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저금리로 인해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 점점 투자대상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중국은행 정기예금 등으로 큰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투자자들이 얼마나 작은 수익률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은행 정기예금 금리수준이 2%대에 계속 머물면서 소수점 이하의 수익률 차이에 자금이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0.5% 정도의 수익률을 세후로 계산하면 일반과세 시 0.42%, 종합과세 최고세율 적용 시 0.29%다. 숫자만으로 볼 때 극히 미미한 차이 같지만, 워낙 금리가 낮은 상태여서 상대적으로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2% 수준의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정형 투자자들이 무위험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방법인지 고민하는 이유다.
사실 투자 초기에는 여러 자산으로 나눠 투자하는 방식이 굉장히 낯설 것이다. 정기예금이라는 안정적·단순구조의 자산에 익숙해진 보수적 투자자라면 더욱 그렇게 느끼기 쉽다. 다양한 상품의 수익구조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 등 투자자로서 넘어야 할 '허들'이 많이 존재한다. 투자상품 가입을 어렵게 하고 결국 투자를 포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민 끝에 다시 안전자산으로 '올인'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또 낮은 수익률에 고민하는 악순환이 반복하게 된다.
◆과거의 2000과 지금의 2000은 다르다
복잡하고 어려운 상품에 접근하기 힘들다면 위험자산의 대표격인 주식에 관심을 가져보자. 단순 주식투자는 너무 위험해서 생각하지 못할 뿐이지 그 투자방법이나 구조에 대해 어렵거나 생소하게 느끼는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되는 너무나 간단한 구조다. 오랜 주식투자자든 초보자든 차별대우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는가, 얼마나 비싸게 팔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사실 매수매도의 시점은 일명 '신의 영역'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만큼 맞추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주식투자를 시작하거나 고려할 때 가장 흔히 범하는 오류가 이 마켓 타이밍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 능력 밖의 요인을 주요 수단으로 투자하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워낙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고 또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주식에 투자하고자 할 때 싼지 비싼지 구분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집을 고를 때처럼 얼마나 튼튼한지, 오래갈 수 있는지, 전·월세 수익은 적당히 나올 것인지, 돈이 필요할 때 쉽게 팔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보면 생각보다 쉽게 투자대상을 정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코스피지수가 2000선 주변에 머물고 있다. 2000이라는 숫자는 주식투자자에게 있어 늘 호황의 의미로 다가온다. 매번 이 지수대를 넘어섰다가 안착하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는 흐름을 이미 수차례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과거의 2000 지수와 지금의 2000이 과연 같을까'다. 결론은 같지 않다. 과거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과 지금의 이익은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기업의 이익인데, 이익은 많이 늘었지만 주가가 그대로 머물러있다는 것은 주가가 과거보다 그만큼 싼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여기서 투자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투자하기에 적합한, 말 그대로 싸게 살 수 있는 주식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증시상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시가총액 상위 주식, 이른바 대형주의 주가흐름이 별로 좋지 않다. 지수는 2000 전후에 머물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의 업종 대표주는 기업이익,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주가를 비교해 봤을 때 과거 리먼사태 시점의 이익수준과 비슷한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가량 이런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시장에 일방적으로 공급되던 유동성에 의한 장세에서 벗어나 리먼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회복의 추세로 접어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실물경기를 고려해볼 때, 국내 증시의 업종대표주는 투자할 만한 자산이라고 판단된다.
물론 기업의 이익, 매출액 등만으로 주가를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주가의 현재 수준 또한 중요한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큰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생존한 기업들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업종 대표주들은 현재의 투자시점에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 적기는 전망이 불투명한 때
업종 대표주 중에서도 특히 자본재와 관련된 기업의 주가가 많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식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은 지난해 5월 이미 자본재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특히 업황이 부진한 운수·발전·화학 등 설비투자와 관련된 주식들을 많이 사들였다. 국내증시는 이 분야가 아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관련기업의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다.
어느 주식이 제일 괜찮을지 고민된다면, 상대적으로 많이 하락한 주식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쉬운 투자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관련 분야를 대표하는 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같은 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제안한다. 개별기업에 대한 세세한 내용 및 투자기회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로서 꼭 알아야 할 부분은 투자의 적기는 절대 좋은 의견이 넘쳐나는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언가 불안하고 전망이 불투명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자하기를 꺼리는 때가 정말 좋은 투자시점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실제 투자자 특히 처음 투자를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투자발상을 견지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투자를 실행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할 것을 제안한다.
주식투자는 분명 위험한 투자다. 따라서 반드시 일정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성격의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위험이 큰 만큼 투자에 성공했을 때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다. 포트폴리오에 일정부분 포함시키도록 제안하는 가장 큰 이유다.
넘쳐나는 중위험 중수익 형태의 상품 속에서 장기투자를 염두에 둔 일정부분의 주식편입은 투자자에게 멋진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줄 것이라 믿는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현명한 투자로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