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라고 해야 할지 사지 말라고 해야 할지, 전세를 놓으라고 해야 할지 월세를 놓으라고 해야 할지 저부터 헷갈리는데 누구한테 조언해 주겠어요? 부동산정책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관망세만 커지고 거래가 끊겨버려서 걱정이에요."

서울 강서구 화곡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전월세 과세방안 재수정 소식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좋은' 정책보다는 '소신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고침' 버튼을 누른 정부가 답답해서다.


지난 13일 정부는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또 수정했다. 지난 2월26일 공식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3·5보완대책'을 내놓더니 그로부터 100일도 채 안돼 또다시 재수정한 것이다. 그야말로 '누더기' 신세다.

물론 고심한 흔적은 보인다. 이번에 수정된 방안은 ▲월세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 주택보유 수와 관계없이 분리과세 적용 ▲고가주택 과세방법 변경 ▲소규모 임대소득 비과세기간 1년 연장 ▲건강보험료 부과관련 법령 개정 등의 내용을 담았다. 주택보유 수 기준을 없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부담을 낮추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냉랭하다. 여기에는 추락한 정부에 대한 신뢰가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잦은 발표에 내용도 오락가락하다 보니 시장 내성만 키우고 정책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총 네차례의 굵직굵직한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하나 같이 재수술 수순을 밟았다. 첫번째로 선보인 '4·1부동산종합대책'은 양도소득세 및 취득세 면제대상의 범위와 적용일 등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아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고, 취득세 영구인하를 골자로 한 '8·28대책'의 경우 취득세 인하에 대한 소급적용을 하지 않으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늦게 소급적용을 확정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월세 임대사업자의 과세 강화를 담은 '2·26대책'의 문제점이 대두되자 결국 수정안이 나왔다. 이에 따라 당초 6월 말까지 입법을 완료한다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오락가락하며 수정이 반복되는 부동산정책. 이제 누구도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 수요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일단 지켜보자는 식의 관망세만 커지는 상황이다.

물론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내놓으며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책이 아닌 반복되며 논란을 일으키는 설익은 정책은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 부동산시장에 찬물만 끼얹을 뿐이다. 근시안적 안목이 아닌 중장기적이고 농익은 부동산정책은 언제쯤 나올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