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호주, 영국. 세 국가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에 '위안화직거래시장'이 개설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개최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물이다.

좁게는 환리스크가 축소되고 넓게 보면 금융시장의 발전과 수출산업의 발전을 꾀할 수 있어 혹자는 '7월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표현하기도 한다. '시진핑 산타'가 주고 간 위안화직거래시장은 한국시장에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열어보니 방망이를 든 도깨비가 나타난 놀부의 박은 아닐까. 7월의 선물을 풀어봤다.

 

◇연내 개설… 환리스크 최소화

"이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한국 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지정, 위안화 적격 해외기관투자자(RQFII) 자격 부여 등 양국간 금융 인프라 구축에 큰 성과를 이룬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를 계기로 양국 기업과 국민 간 거래가 보다 신속하고 자유롭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한·중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연내 원화와 위안화를 직접 맞바꿀 수 있는 위안화직거래시장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중화권 국가를 제외하고 일본·호주·영국에 이어 네번째로 역외 위안화거래시장을 갖추게 됐다. 각 금융기관의 위안화거래를 정산해줄 청산결제은행으로는 국내에 진출해 있는 중국계 은행인 중국교통은행이 지정됐다.

 

그간 원화를 위안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달러와 달리 두단계의 환전과정을 거쳐야 했다. 원화를 달러화로 바꾼 후 이 달러화를 다시 홍콩 등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로 바꾸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 같은 환전과정은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수수료 등 거래비용이 이중으로 들고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에도 더 많이 노출된다.
이와 관련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중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의 환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현재 달러 일변도인 결제통화를 다변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번 회담의 결과를 호평했다. 또한 한중 간 투자·교역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빼놓지 않았다.

청와대의 설명대로 위안화직거래시장이 연내 개설된다면 우리나라는 '위안화 허브'를 구축해 국내 금융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뿐인가. 위안화결제가 확대돼 국내 위안화예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외환보유고 다변화 문제에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시장에서는 중국계 자금유입도 기대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대외자본 변동성에 민감한 국내증시 입장에서 중국계 자금 추가유입 가능성은 수급 안정화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뉴스1 양동욱 기자

◇대중국 의존도 심화 우려
위안화직거래시장 개설은 한국경제에 단기적이든 중장기적이든 긍정적인 측면이 우세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유념해야 할 점도 있다. 시진핑 산타의 이번 선물에는 '중국의 야망이 깃들어있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4일 발표한 '위안화 국제화 평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중국 경제의존도 심화로 원화의 상대적 위상 약화 초래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 및 통상 분야에서 위안화 수요가 증가하면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심화되고 원화약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원화의 상대적 위상 약화를 해결하기 위해 원화수요를 끌어들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통합과정에서 정부가 국채발행, 원화조달체계 규정 등의 대책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계경제 측면에서도 미·중 간 통상마찰 등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무역 및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미 달러 위상이 축소돼 미·중 간 통상마찰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간 통상마찰 장기화는 결과적으로 글로벌 통화 및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군사적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가 중국과 정치적 역학관계가 불안정한 측면이 있는 만큼 위안화직거래시장 등 금융시장 통합의 성급한 진행은 오히려 양 국가 간에 큰 마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산타 방한에 수혜주가 '우수수'
 
국가 간 정상회담의 결과가 나왔다면 증권가에서는 '수혜주' 찾기에 골몰하는 게 당연지사. 시장에서는 위안화직거래시장 개설로 중장기적인 위안화 강세가 예상된다며 중국인의 해외여행 증가를 주목했다.

이원선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수혜주'로 저가비용항공사(LCC), 카지노, 면세점입점기업 등을 선택했다.

우선 이 애널리스트는 LCC와 카지노업종은 성장의 핵심이 강원도에 있다고 명시했다. 중국 관광객의 목적지가 "제주도에서 강원도로 확대되고 있다"며 카지노업종에선 강원랜드를, LCC업종에선 양양-제주 간 노선을 취항한 진에어의 모기업 한진칼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5월 양양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은 5만7000여명으로 지난해 연간 총 이용객보다 49.7% 늘었다. 제주공항 이용객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가파른 성장속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국내 LCC기업들은 지난 5월 말 13개 중국 노선을 신규로 획득했다"며 "본격적으로 중국여행 소비의 수혜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CC기업은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이다.

해외여행이 증가하면 수혜주로 반드시 따라오는 업종이 있다. 바로 면세점입점기업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 중 브랜드 로만손을 주목했다. 로만손이 자체적으로 매출을 조사한 결과 최근 2년간 면세점 매출이 연평균 54% 증가했으며 로만손 쥬얼리부문의 경우 인천공항 면세점 판매의 30%가 중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만손은 사업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지난 2월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티몰'(T Mall)에 입점했으며 오는 8월 중국 공항 면세점 입점을 준비 중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중국인의 자국통화 강세에 따른 여행과 소비증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