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의 상장소식에 증권가는 한껏 달아올랐다. 지분구조 상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그룹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뤄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에버랜드 지분율이 45.6%이며 삼성생명의 2대주주(19.3%)로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이기도 하다.
◆ 순환출자 고리 제거… 규제에 선제 대응
증권가에서는 이번 상장결정과 관련해 '의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5월 삼성SDS의 연내 상장 발표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 마련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보유지분에서 핵심인 삼성전자 3.72%(보통주 3.38%, 가치 7조원)와 삼성생명 20.76%(가치 4조원)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상속된다고 볼 경우 상속세는 3조5000억원가량 발생한다.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SDS의 지분을 매각, 2조원가량을 확보해 선납하고 남은 1조5000억원에 대해 5년간 분납하면 어렵지 않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선납 후 분납하면 내야 하는 돈은 연간 3000억원가량인데, 삼성그룹 계열사의 배당을 늘리면 마련하기 어렵지 않은 수준이라는 것.
상속세를 낼 재원이 어느 정도 마련된 상황에서 에버랜드의 상장을 결정한 삼성그룹의 속내는 무엇일까.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에버랜드 상장의 의미는 상장 시 계열사의 구주매출(총 18.5%: 삼성SDI 8.0%·삼성카드 5.0%·삼성전기 4.0%·삼성물산 1.5%)을 통해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대부분 제거함으로써 향후 강화되는 규제환경(7월부터 신규순환출자 금지 및 기존순환출자 강화 금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에버랜드의 상장을 통해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이 에버랜드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고 이를 통해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카드 등이 자사주의 지분율을 높여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삼성전자, 삼성물산과 같은 그룹 내 핵심기업에 대한 취약한 지배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기업가치를 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으로 평가받는 것이 장부상 가치로 평가받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해 상장을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 이 부회장, 48억 투자… 현재 최소 1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에버랜드의 상장을 통해 얻게 될 지분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현재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 주식 25.1%(62만7390주)를 보유한 1대주주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96년 12월 삼성 계열사들이 자발적으로 실권한 8만5000원에 발행된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7700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당시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 지분매입을 위해 48억3000만원가량 지출한 것으로 계산됐다. 지난 2011년 KCC의 에버랜드 매입가 182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현재 1조1418억5000만원에 이른다.
에버랜드의 상장 뒤 시가총액이 어느 정도 될지는 현 시점에서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에버랜드의 주가가 200만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1조2547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상장을 통해 에버랜드의 주가가 최대 365만원까지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2조2899억원으로 급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시 이 부회장과 함께 에버랜드 CB를 16억1000만원씩 주고 산 여동생 이부진·이서현(각각 20만9129주) 자매의 주식가치도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763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부회장이 보유지분을 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타 삼성계열사들의 지배를 위해서는 에버랜드를 소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시장에서는 이부진·이서현 자매의 지분매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들은 현금을 마련해 여타 계열사들의 지분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에버랜드, 기업가치는?
에버랜드는 지분구조상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중심이며 이재용 부회장 등 3세들의 보유지분을 감안하면 상속과정에서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회사다. 갑작스레 삼성그룹주의 핵심으로 떠오른 에버랜드의 기업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송인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에버랜드의 가치는 보수적으로 봐도 7조6000억∼9조1000억원에 달한다. 사업부별로 보면 패션사업은 제일모직에서 양수된 가치를 감안해 1조500억원, FC사업(식음료사업)은 비슷한 회사인 현대푸드빌의 주가수익비율(PER) 16배를 적용해 9080억원이다.
건설사업도 국내 내수업체(필수소비재)의 평균값인 PER 16배를 적용하면 7290억원 수준이다. 레저사업부의 평가는 쉽지 않다. 보유중인 전체 토지가격이 9081억원(취득원가)이지만 시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현재 에버랜드가 보유한 토지면적은 1438억4564㎡(435억8959평)로 알려졌다. 송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장부가는 평당 161만원, 총 7조원이 넘는다. 그는 "에버랜드의 패션사업부·레저사업부 등 각 사업부서의 가치를 종합하면 기업가치는 최대 9조원에 이르고 이를 주가에 적용하면 주당 305만∼365만원으로 분석된다"며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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