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차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며 부인해 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지난 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불을 지폈다.
그는 “경기 상황과 법적 요건, 재원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좋겠다”며 여지를 남겨뒀지만, 지금까지의 정부 입장과는 다소 이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특히 이제 막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벌써 추가경정 예산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정부의 잘못된 예산 예측과 사용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이제 반년… 정부의 예산은 어떻게 됐나
정부는 당초 2014년 예산안을 통해 357조7000억원을 책정했지만 국회가 정부안보다 예산 규모를 줄이고 ‘부자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키로 하면서 1조9000억원이 줄어든 355조8000억원(총지출 기준)의 예산을 확정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증세 없는 복지 확대’ 기조의 예산안이 재정 적자를 확대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 예비비, 4대강 사업 등에서 총 5조4000억원이 감액되고 무상보육 보조 확대, 학교 전기료, 사병 급식비 지원 등 총 3조5000억원이 증액됐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 349조원에 비해선 6조8000억원 늘어났다.
총 수입은 369조3000억원으로 정부가 마련한 370조7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 줄었다. 수입보다 지출 감축 규모를 더 늘려 약 4000억원의 여윳돈을 확보한 셈이다.
국회가 정부안보다 지출 규모를 줄인 것은 세수 부족 등으로 인한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회의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세수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세수 확보가 묘연했던 상황에서 새해 복지 분야에만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이 넘는 예산이 쓰이는 등 지출이 크게 늘어났다.
당초 정부 지출 감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로 증세 없이 시행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는 처음부터 무리한 것이었다. 복지 지출보다 더 우선시되는 분야의 지출을 줄이기는 어렵다.
또한 지하경제는 양성화가 바람직하지만 양성화를 위한 세원 추적과 집행에 들어가는 비용이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하경제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복지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증세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그리고 단기적으로 사회 전반적인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는 판단 아래 이른바 ‘부자 증세’가 단행됐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1월 1일 새벽 국회가 개인소득세 과표 구간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했다.
8800만~3억 원에 적용하던 세율 35%를 8800만~1억5000만 원에 적용하고, 1억5000만 원 초과 소득에는 38%를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보장성 보험, 의료비, 교육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함으로써 고소득층의 조세 부담을 더 늘렸다. 또한 매출액이 10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이 내야 하는 최저한(最低限) 세율을 16%에서 17%로 올렸다.이로 인한 세금 증가는 모두 연간 1조원을 밑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복지 재원 135조 원과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액수다. 결국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박근혜 복지’ 예산은 늘었지만, 실적은 ‘글쎄’
정부는 올해 기초생활보장과 보육, 노인, 보건, 주택 등 복지 예산을 6조6799억원 늘어난 105조9726억원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은 유독 '축소 또는 변질되었거나 현 단계에서 이행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전체 14개 복지 공약 중 11개(79%)가 축소 또는 변질돼 이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초연금 도입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최대 9만6800원(2014년 기준)인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약 20만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기초연금으로 바꿔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지난해 지급대상을 소득 하위 70% 노인으로, 연금액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20만원보다 줄어드는 기초연금 도입안을 내놨다. 지급대상이 공약보다 축소된 데다 국민연금 성실납부자 역차별 논란까지 휘말리면서 시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보건의료 공약인 4대 중증질환(암, 심장·뇌혈관 질환, 희귀난치성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공약도 후퇴한 공약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저소득층에게 생계, 주거, 의료급여 등을 통합적으로 지급하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수급자의 수요에 맞춘 개별급여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의 개편방향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수급자 선정기준을 법정 최저생계비에서 중위소득의 일정비율로 바꾸면서 예산 상황에 따라 정부 재량으로 급여 수준을 결정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집이 있는 수급자들은 현 제도보다 현금급여 액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한 '신체장애 차상위계층 및 독거노인에게 노인장기요양보험 제공'공약은 백지화돼 '선심성 공약'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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