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가구공룡’ 이케아의 광명 상륙은 하반기 가구업계의 공통 악재다. 아직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차별화를 위한 신경전은 대단하다. 초반 샅바싸움에 돌입해야 할 업체는 그나마 덩치가 비슷한 한샘과 현대리바트. 그러나 이케아가 진입하는 서부 수도권을 대하는 양사의 행보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강서권에 대형 플래그숍을 오픈하는 등 공격 전략을 구사하는 한샘과 달리 현대리바트의 서부 전략은 여전히 오락가락, 종잡을 수 없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표 ‘현대리바트’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폐점한 리바트 스타일샵 목동점


 

현대리바트 스타일숍이 현대백화점 목동점 입점을 검토 중이다. 지난 4월15일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현대리바트 스타일숍 목동전시장을 폐점한 지 3개월여 만이다. 당초 현대리바트 측은 목동에서 발을 빼는 이유에 대해 “부지가 좁아 원활한 전시를 하지 못했다”며 “확장이전을 위해 마땅한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확장이전 한다더니…


현대리바트가 강서권에서 이렇다 할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현대백화점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찾아 목동점으로 들어가기로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전시장 운영이 협소하다고 판단해 매장을 접었는데 결국 백화점 내부 더 협소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셈”이라며 “애초 강서 양천구 쪽에 그만한 가구매장이 없었는데, 더 큰 매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폐점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리바트가 ‘강서권’을 핵심 상권으로 보지 않는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사실상 서부권 포기 전략이라는 것. 실제 현대리바트 스타일숍과 대리점 등은 서부권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일숍의 경우 강남구 논현전시장, 롯데백화점 노원전시장, 현대백화점 신촌전시장, 현대백화점 천호전시장 등 모두 서부권이 아닌 곳에 위치해 있다. 대리점도 마찬가지다. 신정점 단 한곳을 제외하고는 능동, 사당, 송파잠실, 신대치, 신도림테크노, 아이파크몰, 아현, 중곡, 테크노, 현대백화점(미아) 등 주로 강북, 강동, 강남권에 집중돼 있다. 
 
키친 전시장 역시 가든파이브(장지), 도곡, 논현, 서초, 무역점 등 강남권에만 몰려 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만이 유일한 서부권이다.

이는 가구업계 1위인 한샘과 상반되는 행보다. 한샘은 꾸준히 서부권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도 광명 시내에 광명점을 오픈했고, 지난 3월에는 서울 목동에 ‘프리미엄’을 콘셉트로 한 대형 플래그숍을 열었다. 같은 달 이케아 매장과 불과 11㎞ 떨어진 곳에 대형 매장을 열기도 했다.

한샘이 강서를 비중 있는 상권으로 보는 반면, 현대리바트는 소위 말해 돈이 되지 않는 지역으로 강서를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정면승부를 선택한 한샘과 달리 리바트는 우회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리바트 측 설명도 업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리바트 관계자는 “이케아 진출과 맞물려서 가구업계에서 강서시장 얘기가 나오는데, 강서권을 크게 보진 않는다”며 “개인적으로도 강서가 치열한 시장이라 판단하지 않고 특히 목동권은 가구 교체시즌이나 신도시 추진과 맞물려서도, 앞으로 가구시장이 활성화되거나 볼룸이 커질만한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강서권 부지 확보에 대한 여지는 남겨뒀다. 이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스타일숍 형태로 들어갈지 강서에 새 부지를 마련해 들어갈지 함께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강서권은 웬만한 지방 대도시 핵심 상권보다 더 비중있는 상권으로, 일산 김포와 다 연결돼는 입지적 조건만 보더라도 놓쳐선 안되는 상권”이라며 “부지 선정도 하지 않고 폐점한 뒤 부지를 찾고 검토하느라 이런 저런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에 강서 입지만 좁아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선 승부수' 어디로…

정지선 회장
현대리바트는 정 회장이 주도한 대표적 M&A 중 하나이기 때문에 상징성도 남다르다. 리바트는 정 회장의 조부인 고 정주영 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외환위기 당시 고려산업개발에 매각했다 지난 2011년 말 정 회장이 10여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현대백화점 품에 안겼지만 그간 리바트의 지지부진한 행보는 계속됐다. 회사 실적은 거의 답보 상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직후인 2012년 매출 5049억 원, 영업이익 32억 원을 냈다. 전년대비 매출 3.1%, 영업이익은 64%씩 감소한 수치였다.

정 회장은 승부수를 띄웠다.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주요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특단의 체질개선에 나섰다. 지난해부터는 실적이 점점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더구나 ‘이케아’에 이어 미국 가구유통브랜드 애쉴리 퍼니처도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업계에서는 경영 전면에 나선 뒤 정중동 경영행보를 보여온 정 회장이 야심차게 M&A를 추진했던 것에 비하면 유통망과 수익구조 면에서 현대리바트의 내실이 약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대리바트의 성적표에 따라 정 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물론 흙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리바트는 하반기 핵심 전략으로 ‘고급화’와 ‘B2C 시장 확대’를 내세우고, 현대백화점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무기삼아 10곳 이상의 유통채널을 확보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출혈 경쟁이 예상되는 하반기 가구업계. 국내 가구시장 판도가 단숨에 바뀔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부권 우회전략을 선택한 정 회장표 리바트가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