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생각하라’고 말하는 애플은 과연 무엇이 다른 걸까. 저자인 켄 시걸은 책의 제목으로 답을 한다. ‘미친듯이 심플’(Insanely Simple) 즉, ‘단순함에 대한 열망’이 다른 기업과 구분되는 애플의 독특한 기업문화라는 것이다. 그는 생전에 잡스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단순함을 추구했다고 증언한다. 이 ‘단순함에 대한 열망’은 조직 전체에 깊숙하게 자리 잡아 전 세계 모든 애플 직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열망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일화가 책에 소개된다. 비디오 제작 소프트웨어인 '파이널 컷 스튜디오 2'를 출시할 때의 일이다. 애플은 기능 강화를 위해 정교한 색보정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사서 파이널 컷 스튜디오 최신 버전에 포함시켰다. 담당자는 다른 기업들처럼 일반형과 고급형 두 버전으로 제작해 고급형에만 색보정 기능을 추가하고자 했다. 저자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일반형과 고급형을 차별화하기 위한 명칭을 고민했는데, ‘확장판’, ‘고급판’ 등을 고려하다가 단순함이라는 애플의 가치에 맞게 <컬러가 포함된 파이널 컷 스튜디오 2>(Final Cut Studio 2, with Color)라는 명칭을 제안했다.
하지만 잡스가 추구했던 단순함은 그 이상이었다. 일반형과 고급형 패키지를 본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컬러를 파이널 컷 스튜디오 상자에 넣으세요. 우리가 팔려는 제품은 하나입니다. 됐죠?” 일반형과 고급형으로 나누지 말고 하나의 제품으로 출시하라는 의미였다. 한 제품으로 출시하면 서로 다른 버전의 제품을 웹사이트에 설명할 필요도 없고, 디자인과 포장에 따로 투자할 필요도 없으며, 매장에서 두 제품의 재고를 따로 관리할 필요도 없다. 고객 입장에서도 일반형과 고급형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 없이 구매 여부만 결정하면 된다. 제품 자체도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셈이니 경쟁력도 커진 셈이다. 결국 단순할수록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모든 기회를 붙잡고 싶어한다. 그래서 하나의 상품을 출시하면서도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버전의 패키지를 구성한 후,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품 경쟁력에 자신이 없거나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를 혼란에 빠트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복잡함에 대한 유혹과 욕심을 버리기 위해서는 늘 확인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은 최대한 단순하게 하고 있는지, 우리 회사의 상품은 고객에게 최대한 단순하게 제공되고 있는지 말이다. 오늘도 단순함과 복잡함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스티브 잡스가 걸어간 길을 돌아볼 일이다.
켄 시걸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1만68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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