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의 카드통합작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금융위원회가 외환카드 분사 예비인허가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이번 분사를 계기로 올해 안까지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를 통합하는 '통합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만약 통합법인이 설립되면 롯데카드를 뛰어 넘어 카드업계 6위로 도약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21일 정례회의를 열고 외환은행의 카드 분사와 외환카드 신용카드업에 대한 예비인허가를 승인했다. 예비인허가란 최종 본인허가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 계획서를 통해 인허가 요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외환은행은 6월 본인가 승인 전까지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전산시스템을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이는 외환카드 분사로 인해 은행 고객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부가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이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정부가 정한 기간 내에 250억~3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전산시스템을 분리할 방침이다. 
 
◆ 통합법인 11월 출범 예고… 카드업계 긴장

하나금융은 올해 11월까지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를 통합할 계획이다. 외환은행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예비인허가를 받은 다음날인 5월22일 주주총회를 열고 외환카드 사업 분할계획서에 대해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말 외환카드 분할 본인가를 받고 7월1일 외환카드 독립법인을 출범키로 했다. 외환카드 독립법인에서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통합법인까지 걸리는 기간이 불과 4개월 안팎인 만큼 외환카드 사장은 선임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나금융 측은 "외환카드 분사의 목적은 통합법인 설립을 위한 것"이라며 "외환카드는 당분간 최고경영자 없이 운영한 뒤 통합법인 초대 사장을 이사회에서 추대하는 쪽으로 계획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카드 통합법인이 설립될 경우 상당한 파급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한다. 올 3월 말 기준 외환카드(자본금 64000억원, 카드자산 2조6000억원)의 시장점유율은 3.2%, 하나SK카드(자본금 5900억원, 카드자산 3조2000억원)는 4.8%로 두 회사가 합쳐지면 단숨에 시장점유율이 8%(개인·법인·체크카드 포함)로 뛰어올라 롯데카드(6.5%)를 앞지르게 된다.

시장점유율 1%포인트를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마케팅 비용이 연간 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수천억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한 셈이다. 여기에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면 우리카드(8.7%)는 물론 시장점유율 10%대 안팎인 NH농협카드(9.8%)나 현대카드(11%)까지 넘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류승희 기자
카드업계는 외환카드의 저력에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외환카드는 탄탄한 해외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여행이나 외환에 특화돼 충성고객이 많기로 유명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외환카드는 그동안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충성고객 덕분에 꾸준한 이익을 실현했다"며 "이번 통합법인을 통해 마케팅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선보인다면 단숨에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SK카드 역시 만만찮은 저력을 가지고 있다. 하나SK카드는 하나은행에서 분사한 이래 SK와 합작카드사를 설립하면서 '터치S'와 '터치1' 등 터치시리즈를 출시해 2년 만에 100만장을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통합법인의 또 다른 장점은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 고객층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하나SK카드는 20~30대 젊은 층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나SK카드가 모바일카드에 주력하는 이유도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반면 외환카드는 기업법인과 40~50대 중장년층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특히 외환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 중에는 최고경영자(CEO)나 외환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부유층이 많다는 강점도 있다.
 
◆ 카드업계 침체·노사갈등… 남은 과제 많아

물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우선 통합법인을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조와의 갈등부터 풀어야 한다.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SK카드 노조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번 통합법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위원회의 예비인허가가 승인된 직후 "특혜조치인 예비승인을 절대 인정하지 않고 카드통합 저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고객정보 유출사태의 최종 책임자임에도 국민의 불안과 상처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금융을 위한 특혜성 승인을 선택했다"며 "이번 카드분사는 카드통합을 위한 것일 뿐 그 어떤 시너지도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금융위원회의 외환카드 분사 예비승인 조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정애 대변인은 "외환카드 분사 예비승인은 고객정보 보호 등 국민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외환카드 분사 심사는 은행과 카드부문의 망분리가 완료된 이후 엄정한 실사와 검증을 거친 다음 예비승인 여부를 심사해도 늦지 않다. 금융위가 진행하고 있는 외환카드 분사 예비승인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잇단 카드분사로 포화상태에 이른 카드시장과 금융환경 침체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승인 실적은 545조1700억원으로 전년 520조9050억원 대비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 카드승인액 증가율(13.5%)에 비해 절반 이상 하락한 수치다. 연간 카드승인액 증가율이 한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통계 산출 이후 처음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카드 통합법인이 침체된 카드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속 빈 강정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법인 초대 수장은 누가?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법인 출범 시나리오는 크게 두가지가 꼽힌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거나, SK는 제외한 채 하나·외환카드만 통합하는 방법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이 유력한 것으로 점친다. 하지만 최종 출범까지 아직 상당한 기간이 남아 있어 중간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초대 사장은 하나금융 계열사 임원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법인의 자본금 현황을 살펴보면 외환카드는 6400억원, 하나SK카드는 5882억원이다. 하지만 하나SK카드의 경우 SK텔레콤이 가진 지분율(49%)을 감안하면 하나금융의 자본금은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외환은행 노조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외환은행 지분율 등을 감안해 외환은행 임원이 초대 사장으로 선임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통합법인 설립초기임을 감안해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을 연임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아직 본인가도 나오지 않은 만큼 섣부른 예측은 할 수 없다"며 "초대 사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