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그가 이끄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재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극심한 실적 부진에 허덕이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김재열 경영기획총괄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력 건설사인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에버랜드, 삼성중공업 등의 건설사업 부문이 통합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터라 이번 흑자행진은 김 사장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 실적·능력으로 우려 불식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저가 및 부실 수주로 인해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10년간 회사 규모를 약 10배로 키우면서 '박리다매형' 수주를 많이 했고, 시행착오로 예상보다 경비가 늘어 손실을 보고 공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수주는 그동안 곪고 곪아 지난해 1조원 영업손실로 돌아왔다. 때문에 주변에서는 지난 2012년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자리를 옮긴 김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기도 했다.
삼성 안팎에서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건설사업 부문을 통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김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주력인 석유화학 플랜트사업이 저가 수주 영향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탓에 합병설에 더욱 힘이 실렸다.
하지만 김 사장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우려를 불식시키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 사장은 일정한 이익이 나지 않는 프로젝트는 과감히 버린다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외형 불리기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이러한 전략은 주효했고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 성과는 올 1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은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2014년 1분기 매출 2조2163억원, 영업이익 306억원, 순이익 25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1분기 수주실적은 4조98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8.8%가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을 기반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회사를 두고 합병 얘기가 오가는 것에 대해 "근거 없는 루머에 불과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졌던 김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빛을 보고 있다. 때문에 삼성 내부는 물론 재계 일각에서 관심어린 시선으로 김 사장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삼성엔지니어링의 등기이사 임명이다. 만약 김 사장이 등기이사로 임명될 경우 삼성 오너 일가가 처음으로 보직을 맡게 되는 만큼 재계의 관심이 높다. 이는 바로 삼성가의 후계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재열 사장의 경우 연륜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성과가 뛰어나 올해 이사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삼성을 대표해 김 사장이 참석한 것을 그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배경의 하나로 꼽았다. 다보스포럼이 우리나라 재계의 차세대 리더인 젊은 기업인들을 국제 무대에 데뷔시키는 장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이같은 관측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설사 김 사장이 등기이사에 임명되지 않더라도 미래는 밝아 보인다. 김 사장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김 사장은 이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의 스포츠 외교 분야의 중심축 역할을 맡는 분위기다. 김 사장은 수년간 이 회장의 IOC위원 활동을 수행하면서 스포츠 외교 분야의 후계자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에 이어 올해 소치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을 맡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그의 행보를 두고 이 회장의 IOC 위원직을 승계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김 사장은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이서현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과 지난 2000년 결혼한 후 2002년 제일기획에 상무보로 입사하면서 삼성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2011년에는 부사장을 단지 2달 만에 제일모직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 사장은 삼성 오너가 가운데 가장 국제적인 감각을 지녔다고 평가 받는다. 미국 웨슬리언대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존스홉킨스 국제정치학 석사와 스탠퍼드대 MBA를 거쳐 1996년부터 미국의 컨설팅기업 및 이베이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국제적인 감각과 인맥을 상당히 축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위 경영자’ 중 가장 '핫'한 CEO
김재열 사장은 최근 재계에서 '핫하게'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다. 사위경영의 첫 주자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경영실패로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 것과 비교되면서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동양그룹을 비롯해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재벌가 사위들이 잇따라 안방을 꿰차면서 사위경영이 주목받았다. 이 가운데 성과 측면에서 제대로 능력을 시현한 CEO는 단연 김 사장을 꼽을 수 있다. 김 사장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함께 찾아온 건설경기침체를 단기간에 극복한 만큼 삼성그룹 내에서 튼튼한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이 현재 삼성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이 회장의 사위'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 김재열 사장 프로필
1968년 출생 / 스탠퍼드대학교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 2011년 제일모직 사장 / 2011년 제28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 2011년~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 / 2013년~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 2013년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 대한민국선수단 단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