개사, 상장희망기업 84개사, 증권사 21개사와 학계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나선 결과 상장시 심사서류제출(66.9%), 질적심사(45.2%), 상장재무요건(21.7%)이 심사 과정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사항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장 이후에는 정기 및 수시 공시의무(77.%), 주주 경영 관여(31.1%), 지배구조 의무 준수(20.5%)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뽑혔다.

또한 이들은 증시 침체 및 영업실적 부진에 따른 공모가 하락(57.0%)과 공시 및 지배구조 규제부담(56.5%), 엄격한 상장절차 및 요건(31.3%)을 가장 큰 상장 장애요인으로 인식했다.

◆ 코스닥 시장, 한국거래소에서 독립

이번 규제합리화 방안에서는 코스닥 시장의 '독자성 제고'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미 코스닥 시장은 지난해 10월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거래소 이사회 외부로 분리해 운영중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코스닥시장위원회 운영방식으로는 코스닥 시장의 독자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실질적인 분리운영이 가능하도록 코스닥 시장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코스닥 시장의 실질적 분리 운영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우선 자본시장법에 코스닥과 같은 중소·벤처기업 전문시장의 운영 관련 사항을 담당하는 특별위원회의 설치근거를 마련하고, 현행 코스닥 시장위원회를 법률에 근거한 특별위원회로 재편,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중심으로 코스닥의 실질적 분리운영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분리'뿐만 아니라 위원회의 기능도 강화한다.

금융위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 코스닥시장본부의 사업계획과 예산 등에 대한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부여해 독립적으로 활동이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더불어 코스닥시장본부에서 운영중인 상장위원회, 기업심사위원회(상장폐지) 기능을 코스닥 시장위원회로 이관해 코스닥 시장의 상장제도, 심사, 폐지 업무를 통합수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지난 2005년3월 도입된 기술평가 상장특례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경영, 재무적 성과가 당장은 미흡하더라도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잠재력만 있으면 상장할 수 있도록 특례제도 관련 제한사항과 규제를 재조정한다.

업종이나 기업규모에 상관 없이 기술력과 미래 성장잠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은 어느 업종이든 가능하도록 했으며, 자기자본 요건 등 재무요건을 대폭 완화해 자기자본 10억원 이상이면 자본잠식이 있더라도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평가절차와 질적심사도 간소화하고, 상장유지부담 완화를 위해 IR개최의무를 폐지한다.


한국거래소 황소와 곰 동상. /사진=머니투데이DB
◆ 코넥스 시장, 이전상장 제도 전면 완비
금융위는 가장 먼저 코넥스 시장에 대해 코스닥 신속 이전상장 제도를 손본다.

지난해 금융위는 10월 코넥스 시장 보완방안을 통해 시장 상장 후 1년이 경과하고 직전연도 영업이익을 시현한 기업 가운데 매출액이 200억원 이상, 시가총액 3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코스닥 시장으로의 이전이 가능토록 했다.

현행 제도는 기업규모 측면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코넥스 시장에서 안정된 경영성과를 보인 소규모 기업들이 제외되는데다,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기 때문에 이를 풀겠다는 것.

개선안을 살펴보면 창업 초기이거나 규모가 작더라도 코넥스 시장에서 뛰어난 경영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은 신속 이전상장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상장 이후 최근 2년간 일정규모 이상의 영업이익을 시현한 기업 가운데 지정자문인의 추천을 받은 기업에 대해 이전상장을 허용한다. 다만 상장 후 2년이 경과하기 전에 뛰어난 경영성과를 보인 기업 중 지정자문인의 추천을 받으면 즉시 이전상장을 허용한다는 것.

또한 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질적심사 중 기업계속성 심사를 면제하고 심사기간을 현행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한다.

이전에 발표된 외형기준 가운데 매출액 요건을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다만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은 그대로 유지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정도 있다. 코스닥 이전시 상장특례 대상임을 공시하고 별도의 소속부로 배정한다.

또한 최대주주등에 대해서는 1년의 보호예수 기간을 적용하고, 지정자문인의 의무투자비율을 5%로 늘리고 보호예수기간 또한 6개월로 확대했다.

코넥스 시장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상장후 일정기간(10년 등) 이상 이전상장을 하지 못한 기업은 별도관리 대상으로 분류, 장기간 별도관리 대상이 되는 경우 거래를 정지한다.

◆ 코스피 위한 규제 합리화는?

코스피 시장을 위한 규제 합리화는 없을까.

금융위는 코스피 시장 상장에 대한 규제도 완화한다. 현재 주식분산을 통한 유동성 확보등을 통해 코스피 시장 상장 요건으로 일반주주수 기준을 1000명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해외 거래소(일본 800, 싱가포르 500, 미국 400, 홍콩 300명) 등을 감안할 시 비교적 엄격한 수준이기 때문에 상장규정을 개정해 이를 700명으로 완화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우량기업의 경우 상장심사를 간소화한다. 현재는 기업의 규모 및 경영실적 등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에 대해 획일적으로 동일한 상장요건과 절차를 적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규모와 경영실적이 일정 수준 이상(자기자본 4000억원 이상이며 매출액이 700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이 300억원 이상 등)인 기업의 경우 기업계속성 심사를 면제하고 상장심사기간을 대폭 단축한다는 것.

신규상장시 의무공모도 폐지한다. 주식분산요건을 충족하고 사업보고서 등 정기공시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주주수 500인 이상인 경우 정기공시가 의무화됨) 경우 의무공모 요건을 폐지해 불필요한 공모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은 상장(IPO)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자본시장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금융위는 "시장별 특성을 살려 유망기업의 다양한 상장수요와 여건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규제 합리화를 추진하고 투자자 보호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증시 진입 및 상장 유지에 따른 과도한 부담을 경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번 규제 합리화 방안은 지난 3월 6일 발표된 M&A 활성화 방안과 이달 8일 발표된 증권회사 NCR제도 개선방안 등과 함께 자본시장의 덩어리 규제를 합리화해 시장의 역동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