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LG하우시스가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법인세 탈루 등의 의혹에 휩싸였다. LG화학으로부터 LG하우시스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받고 있는 혐의가 이번 세무조사의 발단이다. 여기에 두 회사 간 내부거래과정에서의 탈세까지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조사요원 진입과정서 몸싸움까지


지난 6월1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있는 LG화학과 LG하우시스 본사 사무실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요원 30여명이 들이 닥쳤다. 특히 이날 오전 국세청 직원들은 회사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경비원, LG화학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습은 수년 전 론스타코리아에 대한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착수과정과 얼핏 닮았다. 당시 론스타코리아 직원들은 국세청 조사요원의 진입을 막기 위해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농성했다. 이에 국세청은 소방서의 협조를 받아 출입문을 부수고 진입했다.

통상적으로 정기세무조사는 착수 열흘 전 국세청이 조사대상 기업에 통지를 한다. 조사요원들과 조사를 받는 기업간 원활한 협조 아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번 LG화학과 LG하우시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사전통지 없이 실시했다. 이는 론스타코리아처럼 정기세무조사가 아닌 특별세무조사 시 이용하는 방식으로 세무조사 대상 기업의 증거인멸 등을 차단하기 위해 사전예고를 생략한 채 조사요원을 투입한다.


LG화학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보안상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들어오려다 마찰이 빚어진 것"이라며 "경비원과의 마찰이지 회사 직원과는 충돌하지 않았고 이후 조사요원과 연락을 한 뒤 최대한 조사에 협조했다"고 해명했다.

재계 안팎에서 관측하는 강도 높은 특별세무조사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LG화학과 LG하우시스 모두 완강하게 부인했다. LG화학은 지난 2010년 7월 이후 4년 만에 실시된 정기세무조사라는 입장이다. LG하우시스도 법인 분리 후 5년 만에 받는 첫 세무조사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몇가지 정황으로 볼 때 두 회사가 정기세무조사가 아닌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사진제공=뉴스1
◆탈세·탈루 담당하는 조사4국 투입
우선 주로 정기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1국이 아닌, 조사4국의 국세청 직원이 투입된 점을 들 수 있다. 조사4국은 포착된 탈세나 탈루 혐의를 조사하는 부서다.

30명이 넘는 대규모 조사요원이 투입된 점도 특별세무조사라는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여기에 국세청이 탈세 척결에 양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라 두 회사에 대한 조사요원 투입이 정기세무조사가 목적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국세청 내부에는 탈세 척결을 위해 대기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런 기조는 지난 2월 청와대에 보고된 '2014년 업무계획'에 담겨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국세청은 대기업의 탈세를 지하경제 4대 분야 중 하나로 규정했다. 계열사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와 역외탈세,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역량 강화와 강력제재 방침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국세청의 내부기조는 이번 LG화학과 LG하우시스에 대한 조사방향과 일치한다"며 "국세청이 올해 초부터 기업들의 탈세 척결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만큼 두 회사에 대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막대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두 회사에 진입한 국세청 조사요원은 회사 자금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법률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함과 동시에 회사 직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확보한 자료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당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양사의 세금납부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파악할 방침이다.

◆단초는 법인세 탈루 의혹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의 단초는 법인세 탈루 의혹이다. LG하우시스는 지난 2009년 LG화학 4개 사업부문 중 하나인 산업재부문을 인적분할하면서 설립됐다. 분할비율은 LG화학과 LG하우시스가 각각 0.88주와 0.12주였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최대주주이자 지주회사인 LG는 LG하우시스 주식 300만6673주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LG하우시스가 LG 계열사로 편입된 배경이다.

이후 LG하우시스 인적분할 직후 LG화학의 시가총액이 치솟았다. 분할 전 8조원가량이었던 시가총액은 분할 후 LG화학과 LG하우시스를 합쳐 6개월 만에 15조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상황에 이르면서 법인세 탈루 의혹이 불거졌다. 인적분할은 법인세법상 '자산양도'에 해당된다. 시장가격과 취득원가 차익에 22%의 세율이 부과되는데 국세청은 이 회사가 차익을 속여 법인세를 탈루했는지에 조사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세청은 LG화학과 LG하우시스의 내부거래과정에서 탈세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LG하우시스는 PC창호공장의 노후로 부지이전 비용이 필요해 지난 2011년 10월 LG화학에게 충북 청주시의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855억5000만원(감정평가액)에 팔았다. 또 지난 1월 말에는 신제품 개발 명목으로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 관련 설비와 재고 자산을 LG화학에게 80억원에 넘겼다. 이처럼 두 회사는 모두 각각의 이유를 제시했지만 사실상 LG하우시스에 대한 자금조달 등 경영상 판단에 의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별 세무조사 건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이유는 법인세 탈루, 기업 내부거래 과정에서의 탈세 등 유형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