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존 오픈마켓의 심사는 아직도 불안하다. 샵N을 정리하고 서비스 형태로 운영할 ‘스토어팜’이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없기에 해당 서비스가 오픈마켓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알 수 없다는 것.
이제 그만 싸움을 끝내고 싶다는 네이버, 그 진위를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기존 오픈마켓들. 샵N 철수 이후에도 양측의 미묘한 신경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욕먹으며 운영했던 샵N 결국 철수
네이버의 샵N 철수 배경에는 기존 오픈마켓과의 지리한 신경전에서 비롯된 피로와 ‘상생’을 강조하는 정부의 규제기조가 자리한다.
가격비교사이트인 지식쇼핑을 운영해 온 네이버는 상품 DB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2년 3월 오픈마켓 샵N을 시작했다.
사실 샵N 오픈은 기존 오픈마켓들이 네이버 종속, 수수료 문제 등을 이유로 네이버 지식쇼핑(가격비교사이트)에 제공하던 상품 DB를 빼버리는 사태까지 겪은 네이버의 고육지책이었다.
실제로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샵N서비스 개시 1년 전, 네이버 지식쇼핑을 통한 고객 유입 효율이 낮다며 자체 가격비교사이트인 ‘어바웃’을 론칭하고 네이버에서 철수했다. 네이버에서 G마켓이나 옥션의 상품이 검색되지 않도록 한 것.
샵N 론칭 이후에는 네이버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샵N 제품이 우선 노출된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네이버로서는 샵N 운영으로 자사 최우선 가치인 ‘검색 공정성’까지 공격당하게 된 것.
여기에 출발부터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해당 사업을, ‘상생’을 강조하며 각종 규제정책을 쏟아내는 현 정권 내에서 유지해 나가기도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에 따르면 샵N의 연간 거래액은 8500억원으로, 연간 거래액 16조5900억원(2013년 기준,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달하는 국내 오픈마켓시장의 약 5%에 불과하다.
큰 돈도 안 되는 사업, 욕먹으면서 계속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샵N 철수'로 귀결됐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좌불안석' 왜… “뚜껑 열어봐야”
이제 오픈마켓업체들은 오는 6월2일 개시될 스토어팜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최근 네이버는 샵N 중단 결정을 알리면서 “자사는 본래의 목적에 맞게 검색DB로서의 상품정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오픈마켓 형태의 ‘사업’ 구조가 아닌 ‘서비스’로 전환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픈마켓에서 부과되는 판매수수료를 없애고 판매자들이 판매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품 등록 플랫폼 ‘스토어팜’을 선보인다는 계획.
이렇게 함으로써 기존 오픈마켓과의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소모적인 공방을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오픈마켓의 ‘딴지’를 피해보겠다는 심사다.
실제로 네이버는 샵N 철수로, 자사가 오픈마켓시장이 아닌 상품검색시장에서 경쟁하는 회사라는 점을 강조한다. 싸울 대상이 오픈마켓이 아니라 페이스북, 구글 등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오픈마켓업계는 이를 곱게 보지 않는다. 스토어팜의 뚜껑을 열어봐야 네이버의 속내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
오픈마켓 한 관계자는 “지식쇼핑에 입점하지 않은 샵N 판매자는 별도 판매수수료를 내지 않고 결제수수료만 내고 있다”며 “그러한 점에서 스토어팜과 샵N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얘기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샵N과 스토어팜이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쇼핑몰서비스인 스토어팜에 등록한 판매자들은 지식쇼핑뿐 아니라 타 가격비교사이트에서도 검색될 수 있도록(입점 가능하도록) 시스템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며, 바로 이 점이 샵N과 스토어팜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 다른 오픈마켓 관계자는 “스토어팜의 메인페이지 영역이 얼마나 커질지, 그 영역에 노출되려면 얼마나 많은 광고수수료를 내야할지가 관건”이라며 “또한 스토어팜으로 상품 DB가 목표치 이상 확보되면 네이버가 다시 오픈마켓사업을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네이버 관계자는 “다시 오픈마켓사업을 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상점을 등록하는 방식인 샵N에는 상품을 모아 보여주는 별도 페이지, 일종의 메인페이지가 없었고 스토어팜 역시 메인페이지가 없다"며 "보여지는 영역에 따라 광고수수료를 차별적으로 받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5%' 빈자리는 누구 차지?
샵N의 철수가 불러올 오픈마켓의 시장 구도 변화도 주목된다.
샵N이 전체 오픈마켓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연간 거래액 기준)정도. 업계가 추정하는 2014년 현재 국내 오픈마켓시장 점유율은 1,2,3위 사업자가 비등비등하다. G마켓 35%, 11번가 30%, 옥션 28% 등이다.
시장 판도를 바꾸려는 11번가가 ‘5%’를 차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이에 대항하는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의 1위 수성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그런가하면 기존 시장 구도가 아예 뒤집어질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각각 매출 170조원, 77조원을 기록한 알리바바, 아마존의 국내 출격이 본격화되면 국내 오픈마켓시장 1,2,3위가 모두 글로벌업체의 차지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프라, 높은 인구밀도,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빠른 반응 등 국내 시장은 글로벌 오픈마켓의 테스트베드가 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며 “지금 이 시장에서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있는 전세계 3위 업체 이베이가 과연 아마존, 알리바바의 진격에도 그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아마존은 이미 헤드헌터를 통해 국내 사업을 담당할 핵심 인력들을 비밀리에 영입하고 있다”며 “아마존이 국내 사업을 본격 개시하면 국내 물류·유통시장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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