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에 위치한 한국지엠(GM) 본사. 1937년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공장을 세워 군용 지프차를 생산한 이래 한국 자동차 역사의 산실이 된 이곳에 최근 리모델링을 거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직원들조차 함부로 출입할 수 없을 만큼 보안이 철저히 이뤄지는 곳. 바로 한국지엠의 새로운 디자인센터다.
한국지엠은 지난 4월25일 인천 부평 본사 내에 디자인센터를 기존 7640㎡ 규모에서 1만6640㎡로 두 배 이상 확장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 했다. 총 14개월동안 400여억원을 들여 새롭게 탄생한 이곳은 글로벌 GM그룹 전체 2500여명의 디자인 인력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200명이 근무하고 전문 엔지니어 30여명이 기술적 지원을 돕고 있다.
특히 이 곳은 손님들과 언론매체를 초청한 개소식에서도 철통보안을 유지했다. 휴대전화와 카메라 등 소지품 확인 절차를 받고서야 내부를 제한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이곳의 한 직원은 “본사 내 다른 사무실은 대부분 직원들과 외부인들의 출입이 허용되지만 이곳은 다르다”며 “본사 임원들도 철저한 신분조회와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만6640㎡에 이르는 거대한 센터 내부는 출입 제한 구역과 차량 가림막 등을 통해 디자인 유출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미래의 GM’ 자동차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이 곳 디자인센터장은 “디자인은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가시화하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보니 건물 전체가 기업 비밀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곳곳을 둘러보니 철저한 보안이 이뤄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한국지엠의 디자인센터는 자동차 디자인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도록 최신식 장비로 채워져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찰흙 모델이 완성되면 익스테리어 디자인 품평회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밝기의 조명 시설을 갖췄는 점이었다. 덕분에 직선이나 곡선, 면의 조화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게 가능해 보였다.
최종 개발된 차의 디자인을 한눈에 평가할 수 있는 익스테리어 스튜디오는 이곳 디자인센터의 결정판이다. 각 단계별 밝기와 채도, 그리고 실내와 실외의 다양한 환경 변화 속에서 자동차의 색깔과 디자인이 어떻게 나오는지 평가 가능한 공간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아울러 한국지엠의 3차원 가상 스튜디오는 전세계 디자인센터와의 실시간 의사소통을 통해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GM그룹 디자인센터 간 협업이 가능토록 했다.
한국지엠 디자인센터는 세계 8개국 10곳에 위치한 GM 글로벌 디자인센터 가운데 미국·브라질 다음 가는 세번째 규모로 꾸며졌다. 익스테리어·인테리어 스튜디오부터 디지털 디자인과 모델링, 3차원 버추얼(가상) 스튜디오까지 콘셉트카부터 신차, 양산차 디자인을 총괄해 개발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디자인의 모든 업무가 한번에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꾸며진 한국지엠 디자인센터는 머지않아 한국에서 디자인된 미래의 GM 자동차가 전세계를 누빌 날을 꿈꾸는 장소인 듯하다.
GM그룹 '전략 요충지'가 되다
한국지엠은 이번 디자인센터 개소를 통해 그동안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시장 철수설을 불식시키는 한편 GM그룹 내 자사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는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과 마이클 심코 GM 아시아담당 디자인 총괄 부사장과의 미니 인터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이 디자인센터는 앞으로 한국의 문화와 메시지를 GM 자동차에 반영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지엠 디자인센터는 글로벌 디자인 네트워크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이해를 넘어 찬사를 받는 수준의 디자인만이 인정받는 이곳에서 한국의 유능한 디자이너들이 앞으로도 GM의 미래 제품 디자인에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재능 있고 젊은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역량을 키우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단언컨대 한국시장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며, 한국지엠의 새로운 디자인센터가 이를 증명한다”고 강조하며 특유의 경쾌한 화법으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이클 심코 GM 아시아담당 디자인 총괄 부사장도 “한국지엠 디자인센터의 파워는 신차 디자인뿐 아니라 이곳에서 배출된 디자이너들이 전세계에 위치한 GM 디자인센터 곳곳에서 공헌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디자인센터가 북미·호주·인도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독자적인 가치가 있다”면서 “한국 문화에 기반한, 한국적 디자인이 갖고 있는 메시지를 세계 신차 디자인에 반영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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